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느 덧 세계 중심축의 하나로 등장한 동북아에서의 권력지형의 판도변화는 단순한 북한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북한은 중국 동북공정의 일환의 일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한민족 공동체의 주요 부분으로 계속 남을 것인가. 세계는 과연 미·중의 2강체제로 수렴되는가. 중국의 가치가 서구의 보편가치로 수렴될 것인가, 아니면 고유영역으로 남을 것인가. 비상하는 중국과 노쇠해 가는 일본으로 대표되는 21세기 동북아는 쇠망해 가는 중국, 욱일승천하는 일본을 전제로 했던 20세기의 한반도와는 분명 다른 지형을 보이고 있다. 21세기 한반도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는 20세기와는 분명 다른 각도에서 생존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민족 내부적으로는 국치 100년, 6.25 민족상쟁 60주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생존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현재 남북관계는 이명박(MB)정부가 출범한 이래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은 고사하고 뒷걸음치다 못해 최악의 정치·군사적 불신이 지난 2년 동안 조성됐다. 바로 코 앞 백령도에서 46명의 수병들이 수장당한 천안함 사태는 이 불안한 동북아 정세를 대표적으로 말해 주는 사건이었다. 그 후 한반도 주변에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네 곳에서 외국군대의 합동군사훈련이 이뤄졌고, 이에 맞서 중국과 북한도 동시 대응 합동군사훈련을 함으로써 동북아에 신냉전구조가 형성됐다.

우리 나라가 번영하려면, 정신적으로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관에 기초하지만, 물질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으로 안보외교, 부존자원부족으로 통상외교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안보외교와 통상외교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을 잘 아는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국외교와 대북정책을 매우 염려하고 있다. 분단국가에서 국제외교와 통일외교를 잘못하면 이것은 우리의 국가적 모든 부문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엇박자가 계속되면 한반도는 다시 한번 주변 열강들의 이해관계의 장기판에서 무력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할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우리는 조속히 금융위기를 극복했고, 우리 국민은 열심히 각자의 직분에 충실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시민사회의 역동성은 우리의 희망이다. 이제 북한체제도 불안하고 불확실하지만 나름대로 남북 대화를 복원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유리한 분위기 조성을 해줘야 한다. 이번 기회를 우리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시간을 필요로 하는데다 국제체제와 맞물려있는 핵문제에 남북관계 전부를 너무 경직되게 연계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우선 남북한은 만나서 대화해야한다. 더 많은 접촉, 더 많은 교류, 더 많은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신뢰를 쌓고 관계를 우선 복원시켜 남북관계를 정상화 해야한다. 부담없고 쌍방이 윈윈하는 인도주의문제와 경제협력문제부터 시작하자. 이미 남북적십자회담이 시작돼 이산가족상봉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동안 단절됐던 민항 직통전화 통신이 재개됐다. 좋은 조짐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부터 우선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고, 상호의 아픈 곳과 자극하는 일 그리고 따지는 일을 당분간 미루자. 접촉을 통한 변화와 무력 포기가 바로 독일 동방정책의 실천원칙이었다. 조속히 만나서 교류하고 협력하고 상생공영하는 사업을 구상하자. 그리고 무기를 쟁기로 만들 듯이 상호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다양한 평화교류사업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