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에 항거한 민중의 투쟁이 총칼로 찢겨지고 광주시내가 온통 피에 물들었던 그날로부터 30년,그 동안 이날의 참극은 몇 편의 드라마나 영화로 재현되면서 당시 일을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그날에 폭도로 몰렸던 시민들은 항쟁용사가 되었다.모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그런데 희석되고 잊혀질까 걱정되는 일이 한가지 있다. 바로 그날 항쟁 시민들에게 향해졌던 국군의 발포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이다.그것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도 없는 기형적인 나라이며 그날의 발포 또한 군 통수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명령이나 승낙이 없이 행해질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서 드러난 또 다른 사실은 결코 우리의 혈맹도 수호자도 아닌 ‘양키’의 본색이다.


 


60년대에 국민의 힘에 의해 이승만 정부가 무너졌으나 박정희군사독재가 새로 등장했고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다시 국민의 힘에 의해 무너졌으나 또 다른 군부독재가 등장한, 안타깝기만 한 역사의 반복, 그 뒤에는 역시 미국이 있었다.그렇지 않다고? 그렇다면 덜레스가 자신의 CIA국장 재임 중 가장 성공했던 일이 한국에서의 박정희 군사쿠테타였다고 말한 것, 또한 박정희를 쏘아 죽인 김재규가 법정에서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큰소리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나?


한국인들이 뒤늦게나마 이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반미의 무풍지대로 불리던 이 땅에서 ‘양키 고홈’이 외쳐지고 민중의 요구도 단순한 독재 타도나 민주화 실현이 아닌 자주-통일로 바뀌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날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고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이며 한국이 이제는 중도 자본주의 단계에 이르렀는데 언제까지 ‘대미 예속성’을 거론하느냐는 것이다.그런 이들과 논쟁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자못 묻고 싶어진다. 한국이 진짜로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워졌나?


그들이 YES 라고 대답한다면 다시 물어보고 싶다. 5.18 항쟁 이후 ‘효순이, 미선이를 살려내라!’고 절규했던 반미 촛불시위로부터 2년 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서 일어난 촛불시위 등 한국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사건들 가운데 미국과의 관련성이 없던 것이 얼마나 있었나?


 


천안함 사건도 그렇다. 현 정부의 6.15-10.4 선언 부정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근본원인은 제쳐두고 어떻게든 북의 소행으로 몰아붙이려는 ‘진상조사’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미국은 바로 직전까지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했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주장을 슬쩍 덮어버리고 한국 정부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이런 마당이니 MB의 ‘실용독재’ 역시 누구에 의해 부추겨지는 것은 아닌지, 또 그들의 반북대결입장도 결국 미국의 ‘독리’에 따른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조만간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게 되었으니 그런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겠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작전권 환수를 유보(사실상 반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라.결국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광주의 영혼들이 “제발 정신 차리세요!”하고 외치는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