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아닌 공포로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보수주의자들은 경제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품 공급자 또는 수요자로서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시장에 참여해 거래를 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전 세계는 앞다퉈 재정지출을 했다. 4년 이상 공격적인 금리 통화정책으로 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시장의 효율성과 자기조정 능력에 대한 과신은 크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사실 역사적 현실은 시장의 자율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자본주의 시장을 존립시켜 왔을지도 모른다. 1920년대의 금융자유의 시대, 1980년 이후 금융자유주의 시대는 대공황을 초래하면서 잔인하고도 거대한 시장의 붕괴, 시장의 실패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규제 자본주의가 시장경제에 가장 적합한 것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 것이다. 그런데 조폭 세계도 아닌 시장경제에서 국가의 합법적인 개입은 고사하고 [...]
“오락가락 재벌개혁, ‘기업집단법’ 제정이 대안이다”
‘재벌 개편’ 법적 틀 제시권한과 책임 명문화해야독과점 규제 가능케 되고주주·노동자 권리도 보장막상 총선에서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누그러졌지만 재벌개혁이 절박하다는 문제의식은 정치권이나 학계, 시민사회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넓은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지금 어떤 개혁이 필요하고 어떤 개혁 수단이 동원되어야 하는지는 백인백색이다. 2009년에 폐지된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부활하자는 의견에서부터 순환출자 금지 같은 새로운 사전규제 장치를 동원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재벌과 총수일가의 범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편법 증여를 막는 것이 긴요하다는 주장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가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조금 호흡을 길게 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재벌개혁 논쟁을 파악해 보자.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구축되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큰 틀의 재벌규제 체제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 동안 점차 약화되고 대신 시장 자율이나 자본시장을 통한 견제에 맡겨지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
역사로서의 오늘
내가 운좋은 사람이란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지만 역사로 공부를 시작한 건 틀림없는 행운이다. 순간 순간 내가, 우리가 역사의 흐름 어디쯤 서 있는가를 점검하도록 훈련을 받은 건 그야말로 천운이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스위지는 “역사로서의 현재”라는 책 제목에 그의 도저한 역사의식을 담았다. 신기하게도 역사의 굽이는 가장 단순한 장기 시계열 그래프에 간명하게 나타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사회경제지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 이전에도 학자들이나 관료들이 듬성 듬성 시장만능론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려 시도한 적은 있지만 우리 나라가 본격적으로 “시장국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세계화” 이후였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97년 외환위기를 맞았는데 “준비된 대통령”은 IMF의 요구로 인해 그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대로 그는 “구시대의 막내”였고 “한미 FTA"는 시장국가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그 ”구시대“는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
[착한경제학]정답은 중소기업에 있다
지난 번에 쓴 것처럼 강력한 재벌규제를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럼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다. 단순한 기우는 아닌 것이 재벌들은 이런 정책에 강하게 저항하거나 아예 국민경제를 볼모로 파업을 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강철규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총수들에게 하도급 단가 인하를 자제하라고 부탁하자 모 회장은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10% 단가 인하를 지시했다. 나는 정권이 싫다고 정말 수익성 있는 투자를 포기하는(파업하는) 재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를 미뤄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내는 일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다.그렇다면 재벌규제를 하면서도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을까? 역시 답은 “안으로부터, 그리고 아래로부터”이다. 자주 듣는 말, ‘9988’이란 우리나라 사업체 수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이들이 고용의 88%를 담당한다는 말이다. 이들이 매년 투자를 10% 늘리고 한 사람씩 더 고용할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답은 나왔는데 방법은 뭘까? 우리나라만큼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
보육공약, 공수표 안 되려면
이번 총선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치로 무너진 서민층의 삶을 되살리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임기 4년 동안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각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복지를 약속하는 이유도 양극단으로 갈린 사회구도를 조금 바꿔보려는 데 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와 비교해 보더라도, 이번 총선에 나온 복지정책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습니다. 새누리당마저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보육정책은 모든 정당이 무상보육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상보육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 정당들이 이명박 정부의 보육정책과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는지, 현실 보육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남은 투표일 전에 챙겨봐야 합니다. 현금지원 80%, 다른 사업 후순위 밀려나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며 ‘70% 복지’로 선을 그었던 지난 선거와 달리, 지금은 보육료나 양육수당의 보편지원을 말합니다. 자유선진당도 저출산 개선을 위해 무상보육을 [...]
전경련 해체 적임자는 이명박 대통령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됐다. 오죽했으면 3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만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도한 반기업 정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골목상권 보호와 사회적 공헌활동을 강화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을까. 이틀 전인 1일에는 유통상인들이 전경련회관 앞에서 ‘전경련 해체 및 유통재벌 규제’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했다.흔히 재계를 대표한다는 전경련은 61년에 만들어졌으니 거의 재벌의 역사와 비슷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춘 한국경영자총협회나 공식적인 성격을 지닌 100년 역사의 상공인 조직인 대한상공회의소와 달리 전경련은 재벌 대기업들의 임의적 이익단체다. 또한 다른 단체들과 달리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전경련의 목표부터가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인 색채를 띤다. 거기에다 공식적으로는 제조·무역·금융·건설 등 전국적인 업종별 단체 67개와 우리나라 대표적 대기업 436개사를 회원으로 한다고 하지만, 주로는 재벌 대기업 집단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