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과 경영혁신, 그리고 사회혁신
새 정부 임기 초반인데도 도대체 ‘비전’이 안 보인다. 취임 두 달이 가깝도록 장관 인선이 제대로 안 된 탓도 있을 것이다. 당 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의지를 보였던 경제민주화가 오리무중에 빠진 원인도 보태졌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비전이라고 제시된 ‘창조경제’의 실체가 더 불투명하게 되면서 결정적으로 ‘비전 실종’을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으로 가는 길이 미로가 돼 버린 것이다.어쩌면 너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IT와 과학기술을 지렛대로 한 ‘기술혁신’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경제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특히 자연 자원이 제한된 우리나라에서 더 긴요하다는 사실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됐던 이야기다. 하지만 모든 난제를 기술혁신으로만 풀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차원에서 수요가 제약돼 있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우리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과 [...]
노후소득보장,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노후소득보장문제는 생활비를 벌 수 없는 연령대의 노인 생계비를 어디에서 마련하는냐의 문제이다. 정부가 대거나(세금), 공적 사회보험이 대거나(연금보험), 스스로 마련하거나(개인저축, 사보험), 소속된 직장에서 대거나(퇴직금, 기업연금), 자식이 대거나(용돈), 최소한의 생활비가 없거나(한국의 노인자살).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매우 높다. 현재 어떤 식으로든 노후 소득준비를 하고 있지만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어떻게든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갖춰야 한다. 문제는 간단하다. 얼마나? 누가?노인들은 평균 얼마정도의 소득이 필요할까?측정하기 어렵지만 박근혜 정부의 계산을 따라보면 빈곤층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 기준을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조정한다고 한다.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그 해 중위소득의 50%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인 균등화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여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노인은 전체 45.7%(09년 현재)에 달하고 노인 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의 66.7%에 불과하다.(OECD 평균은 82.4%)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재원을 계산할 때, 복잡한 산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해당 년도 전체 노인 중 중위소득 50%미만에 있는 노인들에게 그만큼을 채워주는 [...]
이스라엘과 핀란드, 그리고 한국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걸면서 해외모델로 꼽은 나라가 이스라엘과 핀란드였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추정일 뿐이다. 이번 정부는 정책이든 인사든 출처가 불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근거가 애매한 것인지도 알 길이 없다. 오직 대통령의 수첩 속에 인사와 정책의 근거가 숨어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여하튼 이전에는 금융허브를 일군다면서 아일랜드를 모델로 내세우기도 했고 사막 위의 기적이라고 하던 두바이가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한국이 롤모델로 치켜세웠던 두 나라 모두 경제위기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주저앉은 것도 아이러니다. 인구 500만명의 북유럽 복지국가 핀란드와 인구 750만명의 중동 전쟁국가 이스라엘을 꼽은 것은 IT기술 중심의 벤처창업 활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를 만든 벤처기업 로비오(Rovio)가 있는 나라가 핀란드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간편하고 안정적인 연료 충전과 값싼 전기자동차 공급"이라는 모토로 세계 1위 전기자동차 [...]
진주의료원 폐쇄, 시장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시장-선택과 경쟁"이 의료의 질을 높여주는가?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이후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활성화 정책에 전면으로 배치되는 공공의료원 폐쇄를 새누리당 홍준표의원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의료의 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시장을 통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가 있다. 경쟁없는 공기관의 비효율이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므로 의료기관에 무한 경쟁을 도입해야 효율이 좋아져 질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선 "시장기제인 공급기관의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의료의 질을 보장하고 소비자 권리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훨씬 강력하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비롯한 공공영역 축소와 시장기제 도입이 계속 추진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의료시장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1) 완전시장-정보가 완전히 수평적으로 공개되고 개인 선호가 그대로 반영되는가? 2) 사회적 딜레마-의료 공급의 경쟁이 과연 합리적인가? 3) 시장화로 인한 외부효과는 없는가?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시장에 대한 환상 먼저 합리적 선택이 [...]
녹색성장과 창조경제
이제 곧 서울에서도 창밖에 벚꽃이 분분히 날릴 텐데 각 부처 공무원들은 휴일의 책상머리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부처의 창조경제, 예컨대 농림축산부의 창조경제는 뭐라고 할까? 십중팔구 과거에 해왔던 부처의 역점 사업을 창조경제라는 낱말로 새롭게 분칠하는 데 그칠 것이다.진심으로 얘기하건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공무원들의 이런 행동은 정권을 넘어선 장기 정책이 실행되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나는 환경부 공무원들이 전 정권의 ‘녹색성장’을 ‘창조경제’로 포장하기 바란다.최근까지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세계적인 저널에 성공사례로 오르내린다. 단언컨대 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4대강 사업과 핵발전 확대로 사실상 “녹색 반혁명”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세계에 내민 보고서는 녹색성장을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정의했으며, 이는 단순히 생태적 목표와 경제적 목표를 양립시키는 것을 넘어서 생태적 목표의 달성을 통해 사회변혁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커다란 한 축은 이미 해결된 것이나 [...]
공공의료원 설립목적은 ‘공공의료’가 아니다.
어느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토론자로 온 어느 전문가분이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 취지를 말하던 중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과 지역의 풍토병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것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아, 정말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원이란 곳은 정말 희생과 봉사, 투철한 소명의식 없으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결국 희생과 봉사라는 것은 부유한 상황에서도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처지나 상황에 관계없이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타적인 관점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원들은 이익에 신경 쓰지 않고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 힘쓰다보니 ‘적자병원’이라는 온갖 비아냥과 그를 뒤받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까지도 비난을 할 정도로 힘들게 운영되는구나….이러한 생각들로만 끝났다면 내 머리가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두통의 주범은 토론자들이 아무도 공공의료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