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이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지난 5월 1일 <PD저널>에 ‘패배 이후’라는 칼럼을 쓴 이후, 통합진보당 상황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해 주는 문장이 있을까. 통합진보당 정파들은 정확히 ‘치킨게임’을 치르고 있다. 어느 쪽이든 탈당하면 망할 거라는 예측 때문에 당이 깨지진 않겠지만, 비극은 이 게임이 ‘미친 놈’이 이긴다는 사실(<PD저널> 2011년 11월 30일자 ‘미친놈과 바보의 게임’을 참조하시라)에 있다. 만일 두 집단이 냉정하다면 어느 한 쪽이 양보를 하는 것이 치킨게임의 균형인데 양 쪽은 6월말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로 양보 집단을 결정할 요량이다. 다수결은 어떻게든 결론을 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최후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지만 또한 민주주의의 여러 해법 중 가장 덜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다수결에 의한 양보가 진정한 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냐에 있고 더 큰 문제는 이런 해결이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 여부다. [...]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
지난 총선부터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였던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위험한 국면을 통과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어려움과 맞물리면서 경제 민주화는 가장 중요한 대선 의제가 될 것이다. 이를 예고하듯 전경련과 산하 연구원인 한국경제연구원이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지난 4일 경제 민주화에 대한 대기업의 반론을 적극적으로 펴기 시작했다. 전경련은 법·경제·철학이론을 모두 동원해 경제 민주화 논리를 반박하는 큰 스케일(?)을 보였다. 우리 헌법에 비춰 볼 때, 경제 자유화·자유시장경제가 원칙이고 경제 민주화는 극히 예외적인 국면에서 법률이 정하는 한도에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이론적으로는 소비자 선택 이론을 들고 나오면서 소비자 주권에 기초한 자유로운 소비자 선택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경제 민주주의에 접근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편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더니 경제 민주화를 예외적인 정책이라고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전경련이나 [...]
통합진보당 사태, 착한 해법은
해결 방향은 명확하다. 서로의 생존을 보장하는 해법에 합의하고 보수를 확정해서 사슴사냥 게임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지난번에 현재 통합진보당은 치킨게임이라는 사회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물론 복잡다단한 현실을 이렇게 간단한 게임으로 파악할 때 언제나 주의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이다. 예컨대 현실에서는 두 당사자(정파)가 마음 속에 서로 다른 보수(報酬)표를 품고 있기 일쑤다. 하지만 양쪽 당사자 모두 ‘지금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해서 자기 뜻을 고집한다는 점, 그리고 지금처럼 나가면 진보 전체가 망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치킨게임 상황임에 틀림없다.<착한 경제학>을 꼼꼼히 읽은 독자라면 이번 사태에서 ‘공유지의 비극’도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 각 정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진보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해도 마찬가지다) 수십년 동안 진보가 목숨을 걸고 쌓아온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런 신뢰야말로 우리 모두의 공유자원이다. 그렇다면 노박의 ‘인간 협동의 다섯 가지 [...]
양극화의 핵심요인, 비정규직 노동자
통계청의 2012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이용해 계산해 본 결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나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비정규직 개념을 따를 때 전체 임금근로자 중 48%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절반을 넘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심지어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규직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들을 의미합니다. 작업형태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대우나 노동환경의 격차가 큽니다.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높은 고용불안정성, 그러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은커녕 더욱 낮은 임금, 상당수는 직장으로부터 사회보험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2년 3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39만원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278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는 60% 이상이 사회보험을 직장 제공받지 못합니다. 가구의 주소득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일 경우 그 가구는 근로빈곤 [...]
삼성전자 윤슬기님의 죽음을 보며
새사연 회원님들! 안녕하신지요?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하지가 얼마 안 남았군요. 아침 저녁으로는 그래도 습기가 적어 선선하지만 금새 더워지고 목에 땀이 흐르곤 합니다. 건강 잘 챙기셔야 겠습니다. 어제는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13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신 고 윤슬기님의 장례기사를 읽었습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절에 남의 어려움을 자기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는 그 자체 만으로 오지랍이라고 타박당하기 일쑤입니다. '지 코가 석자인데 지나 잘하지" 라고 말하면서 괜히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나와 너"가 만나 또 다른 우리가 될 때 남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일터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의심된다면 이는 나 자신의 건강에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도합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하루를 대부분 직장에서 보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늘 일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일도 열심히 [...]
모든 지표가 아래를 향하고 있는데, 대선주자들은?
모든 지표가 아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경제 형편이 나빠지고 있는 징후가 이제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스페인까지 구제 금융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는 유럽은 유로 존 시스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의외의 회복을 기대했던 미국경제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본은 할 줄 알았던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마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외부 여건이 이런데 한국경제가 무사할 리 없다. 2000을 탈환했던 주가는 다시 1800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을 포함해서 자본시장 전체가 다시 불안정하다. 실물 측면의 수출 둔화도 뚜렷하다. 연속 3개월 수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사실 2월만 빼면 올해는 계속 마이너스인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매년 적어도 두 자리 수 수출 신장이 되어야 경제가 어느 정도 활력을 가질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타격으로 2009년 수출이 크게 감소했던 다음으로 상황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