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폭행을 둘러싼 논란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대응능력이 없는 아기에 대한 돌봄제공자의 폭력은 전사회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어린아이와 같이 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에 깊은 분노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또한 우리나라 어린이의 53.4%가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내 아이도 저렇게 당했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한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파생된 논란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학대가 적발되면 바로 시설 폐쇄 가능, CCTV 설치 의무화, 평가인증제도 개선,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 근무환경 개선 등이 이에 해당된다. (▶ 관련글 바로가기)
정부는 여기에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제한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맞벌이-전업 사이의 논쟁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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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의 가해자 보육교사 관련 개인신상털기와 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낮은 임금을 주는 직장에는 숙련도가 떨어지는 노동자가 갈 수 밖에 없고, 그 정도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 관련글 바로가기)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이해가 되는 주장과 대안들이다. 이런 논란 속에 우리 아이들의 보육문제는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사회서비스는 매우 섬세한 정책영역이며 그 중에서도 보육은 더욱 복잡한 분야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밀접한 대면 돌봄이 필요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영유아)는 관계에서 주체적인 위치에 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에서 비용을 부담해주지 않으면 개인이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출산율제고, 아이의 전인적 발달 등 공익적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공의 영역에서 다루지만, 실질적인 서비스는 매우 개인적 관계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육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공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입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상품이 유통되듯이 다루어져서는 안 되고, 부모-가정-시설-직장-지역 공동체의 종합 돌봄망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보육예산이 크게 늘면서 국가의 개입은 증가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돌봄 관계망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보육시설 이용의 확대밖에 없었다. 또한 보육예산이 증가하면서 질 낮은 민간 어린이집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영유아의 시설이용 급증,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확대와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나치게 어린 연령대 아기의 과도한 시설이용에 따른 건강 및 발달상의 문제, 전혀 줄어들지 않은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영세 민간어린이집 경쟁에 따른 보육교사 처우 및 서비스 질 저하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든 것이 무상보육에 대한 비판과 전업주부 시설이용 제한인 것이다.
보육은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복잡한 목적이 섞여있고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아이의 전인적이고 건강한 발달과 여성의 사회진출은 서로 충돌할 수 있으며, 서비스산업 육성과 보육료 부담 절감은 정확히 배치된다. 따라서 다양한 정책이 패키지로 매트리스 구조를 이루며 탄탄하게 짜여져야 한다.
우선 여성의 사회진출과 아이의 전인적 발달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모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이에 대한 돌봄은 24시간 이용 가능한 보육시설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 2세 미만은 비단 집에서 일어나는 일 뿐 아니라 어린이집 활동 참여 등에서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 대해 필요할 때마다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이의 양육에 는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 더 나아가서 공동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업주부들이 힘든 이유는 육아공동체가 있어서 서로의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어울리는 환경 조성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24시간 홀로 아이를 보아야 하고 전업일수록 아빠의 육아참여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혼자 키우면 100의 힘이 든다면 5명의 아이를 5명이 키우면 50의 힘으로도 충분하게 키울 수 있는 것이 육아 공동체이다. 집밖에서, 동네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주거환경개선도 필요하다. 시설 질 관리의 문제는 CCTV등 감시를 강화하는 것보다 부모가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공동으로 보육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이 역시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출산율제고에 필요한 대안은 결코 시설이용 확대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부모의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는 고용시장에서, 여성들은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가 되거나 24시간 집에서 혼자 아이와 지내야하는 전업(그렇게 키우고 나면 취직할 곳은 비정규 저임금 일자리뿐이다.)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덮어두고 무상보육을 늘렸더니 시설이용만 늘고 아이 양육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접근은 위험하다.
보육시설 정책의 제고는 필요하다. 아이가 자라감에 따라 다양한 공간, 공동체, 교육, 사회생활 등 시설이나 교육공간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요구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탁아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문제가 있다. 무상보육정책은 무상탁아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용시장-육아공동체-공동육아-질좋은 시설-보육노동자 처우개선과 질 관리 등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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