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논란, 의사인 내가 걱정하는 진짜 이유
며칠 전 의사협회로부터 전자메일을 통해 공문이 도착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시간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합니다.”로 시작하는 공문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후 ‘건정심’) 위원회 구성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이번 포괄수가제의 강제 표결 통과를 앞두고 의사협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으로서 ‘2012년 5월 24일’이라는 날짜로 끝을 맺고 있다. 이번 포괄수가제 확대 조치를 할r결정한 건정심은 2012년 5월 30일에 열렸으므로 사전 엄포의 의미와 의사협회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포괄수가제의 내용 국민들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해당 병의원에서는 진료비 수입을 얻게 되는데 거기에는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예산제, 봉급제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래 중심의 동네의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가 적용되고, 수술 및 난위도 높은 치료를 하는 병원급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 행위에 따라서 진료비가 달라지는 것인데, 충수돌기염(맹장염) 수술을 하더라도 투여한 약이나 재료, 입원 날짜에 따라 [...]
통합 진보당 사태와 치킨게임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통합진보당 사태’다. 아마도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그래서 누가 되든 진보개혁진영의 대선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면 나는 새사연의 새 책, <리셋 코리아>의 실행계획을 만드느라 연구원들을 다그치고 있었을 것이다. 책에서 난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할 때가 되었다고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바야흐로 ‘진보의 시대’를 열 것이기 때문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민주통합당이나 새누리당도 외치는 건 그 증거이다. 이 위기에서 벗어날 진보적 정책기조를 제시하고 국민으로부터 현실적 정책능력도 인정받을 차례였다. 그런데 바로 이때 ‘진보세력’이 자멸하고 있다.앞으로 몇 번에 걸쳐 ‘착한 경제학’으로 본 ‘통합진보당 사태’를 연재할 생각이다. 현 사태를 한 방에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 예컨대 분열된 집단을 치유하기 위한 ‘진실과 화해’의 구체적 프로그램, 당내 정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진보라는 더 큰 가치의 실현방식에 동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
무분별한 시장(market) 찬양 후보를 경계하라
우리나라 언론에는 극히 짤막하게 소개되었지만 지난 5월 3일 남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국유화 결정이 있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의 자회사인 YPF를 재국유화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의회가 승인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찬성 207표 반대 32표 기권 6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국유화를 승인했다. 이로써 당초 국영기업이었던 석유회사 YPF는 1993년 민영화, 1999년 외국기업에 매각을 거쳐 다시 국유기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아르헨티나는 주권국가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 자원을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의회는 대통령의 결정에 적법성을 부여했습니다.”라고 하면서 아르헨티나 정치권은 당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스페인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남미와 유럽 연합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아르헨티나를 빼자는 등 요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서방언론들도 이를 대서특필했다.국유화가 필요한 곳에 국유화는 당연한 것이다.국민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간산업이나, 제한된 국가자원과 사회적 시설에 대한 국유화에 대해 이제 민감한 [...]
어두워진 경제전망, 대선에 어떤 영향 줄까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 우리 모습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현재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부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한 발언이다. 도대체 1년이나 6개월 뒤의 얘기도 아니고 한두 달 안에 벌어질 상황이 예견이 안 돼 우리 경제의 하반기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당연히 국내에서 일어날 일은 아니다. 유럽대륙에서 들려올 소식을 고려해 둔 것이다. 6월 초에는 유럽의 3대 경제강국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6월10일에는 프랑스가 대선에 이어 총선을 치른다. 의회도 사회당 계열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달 17일에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그리스 재총선 날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가 이끄는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18~19일에는 G20 [...]
그리스의 선택, 아이슬란드의 선택
그리스가 또다시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의 기로에 서게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5일 기사에서 “그리스가 직면할 여러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은 한발 더 나아가서 "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6월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며 극단적인 상황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그러나 이러한 전망과 무관하게 그리스 국민들에게 극단적인 국면은 이미 한참 전에 와 있는 상태다. 지난해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무려 마이너스 6.9%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후퇴다. 올해도 공식적으로는 마이너스 4.7% 이상 추락할 것으로 전망돼 2008년부터 무려 5년 연속 경기후퇴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스경제는 사실상 파탄난 것이고 공황상태라고 봐야 한다. 실업은 더 끔찍하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던 2008년 9월까지 그리스 실업률은 7.5%로,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여느 유로존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2월 그리스 실업률은 21.7%로 [...]
프랑스 성평등 내각, 구경만 할 것인가?
최근 프랑스가 17년 만에 좌파 정권을 맞아 새 역사를 쓰고 있죠. 올랑드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장관 34명 중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하면서 양성평등 내각을 구성해 세계인을 놀라게 했는데요. 프랑스와 비슷한 시기에 선거를 치른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현재 여성가족부와 환경부 장관직에 2명만이 여성이고, 19대 여성 국회의원은 단 47명으로 전 국회의원의 15.7%에 그쳤습니다. 여성 정치할당제 30%에도 ‘유리천장’ 높아 한국은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여전히 낮은데도 지역구 공천과정부터 여성 의무 할당제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공직선거에서 여성 정치할당제가 등장한 때는 2000년이죠.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의회선거에서 여성 후보자를 30% 추천하기로 정당법에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강제력이 약하다보니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16대(2000년)까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한자리 수에 머물다, 17대(2004년)에 13%대에 진입한 후 19대에 와서 15.7%를 이뤘죠. 여성 정치할당제 등장 12년 만에 여성 정치 참여율이 15% 벽을 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