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본질은 신자유주의체제가 자체 모순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 하고 붕괴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첫째, 이번 위기는 신자유주의 시기동안 여기저 기서 (지역적으로) 터졌던 위기들과는 달리 이전 체제로 복귀할 수 없고, 둘째 그렇 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대안적 체제를 모색해내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심 화될 수 있으며, 셋째 새로운 세계체제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을 어떤 세력이 제시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세계 민중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도 대폭 달라질 것이다.

G20이 신자유주의 화두를 완전히 버리고, 초기의 문제의식인 안정성 화두를 꾸준 히 추진하게 만들려면, G20밖의 시민사회가 세계적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압력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G20에 대한 비판 적 입장을 견지하며, 이런저런 개혁요구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총체적 대안을 제 시하고 있진 못하다. 이에 G20밖에서 제시되고 있는 세계 금융·경제체제의 개혁요 구 중 가장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그룹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름 아닌 조셉 스티글리츠의 주도로 UN전문가 위원회에서 만든 국제 금융· 경제체제 개혁안이다.

G20 자체를 거부하자는 입장에서부터 G20에서 금융개혁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 빈곤 문제 등 모든 사안들을 다 논의하도록 하자는 의견까지 시민사회의 주장은 다 양하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국제적 공조기구로서 (혹은 세계정치경제 화두를 주도하 는 특권기구로서) G20에 대한 입장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세계경제체제가 필요하다 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여기서 스티글리츠 리포트라고 알려진 특정 그룹의 개혁안을 중심으로 G20밖의 개혁요구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들의 개혁안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세계적 차원에서 시민사회에 필요 한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의 성격에 관해서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해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안을 새로운 대 안체제 운동의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스티글리츠의 개혁안은 분절적인 정책 대안이 아니라 총체적인 ‘구조적’ 대안이란 장점이 있다.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체제적 대안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지만, 신자유주의에 체제 전체에 대한 대안을 제 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정치경제적 모델에 대한 논의의 기준점 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 스티글리츠의 UN보고서가 나오게 된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 다음, 2절 에서는 스티글리츠의 위기 진단과 문제해결의 기본원칙을, 3절에서는 개혁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겠다.

UN 전문가 위원회와 스티글리츠 보고서

이번 글로벌 위기와 관련한 국제적인 공조체제로서 G20만이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만, 사실 첫 G20정상회의가 열린 즈음에 UN총회에서 위기의 원인진단과 대응방안, 그리고 새로운 대안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위원회(Commission of Experts) 를 출범시켰다. 이 전문가 위원회가 설립된 데에는 제63차(2008.09 ~2009.09) 유 엔총회 의장이었던 미구엘 데스코토 브로크만(Miguel D’escoto Brockmann)의 영 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그는 니카라과의 외교관이자 정치인이며, 천주교 신부이기도 한데, 해방신학자로서 과거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니 카라과 혁명 이후 외무부장관을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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