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경제활동’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쫌 강하게 비판했더니,
경제학 전공자들이 잘 모르면 가만있으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더군요.
다 이유가 있대나?
하여 ILO의 표준개념을 바탕으로 좀 더 논의합니다.
ILO의 표준개념
ILO에서 정립한 경제활동인구의 개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고용지표와 국민계정(GDP통계)의 일치(consistency)를 위해 고안함(왜?)
② 조사기간 동안 고용된 사람과 고용을 원하거나 고용될 수 있는 상태인 사람을 일컬음
③ 고용이란 국민계정 상 생산의 범주에 속하는 활동을 위한 계약으로 정의함
④ 국민계정 상 생산은 시장에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영향(재화, 고정자산의 증가 등)을 주는 행위임
4.1. 자신 및 자신이 속한 가구(household)를 위한,
즉 시장에 공급되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 재화 및 서비스의 창출행위를
생산(경제활동)으로 간주할 경우
실업(unemployment)은 통계적으로 존재하지 않음
⑤ 경제활동 개념을 적용할 경우 노동력구조(labour force framework)는 다음과 같음
취업자 (the employed) | | 실업자 (the unemployed) | | 비활동인구 (not currently active) |
경제활동인구 (labour force) | 비경제활동인구 |
5.1. 실업자의 구분 : 조사기간 동안 일자리를 원하거나 고용될 수 있는 상태인 사람
5.2. 실업자수는 조사시점의 일자리 부족수(lack of employment)에 해당한다.
5.3. 우선순위법칙(priority rules)
통계적 분류시 취업자, 실업자, 비활동인구 순서로 우선순위를 부여함
예1) 고용된 상태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는 사람 → 취업자
예2) 학생인 상태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 → 실업자
위의 사항을 바탕으로 경제활동 개념의 근본적 문제점과
우리나라 통계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무례한 ‘경제활동’ 개념
문제점1) 이런 개념이 왜 필요한가?
①의 경우 ILO의 문건에 딱 한 줄 언급되어 있을 뿐,
왜 고용지표와 국민계정지표의 일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GDP통계를 바탕으로 한 산업연관분석으로 10년 넘게 밥 벌어 먹고 산 저로서도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경제학 전공자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니,
새사연에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문제점2) 구직활동이라는 기준이 타당한가?
일은 하고 싶은데, 원서를 쓸 일자리가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구직활동은 없어집니다. 즉,
일자리 창출이 0일 경우, 실업도 0이 됩니다.
구직활동이 불가능 하니까요. 취업자 아니면 비경제활동인구겠죠.
농촌지역에서 이런 모순이 발생한다고 ILO문건에서도 살짝 언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우리 주변에서 이런 경우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죠.
저 같은 경우에는 원서 쓸 곳이 없습니다.
근데 왜 이런 걸 표준이라 하는지. ILO의 정체가 의심스럽습니다.
문제점3) 구직활동, 시장주의에 충실한 개념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죠.
“시장은 완벽하다”
잘 아시다시피 위 명제는
시장내 모든 행위자는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즉, 완벽한 시장에서는
구직자와 채용자가 합리적이기 때문에 구직자가 ‘마음만 먹으면’
직장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단, 시장임금에 적합한.
이것이 신자유주의자들이 노동유연성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지금 고용한 사람보다 더 능력있는 사람이 시장에 같은 가격(임금)으로 나오면
현재 고용한 사람을 자르고 그 사람을 바로 채용해야 하니까요.
물론 잘린 사람이 합리적이라면 불평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자신을 대체하려는 사람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인정하고
더 낮은 임금으로 자신을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니까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완변한 시장에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구직활동을 할 것이므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만 경제활동인구로
포함해야한다는 주장이 가능한 겁니다.
상당히 문제가 많은 주장이죠.
진보진영에서도 경제활동인구라는 개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문제점4) 한국에서는 ILO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본 우선순위법칙을 살펴보면,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의 순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법칙대로 한다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대학생들은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하죠.
수많은 이태백들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우리 통계에서 이들은 비경제활동인구일 뿐입니다.
문제점5) 비경제활동인구를 위한 일자리창출은 고려할 필요 없다?
왜 주류경제학자들이 비활동인구 즉, 비경제활인구를
구분하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위의 5.2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구직자, 그들이 실업자라고 인정하는 사람들만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고 싶은 거죠.
왜?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하기 원하지 않는 부류이니까.
누구 맘대로 이런 황당한 논리를 펴는 것인지
정말 어이없을 뿐입니다.
청년유니온의 노조인정 논란의 배경에도 이런 논리가 숨어있겠죠.
이상 ILO문건을 바탕으로 몇 가지 논의를 전개하였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구직활동증명’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습니다.
이 땅의 모든 직업 없는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매주 제시하는 거죠.
실업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말이죠.
실업률이 한 30% 넘게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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