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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면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한국의 저출산율이 논의되는 방식을 좀 비딱하게 보고 싶습니다. 대부분 저출산율이 “문제”다라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정부의 출산율 정책이나, 출산과 육아에 관련된 정책, 경제적 어려움, 복지정책의 미비 등 비판적 입장에서 이슈를 다루는 분들도 사회의 지배자나 관리자 입장에서 정의된 “문제성” 자체를 당연한듯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말이 ‘진보진영’ 입장에서는 사회의 인적구성이 다이아몬드형이 되든 역피라미드형이 되든 상관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피지배계급의 입장에서도 사회가 운영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적구성과 구성층위의 연령별 계층별 소득별 … 균형은 당연히 큰 관심사입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성”의 내용입니다. 저출산율이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나오는 내용들은 주로 국력의 저하, 소수의 청장년층이 다수의 노인층을 부양 등 사회를 관리해 나가는 집단의 정서입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논의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패러다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중요한 사회경제적 문제의 원인을 저출산율에 돌리고 있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아져 문제라고 규정하고 산아정책 펼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지배계급의 근시안적 사회운영이 근본문제이며, 소수의 청장년층이 다수의 노인부양 문제 걱정말고 현재의 청년실업자 문제나 해결해야…
이어서..
노인층 인구 증가는 생물학적으로 노인으로 규정되는 적정 연령도 변화하므로 일하는 정년도 증가하면 되고, 노인문제의 핵심은 저출산율이 아니라 빈부격차의 심화와 사회안전망의 부재이다. 산업도 자동화의 보편화로 젊은 층의 근육에 의존하는 경제의 비중은 20세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본인의 친척 중 칠순이 되신 분이 지금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계신다.
사회현상에 대한 사회적 가치 규정은 좀 더 신중히 따져봐야할 부분이 있다. 애 안 낳는 부부는 문제부부인가? 결혼 안하고 일인 가구로 살고 있는 수많은 남녀들도 문제아들인가? 우리는 몇 명의 아이를 낳아야 ‘정상’적인 부부라고 말할 수 있나? 2명 아니면 3명 …5명?
저출산과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는 전통적인 사회에서 그 구성원들에게 ‘강제로’ 부과되었던 출생, 혼인, 출산, 죽음에 대한 철학(대부분 종교적인 세계관)이 자본주의적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로 해체되면서 생긴 것이다. 해체가 종교적인 세계관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규정성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노병사에 대한 여러 세계관이 혼재하고, 아노미적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자본주의적 해결방식이 우리 삶 전체에 침투해 있는 것이다.
진보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인간의 생노병사에 대해 어떤 철학과 문화를 제시할 것인가?
이어서…2
저출산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노병사에 대한 철학과 문화를 논하면 뜬구름 잡는 것일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안토니오 그람쉬가 “모든 인간은 철학자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무식”해도 그 나름대로 완결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가치판단에 앞서 결혼하고 애를 낳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은 현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이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의 근거로 삼을 것인가? 이에 대해 생각하고 나서 개인이 알아서 선택? 국가적 캠페인? 사회적 환경조성? 등을 이야기 해야…
타당한 지적입니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는 국력 등의 문제로 접근한 반면 프랑스 등은 사회변화 측면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삶의 변화된 양식을 어떻게 제도화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출산을 문제라고 하는 것은 실제 문제이기 때문이지 출산을 하지 않거나 오래사는 노인층에 대한 공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된 사회환경에 맞는 사회제도 및 문화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진보는 저출산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아!!라는 현실의 핑게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저출산고령화문제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이고 진보는 그것에 대한 답을 해야 합니다. 그 방향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형준 연구원 지적에 동의합니다. 지금 남아 도는 게 실업자에 노숙자 같은 산업예비군인데, 애를 더 낳으면 어차피 노동력 과잉아닌가요. 저출산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적정 인구 수를 “자본의 이윤 추구에 적정한 노동력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력의 공급량”을 전제로 깔려 있는 것 같아요.
또 돈 없는 대학생들이 실수로 애를 가져버리면 경제적 부담이나 사회적 부담 때문에
낙태해버리는데, 애 키우는 대학생, 청소년은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고 있는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문제를 자본이 주장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반대-옳습니다.
하지만 저출산문제를 의제로 하는 것 자체가 자본의 논리에 포함되는 것이다-아닙니다.
진보가 먼저 사회변화-가치관변화-경제적 위기 속에서 개인이 선택한 저출산현상에 대한 의제화, 대안제시가 있어야 합니다. 저출산문제를 노동력 공급 문제로만 보고 현재 실업자도 많은데 무슨 저출산이야…하는 접근이 오히려 자본의 논리아닐까요?
우리가 인간이기 이전에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동물의 본성이 종족번식일진대, 생명을 가급적(?) 낳지 않으려는 사회적 현상, 이것은 자본과 노동의 논리 이전에 ‘문제’라고 봅니다. 그 고귀한 자본의 논리에 따르면, 노동력이 부족하면 해외에서 유입하면 그만이므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노동력의 재생산을 미래 인구의 축소로 적응하는 사회라면 미래가 보잘 것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래에 희망이 없기에 아이를 더 갖지 않으려는 사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란…? 아이를 키워보니 이것보다 더 훌륭한 삶의 가르침과 보람이 없다고 여기는데, 사회가 이것을 박탈하려는데 안타깝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출산문제를 저출산 현상이라거나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주자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불안, 개인의 고통, 삶의 어려움 등이 저출산문제를 야기합니다. 이를 정책적으로, 대안적으로 풀어봐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합니다. 약간의 정책적 변화와 경제개선 등이 출산율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를 증명합니다.
문명으로서의 자본주의로 접근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자본-노동 간의 “경제적 착취”가 자본주의 사회에 매우 중요한 측면이긴 하나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주진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독특한 세계관, 인간관, 사회적 질서에 관한 원칙에 기초하여 인간의 사회적 삶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서의 여러 가지 문화 형태와 현상을 만들어 냅니다. 자본주의 문명은 데카르트적 공간과 원자론적 우주관과 그를 사회적으로 적용한 개인주의에 기초해 펼쳐져 왔습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생성적generative”인 담론 혹은 패러다임으로서 아주 간명하지만 그 원칙을 고수하며 이루어진 역사적 운동의 결과물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제도들을 만들어 냅니다. 진보진영은 과연 이에 대응하는 원칙들, 자기복제를 하며 우리 삶의 과정에 관한 무수히 많은 문화적 형태들에 대안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생성적 담론을 세울 수 있는가가 근본적 과제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공동체주의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질서의 근본 원칙을 간명하게 세우고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러 문화적 형태를 제시하는 것…
자본주의적 세계관과 질서가 일반적인 저출산을 야기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한가하게(?) 자본주의적 세계관이나 개인의 선택 따위를 논할 상황이 아닙니다.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 간에도 출산율의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고 있는지 살펴봐야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보고서는 기획의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기존의 논의에서 나아간게 없이 싱겁게 마무리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네요. 사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너무나 명백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성들을 기존의 전통적 세계관으로부터 해방시켜 놓았으면서도 그에 적합한 가족을 위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있죠. 구체적으로 말해서 여성들도 일하고 싶어하고 일 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아이를 낳고서도 그 일을 계속 할수 있도록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속적으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이죠. 또 다른 이유로는 의료비/양육비/교육비 등 비용이 너무 커진데 반해 사회가 책임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구요. 보고서 저자는 문화적 측면을 가장 강조했지만 이런건 이미 옛날 얘기고.. 노동/사회/경제적요소가 더결정적으로 보입니다. 당장 육아휴직과 복직이 제대로 보장되기만 해도, 아니 모든 직장에서 칼퇴근만 보장되기만 해도, 검진과 출산에 필요한 의료비용 보험적용만 해줘도 출산율은 올라갈듯..
비단터님의 지적도 타당합니다. 제가 저출산기획을 시도한 계기도 몇가지 정책적 변화에서부터 사회의 근본적 문제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안제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많은 정책들은 나와있지만 왜 집행이 잘 되지 못하고 국민적 의제로 떠오르지 못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진보에서도 중심의제로 상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구요…국가적 차원의 주요 의제로 상정하고 국민의 힘으로 강제하기 위한 이슈선점과 대안제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앞으로 많이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