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여름, 몽골 의료봉사를 가다(4)
오늘은 몽골에서 마지막 진료를 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이 떠날 때가 제일 서운한 법이다. 그런 만큼 오늘은 진료실에 앉아서 조금이라도 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며 주민들을 맞았다.우리가 진료실 일부를 빌려서 활동하게 된 헨티 아이막(도)의 중심도시인 운드르항에 있는 종합병원 모습. 건물이 낡고 여기저기 파손된 흔적들이 보이지만 재원 부족으로 손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몽골에서 떠올리는 기생충의 추억이번 몽골진료에서는 다행히 피부연고를 비롯해서 알러지 분야나 위장약 계통은 많이 준비해서 끝까지 모자라지 않았지만, 기생충약은 오전 진료 하자마자부터 5상자에 담아온 것이 바닥을 드러냈다.진료 첫날부터 주민들에게 요충증의 전형적인 증상인 밤중에 항문이 가려워하는 아이들이 없는지, 혹시 대변을 보면 변에 간혹 회충과 같은 기생충이 보이지 않는지 꼭 물어보았다. 설사 내가 묻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도 교육을 잘 받아서 그러한 것들이 기생충 질환을 의미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먼저 [...]
경쟁의 종말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자신이 대통령직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 알리려는, 또는 상대방이 얼마나 부적합한지 알리려는 후보들의 경쟁이 뜨겁다. 지난 여름에는 모두 잠자야 할 시간에 전국이 함성과 탄식으로 들썩거렸다. 신문을 펼쳐 보면 각 면의 머리기사 대부분은 경쟁 결과나 그 상황이 채우고 있다. 언론에 나올리 없는 우리의 ‘찌질한’ 일상도 경쟁으로 가득 차 있다. 다윈에 따르면 생물의 삶 자체가 ‘생존경쟁’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그렇다 해도 인류의 경쟁은,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은 유별나다. 생산에 관한 모든 그래프, 예컨대 인구의 숫자라든가 1인당 섭취하는 칼로리, 에너지 소비량 등은 인류 역사 대부분 기간에 거의 수평선을 그리다가 한결같이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쯤에 수직 상승한다. 이런 경이로운 발전에 관한 극찬을 가장 많이 담은 책 한 권을 고른다면 마르크스의 자본 1권이 꼽힐 것이다.경쟁은 인간의 물질적 삶을 풍요로 이끌었다. 그러나 언제나 경쟁이 [...]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문제다
스마트폰 3천만대가 보급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단연 으뜸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다. 쌍방이 모두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 법원에서 압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을 가지고 말들이 많다. 실제로 얼마나 특허를 침해했는가 하는 기술적인 엄밀성 문제를 떠나 보호무역주의 같은 정치경제적 관점의 지적들이 우세하다. 애플과 삼성의 분쟁을 보고 있노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강경한 태도가 연상된다. 쓰러져 가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회사들인 GM·포드·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한 의도된 미국 정가의 행위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찌 됐든 그 후 지금까지 도요타는 북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GM은 세계 1위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 무대가 2012년에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 갈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가 커진 것일까.또 다른 분쟁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
경제 민주화, 마포 합정에서 찾아라
경제 민주화, 대선 최대 쟁점이 정말 맞는가? 네 달도 남지 않은 18대 대선의 최대 쟁점이자 이슈가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지 최근 상당한 회의를 갖게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가지고 도무지 여와 야의 구분, 보수와 진보의 구분, 대선 후보들 사이의 차별성이 생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통합당과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재벌개혁-경제 민주화 전망과 방안을 만들어내지 못한데 있다. 단적인 사례가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이 준비하는 금산분리 법안 내용이다. 새누리당 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9%에서 4%로 되돌리는 것을 넘어서, 기존에 재벌이 제한없이 소유했던 보험, 증권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묶어서 따로 분리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비록 소유관계를 끊어내는 진정한 금산분리는 아니지만, 은행이 아닌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준비해온 법안보다 더 전진된 것이다. 이처럼, [...]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3)
SEQ!!! 이번 호를 쓰면서 나는 ‘꿈꾸는 그대’로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의 활동가들, 그 중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떠올렸다. 8월 초 나는 캐나다 퀘벡 지역에 다녀 왔다. 퀘벡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예컨대 1900년에 시작된 데자르댕 신협그룹은 현재 퀘벡지역뿐 아니라 캐나다 전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금융기관인데 설립의 역사나 현재의 사업방식으로 보아 전형적인 협동조합 은행에 속한다.이번 학습여행의 말미에 내 머리를 친 아이디어는 SEQ였다. 서울~에밀리아로마냐~퀘벡을 연결하는 세 대륙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내 생각에 퀘벡은 불모지 한국의 사회적 경제 운동에 환하게 머리를 밝히는 영감을 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호의 얘기는 그저 즐거운 상상이라 해도 좋다.우선 세 지역을 비교해보자. 표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넓이와 인구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넓이에서 퀘벡주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의 7배가 넘고, 서울의 거의 300배(경기도에 비해서도 15배 정도)에 [...]
부실 어린이집 퇴출 가능하려면?
삼복더위에 빼놓을 수 없는 삼계탕이 한 어린이집 부실 급식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닭 한 마리로 원아 90명과 교사들의 점심을 제공한 어린이집이 해당 교사의 고발로 밝혀졌다. 이 같은 어린이집 급간식 부실이나 보조금 횡령, 아동 학대 등의 문제가 터질 때마다 어린이집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이전 3년간 보육료를 부정수급한 위반시설은 1300 여곳, 영유아 허위등록은 774건, 교사 허위등록은 528건 등으로 환수를 결정한 총 금액만 166억원에 이른다. 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눈 먼 돈'이냐는 비난이 빗발치면서 어린이집 문제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개정된 영유아보육법, 무엇이 바뀌었나?그러나 기존의 영유아법에는 부실한 어린이집을 감독할 법적 근거가 빠져있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문제가 된 어린이집이라도 운영을 이어가거나, 원장이 지역을 옮겨 다시 원을 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17일에서야 원장과 보육교사의 자격정지 기준을 포함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