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여당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확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일정 기간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통상 정년에 가까운 노동자들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의 일정 부분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정부는 기업들이 삭감한 임금으로 청년들을 신규 고용하도록 해 청년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기제?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는 정부의 주장처럼 정말로 청년고용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까? 만일 줄어든 임금만큼 기업이 새로운 고용을 한다면, 임금피크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고전적인 임금기금설의 이해대로 ‘사회에서 임금으로 지급되는 기금의 규모가 일정하고 개별 노동자의 임금은 이 기금을 노동자 총 수로 나눈 값에 의해 결정된다’면 정부의 주장처럼 임금피크제는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전체 임금기금 총량은 그대로 인 상황에서 일부 노동자의 임금이 감소한다면 그만큼을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도 마찬가지이다. 수요의 확대로 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통해 더 많은 생산을 하려 하는 시기 임금피크제는 더 많은 고용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경제가 잘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굳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용을 증대시킬 이유는 없겠지만 말이다.
일자리 창출 방안? 비용 절감 방안?
하지만 실제 임금은 고전적 임금기금설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임금기금설이 가정하고 있는 고정된 임금기금이라는 가정은 현실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다. 19세기 임금기금설을 주창했던 고전파 경제학자인 밀(J.S. Mill)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였다. 현실에는 다양한 임금결정방식이 존재하지만, 고전적 임금기금설과 같은 임금결정방식은 찾기 힘들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임금피크제는 정부가 주장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 않고, 또 언제 경제적 충격이 올지 모를 상황에서 임금 비용의 감소는 새로운 고용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비용 절감 방안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기가 좋아지는 시기에 맞춰 새로운 고용을 하는 편이 오히려 이익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기보다는 기업의 비용 절감 방안으로 탈바꿈 할 수도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임금 비용의 절감이 상품에 대한 수요를 더욱 줄여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더욱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되어야
‘임금피크제’라는 발상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경제 위기에서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이 기존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이용한 경우도 있으며, 임금피크제를 바탕으로 신규 고용을 한 사례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책으로써, 특히 새로운 고용 창출을 위한 정책으로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줄어든’ 기업의 비용이 모두 투자로 활용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문제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면 적어도 기업이 줄어든 임금만큼은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들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기업이 줄어든 임금으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는 “믿음”이 정책의 기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임금피크제는 정부의 바람과 반대로 장기적으로 수요를 줄여 도리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임금피크제가 새로운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정책의 우선사항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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