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서)


 


실업률은 만고불변의 개념인가?


 


위와 같은 그래프를 들이밀면, 전문가 중 일부는 좀 당황하겠죠. 하지만,


뻔뻔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할 겁니다.


 


너희 일자리가 없는 건, 니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조사하면 다 나와.


 그래서 비경제활동인구인거야. ㅎㅎㅎ


동의하시나요?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의 주장과 같이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를 구분하는 것이


보편타당한 것이었을까요?


통계청의 실업자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정의를 비교해보죠.


 


1960(주택총조사)의 개념입니다.


 (실업자란) 조사일 직전 7일간에 경제활동력이 있으면서 현급 또는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나


 자가영업 및 영농에 한시간이상을 종사하지 않은 자로서


 다음과 같이 구직자와 비구직자로 구분하였다.


 (1) 구직자 : 조사일 직전 7일간에 일거리를 구하여 본 자


 (2) 비구직자 : 조사일 직전 7일간에 일거리를 구하여 보지 않은 자로서 비구직사유가


                     일시적병, 구직단념, 일기불순(조사표 15란삼조)_등에 해당하는 자


(구직자와 비구직자 모두 실업자로 분류하고 있죠)


 


1999(경제활동인구조사)의 개념입니다. 현재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실업자란)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기간에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일을 하지 못하였으며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던 사람으로서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말함.


(1960년 개념에서 비구직자를 제외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업률 개념의 왜곡




왜 실업률 개념을 바꿨을까요? 이유는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 개념으로 실업률을 계산하면 15세 이상 인구의 40%를 넘어서기 때문이죠.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일자리가 없는 겁니다.


1960년대에는 워낙 못 살던 시절이니, 이런 통계가 용납될 수 있었겠죠.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면 개선될 거라고, 그러니


기업들 성장할 수 있게 저임금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조금만 버티자고 주장하면서요.


 


그런데, OECD에 가입한 현재에도 인구의 절반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이 열심히 연구를 합니다.


실업률을 많이 줄일 수 없을까?


 


그래서 나온 개념이 경제활동, 비경제활동이라는 알쏭달쏭하고 자의적인 개념입니다.


취직 못하는 것을 비경제활동이라고 하자는 거죠. 참 기발합니다.


맘 같아서는 취직한 사람만 경제활동을 하는 거라고 하고 싶었겠지만,


그러면 실업률은 항상 0%.^^


 


그래서 꾀를 낸 것이 구직활동이라는 어이없고 자의적인 개념입니다.


최근에 구직활동을 안했다면(증명할 수 없다면!)


 (게으른) 비경제활동인구라는 거죠.


 


덕분에 실업률은 5% 미만으로 유지됩니다.


취직된 사람과 구직활동자들만 경제활동인구로 보고,


그 중에서 구직활동자들의 비율만을 실업률로 보니까요. 참 기발합니다.




비경제활동? 왜 우리를 조롱하는가.


 


그들은 비경제활동이라는 것을


육아, 가사, 재학·수강 등, 연로, 심신장애, 기타(쉬었음, 취업준비 등)로 분류합니다.


(통계청 고용동향조사, 2010 11)


 


그럴 듯해 보이죠.


집에서 애 키우느라, 남편 밥 해주느라 취업 안한 주제에 뭐가 실업이냐 이거죠.


 


하지만 속으면 안 됩니다.


과연 자발적으로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고 있는 주부들이 몇 %나 될까요?


여성복지가 잘 되어있어서 일과 육아·가사를 병행할 수 있어도 그렇게 전업주부가 많을까요?


비경제활동인구라고 전업주부들을 조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의 눈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휴학 등을 통해 학생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나 봅니다.


비경제활동인구라 제쳐두고 말입니다.


 


기타 항목의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쉬었음’… 그냥 기가 막힙니다.


 


본질은 단순하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합니다.


복잡하게 꼬지 말고 본질을 가지고 얘기하자는 거죠.


취업이 안 되어 있으면, 실업인 것이죠.


‘100% – 고용률% = 실업률%’이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합니다.


복잡한 개념을 꼬아서 현실을 왜곡할 이유가 없습니다.


 


40%의 실업률을 발표하고,


필요하다면 그 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부연설명하면 되는 거죠.


일이 없어서 육아, 가사, 학업 등에 매달리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서 말이죠.


 


그리고 정부가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하나하나 우리에게 보고해야겠죠.


 


가끔 보면, 진보진영에서도 실업률이 개선되었다는 선동에 넘어가는 듯한데,


많이 답답합니다.


 


이상 공식적으로 실업률이 감소되는 시점에 실업자가 된 이의 푸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