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세제개편안,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를 차라리 폐지하라. 세제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른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 지난 8월말 정부는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 계획을 밝혔다.(“투자”라는 단어가 들어 있음에 일단 주목하라.) 용어가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대략 고용창출을 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라는감이 올 것이다.이 제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가 일자리를 지원함에 있어 재정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할 것이냐 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라 함은 대표적으로는 희망근로 사업과 같이 특수(!)한 시기에 시행하는 단기성 사업이었다. 이외에도 갖가지 사업들이 있으나 최근에 시작된 근로장려세제(EITC)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써 일자리 사업이라 부르기에 의심스런 것들이었다. 정부의 고용정책이 실은 ‘성장 만능주의’ 에서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 역시 이런 성장주의와 기업지원에서 별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러나 기업을 지원함에 있어 고용창출에 엄밀하게 연계시킨다면 ‘차악의 수단’ 정도는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금이 기업의 쌈짓돈으로 전락해온 현실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말이다. 또한 이 제도는거시적인 경제운용에 초점을 맞추었던 고용정책 패러다임에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는점에서도 ‘차악의 수단’ 정도는 된다. 성장-고용의 연계가 완전히 단절된 현재의 경제구조에서는 거시경제 운용만으로는 고용을 확대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 미시적 개입을 통해서 개별 기업의 고용행태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즉, 동일한 재정이라 하더라도더 많은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에 우선적으로 배정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고용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대기업 지원이 목적 문제는 요란한 정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사실은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라는 데 있다. 곧 시한이 종료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흔히 임투세액공제라 부른다.-라는 것이 있는데, 실은 이를 대체하는 것이 실제 목적이면서 교묘히 ‘고용창출’이 목적인 것처럼 정부가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임투세액공제는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그 투자액의 7%를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제도이다. 매년 이 세액공제를 통해 2조가 넘는 세금혜택을 기업에게 주고 있는데 이 중에서 90%에 가까운 약 1조 8천억원이 대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법인세를 납부할만한 여력이 없으니 세금혜택을 받을 수가 없는 탓이다.‘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임투세액공제 제도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그저 고용창출 조건을 하나 더 넣었을 뿐이다. (그래서 “투자”라는 단어가 제도명에 들어 가 있다.) 다시 말해서 고용창출을 한 설비투자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게 지원 조건을 아주 조금 까다롭게 했을 뿐, 중소기업들에게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고용의 약 90%를 책임지고 있다. 고용창출 세액공제는 이들에게 10%의 세금혜택을 주는 것이다. 왜 기존 제도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가? 비슷한 이름의 ‘고용증대 세액공제’라는 제도가 있다(여기에는 투자라는 말이 빠져 있음에주목하자). 이 제도는 이미 조세특례법 시행령에 들어 있는 것으로써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와 마찬가지로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소기업에게만 혜택을 주도록 명시되어 있다. 고용규모를 증대시킨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고용 1인당 300만원(상시노동자) 또는 150만원(단시간노동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지금까지 정부가 공개적으로 논의에 붙여 온 것은 ‘고용증대 세액공제’제도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각계가 이 제도의 개선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느닷없이 8월달의 세제개편안에서 유사한 이름의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가 발표된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고심한 것처럼포장을 하면서.기존의 고용증대 세액공제 역시 많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총고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지확실하지 않고, 혹고용을 늘린다해도 저임금 비정규직 채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과 같이 세액공제의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보다 분명히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미국식의 세액공제가 아니라 유럽국가들과 같이 임금 혹은 사회보험료 보조 형태가 취약계층의 고용확대에 보다 더 유리하다.어쨌든 세액공제를 하든, 사회보험료 감면을 하든 분명한 것은 대기업이 얻고 있는 수혜가 취약 노동자들과 중소기업에게로 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렇다면 대기업이 고용을 더 늘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에게도 감세의 유인(인센티브)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대기업이 고용을 지금보다 훨씬 확대해야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의 시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학자는 고용확대를 위해서는 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낙시꾼에게 자전거를 사 주어야 한다는것이냐?’ 더 많은 고기를 잡으라고 보냈더니 한적한 교외에 갈려면 자전거도 필요하다고 생떼를 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우리네 말에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말이 있다. ‘고용창출’이라는 허울 뒤에는 대기업의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는 음흉한 의도가 숨어 있다.이런 형편이라면 차라리‘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편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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