2016년 8월의 어느 여름 밤, 마포 신수동에 있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는 ‘여성주의 소모임’ 시즌2 첫 모임이 열렸다.

지난 3월 처음 진행했을 때에 비해 여성주의가 더욱 더 예민하고 주목 받는 주제가 되어 있어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부담감이 동반되었다. 이 시점에서 내가 시즌2를 여는 것이 어떻게 회원들에게 보여질까? 全 회원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괜히 잔잔한 새사연을 이슈의 한 가운데 빠트리는 건 아닌가? 회원이 줄어 들면 어쩌지? (정의당 탈당 사태에 놀란 홍보담당자의 솔직헌 심정) 등등의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모임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사실 토닥과 함께한 시즌1의 활동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확고한 나의 정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해 지는 것, 그리하여 남성과 여성 모두 성별과 ‘성별’다워지는 것(ish) 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즉, 여성주의 운동은 사실 단순 여성해방운동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성별 해방운동이 되는 것이다.

feminism definition

그리고 맙소사, 새사연이 이슈파이팅을 두려워하다니…… 그래서 우리는 모였다.

첫 모임은 2030 여성으로 구성되었으며, 직업은 구직자, 대학생, 연구원 등으로 다양했다. 첫 모임답게 간단한 자기 소개, 모임의 취지, 나아갈 방향, 참가 동기에 대해서 나눴는데 소모임 참가 계기도 단순 관심부터 학습의 욕구, 군 가산점이나 데이트 비용 등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젠더 문제의 직면 등 다양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마친 뒤 YouTube를 통해 여성주의에 대한 개념을 보고 서로 논의하였다. 먼저, 우리는 한 동영상에 주목했는데 OECD 데이터를 활용하여 현대사회에서 여성주의자들이 말하는 성별 불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이었다. 사실 동영상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심각한 오류를 전제로 진행되었기에 사실 동영상 내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아 보였다. 송민정 참가자는 해당 데이터는 자신이 석사 논문에 사용한 데이터와 동일함을 밝히며 자신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여성노동 불평등을 주장하였다고 말했다. 하나의 데이터가 화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경우였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논의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려진 동영상의 조회수는 92만뷰였다.

성폭력이 더 이상 큰 이슈가 되지 않는 사회와 여성이 데이트를 할 때 동반되는 잠재적 폭력의 가능성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거쳐 마지막으로 본 동영상은 Katie Goodman의 Sorry Babe, You’re a Feminist (미안하지만 넌 여성주의자다) 였다. Katie는 ‘레즈비언’ ‘남성을 혐오하는 사람’ 등으로 대표되는 여성주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상의 정의를 풍자하며, 오늘 날 여성이 능력을 펼칠 수 있고 투표 및 운전을 할 수 있으며 아내 이상의 존재임을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 과거 여성주의 운동의 결과물임을 밝혔다. 또 여성주의자란 남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를 간다는 이유로 매맞는 소녀, 남성보다 2배 더 빈곤 속에 사는 여성들 등의 현실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이라고 노래한다.

사실 여성주의는 유별난 것이 아니다. 여성주의자도 유별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그간 교육 속에서 배워 온 인간적인 삶, 균등한 기회제공, 생활 속에서의 안전 등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을 성별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여성주의자인 것이다. 진짜 여성주의 가짜 여성주의가 어디 있겠는가? 미국 코메디언 Aziz Ansari 의 말처럼 ‘양성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걸 믿는다면’ 당신은 여성주의자인 것이다.

다음 모임은 2주 뒤 목요일인 8월 25일에 진행될 예정으로 시즌2의 첫 도서는 ‘이갈리아의 딸들’ 이다. 본 도서를 읽고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한 후, 그 부분에 대한 동의/비동의, 현대 사회와의 비교 등을 자유롭게 준비해 와 논의할 예정이다.

여성주의 소모임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참여를 원하신다면 02-322-4692 / edu@saesayon.org 로 언제든지 연락 주시길 바란다. 자유로운 여성주의자의 참여를 기다리겠다.

새사연 ‘여성주의 소모임’ 신청하기

 

리빙랩(Living Lab)이란 무엇인가

"역사를 돌아보면, 혁신은 단지 사람들에게 어떤 보상을 준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았다. 혁신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일어났다." - 과학 저술가 스티브 존슨(Steve Johnson) ‘리빙랩(Living Lab)’이 사회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

사람중심 경제로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이렇게 초겨울 찬바람이 불면 2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즈음 광화문 광장을 덮친 초겨울 찬바람은 촛불의 뜨거운 열기로 희미하게 녹아 내렸었다. 촛불 시민들의 소망은 소박했다. 기득권에 맞설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켜 갑질을 근절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

트레버 숄츠, “우버가 시장 독점하면 소비자 편익도 사라질 것”

“훗날 우버와 같은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그때는 소비자들도 과거에 누렸던 편익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Uberworked and Underpaid>(우버에서 일하고 더 적게 버는)를 쓴 뉴욕대 뉴스쿨의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교수는 지난 5일 강연에서 ‘디지털 [...]

공공매입임대주택 기피하는 자치구를 위한 변명

자치구별 최소쿼터 등 제도보완이 선행돼야   지난달 18일 한겨레신문은 단독 타이틀을 달고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매입임대주택 사업이 서울 6개 자치구의 ‘님비(NIMBY)’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지방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다가구·다세대주택 매입공고를 내면서 몇몇 [...]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 주도 ‘분수 효과’ 일으키려면

그동안 몹시 궁금했었다.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중소벤처기업부를 둘러싼 궁금증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이 출범시킨 부처이다. 무엇보다도 중소·벤처기업이 일자리 창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1년이 [...]

[진단] 우버(UBER)는 정말 ‘공유 경제’일까

#1. 영국 택시 블랙캡(black cab)은 자격 시험이 어렵기로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힌다. 런던 시내를 실핏줄처럼 잇는 2만5000개의 길은 물론 10만 개에 달하는 랜드마크도 모조리 외워야 하니 3~4년은 족히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그래서 블랙캡 기사들은 대개가 [...]

[퇴사연구_현장답사] 가자, ‘괜찮아마을’로!/ 퇴사연구팀

많은 사람들은 퇴사 이 후 여행을 떠나거나, 책모임에 나가거나, 이전과 다른 삶을 기획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일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퇴사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

공공임대주택이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 저출생, 농어촌 고령화, 1인 가구 대응 아이디어   출생률 저하, 농어촌 인구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우리 사회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급속한 인구구조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신혼부부 등 특정 계층에 [...]

정부 경제 운용의 세 가지 한계

보수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따갑게 비판하면서 종종 ‘아마추어 정부’라는 딱지를 붙여 왔다. 지극히 보수적인 시각에서 나온 평가이지만 시각을 달리 접근해 보더라도 아마추어 정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 지점을 [...]

[궁리] 연구 크라우드 펀딩 결과물 발표회

  지난 9월 28일, 공유공간 물질에서 독립연구자를 위한 무크지 <궁리>에서 시도했던 연구크라우드 펀딩 결과물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발표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했고,  1부에서는 각 연구 결과물 발표를 2부에서는 연구 토크 시간으로 이야기 손님을 초대해서 <궁리> 프로젝트 [...]

By |2018-07-02T21:58:45+09:002016/08/19|Categories: 이슈진단|0 댓글

댓글 남기기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