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원 설립목적은 ‘공공의료’가 아니다.
어느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토론자로 온 어느 전문가분이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 취지를 말하던 중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과 지역의 풍토병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것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아, 정말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원이란 곳은 정말 희생과 봉사, 투철한 소명의식 없으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결국 희생과 봉사라는 것은 부유한 상황에서도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처지나 상황에 관계없이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타적인 관점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원들은 이익에 신경 쓰지 않고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 힘쓰다보니 ‘적자병원’이라는 온갖 비아냥과 그를 뒤받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까지도 비난을 할 정도로 힘들게 운영되는구나….이러한 생각들로만 끝났다면 내 머리가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두통의 주범은 토론자들이 아무도 공공의료원의 [...]
복지국가 회피하기 위해 창업국가로?
집권 한 달을 넘기고서야 박근혜 정부가 국정방향과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13년 경제운영 방향을 발표한데 이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 그리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까지 내놓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을 포함한 많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개념이 바로 ‘창조경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대선 공약에서 야당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 ‘보편복지’, ‘일자리창출’이라는 3대 핵심의제를 내걸었지만, 당선 이후에는 여기에서 크게 후퇴했다. 특히 경제민주화는 마치 ‘계륵’처럼 형식적으로 끼어 넣는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다. 대신 집권 초기 각종 무리수까지 감수하면서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행정부 구성이 한 달 동안 미뤄진 것이 그 사례다. 당초 미래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김종훈 전 내정자는 잘못된 인사 파동의 정점에 서 있기도 했다.문제는 갈수록 박근혜 정부에서 비중이 커져가고 있는 ‘창조경제’의 실체를 아무도 모른다는 [...]
사회적 경제의 본질은 민주적 자본주의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3월 19일 현재 설립 신청을 한 협동조합의 수가 65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었으니 100일 조금 넘는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아직은 우리 국민들에게 협동조합이 생소한 존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반응이라 할 수 있다.때문에 한편에서는 협동조합 열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관의 지원에 의지하는 모습, 협동조합에 대한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는 드물고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만이 쏟아지는 현상, 협동조합이 일자리도 창출하고 복지도 해결하는 만능수단인 것처럼 보는 태도에 대한 우려이다. 그리고 이런 우려의 근원에는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열기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라져버릴 일회성 바람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존재한다. 과연 협동조합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협동조합을 통해 지금의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경제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이에 [...]
개과천선 또는 개과천악
다행이다.부러 경제성장률을 낮춰서 추경예산을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지만 나는 그래도 객관을 인정한 박근혜 정부를 칭찬한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 정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제관료들이다. 놀랍게도 2012년 9월,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짠 사람이나 지금 2.3%를 들고 나온 사람은 똑같다. 한 나라의 경제, 그것도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경제 성장율이 불과 6개월 만에 1.7%p 수정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경제성장 예측 모형(이른바 동태확률일반균형(DSGE)모형으로 수천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돼 있다)의 전망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파라메터(방정식의 상수들)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그 수치들을 수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높은 이유, 모델이 잘못됐거나, 뻥튀기했거나이번 발표에서 왜 갑자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지를 조목 조목 밝히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들은 위에서 인용한 [...]
기술혁신은 일자리를 늘리는가, 줄이는가
애플의 주도하에 일궈진 스마트폰 혁명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불리한 경제 여건 속에서도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제 모바일은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인터넷 접속도구가 됐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확인은 사무실 책상을 벗어나 어디서나 가능하게 됐다. 더욱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친화도가 가장 높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급격한 확산은 개인 일상의 변화를 넘어 경제·사회·정치 영역까지 새로운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는 중이다.최근에는 일반인들이 접촉하는 프런트 엔드(Front-End) 영역을 넘어 백 엔드(Back-End)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 기술의 활용과 확산이다. 수십억 세계 인구가 수시로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와 SNS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비정형 데이터가 서버기기에 쌓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과거에는 알 수 없었던 정보 분석과 추이 예측이 점점 더 가능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역시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걸면서 출범한 뒤 [...]
키프로스 사태의 교훈
라키(Laki)화산폭발과 라이키(Laiki)키프로스 은행의 평행이론? 1783년 여름, 유럽의 변방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은 유럽 대륙 전체에 대재앙을 초래한 전주곡이었다. 그 전주곡은 바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과 화산재는 농업을 황폐화시켰고, 가축의 50%와 인구의 25%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8개월 동안 지속된 화산 폭발로 유럽 대륙은 물론 인도에까지 가뭄과 기근이 발생하여 6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 황폐화와 식량 기근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이끈 요인으로 주목되기도 한다. 지난 주, 유럽 주변부 조그만 섬나라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였다. 위기의 진원지만 아이슬란드 라키(Laki) 화산에서 키프로스 라이키(Laiki) 은행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다만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닌,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명백한 인재였다.키프로스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세 가지 키프로스는 2008년 통화주권을 포기하고 유로화를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유로화의 제도적 취약성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