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사내하도급법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기간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당론으로 이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내하도급법은 민주당의 반대뿐만 아니라 보호의 대상인 노동자들로부터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노동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노동자가 반대하는 사내하도급법새누리당은 사내하도급법에 대해 근무 환경이 열악한 파견근로자 등 하도급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사내하도급을 노동법 영역으로 끌어들여 법적인 보호를 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에 대해 다르게 보고 있다. 사내하도급법이 제정될 경우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내하청노동을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민주당의 은수미 의원 역시 사내하도급법이 제정되면 불법파견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고, 기간의 제한 없이 무한정 하도급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불법파견인 고용형태가 사내하도급법에 의해 적법한 고용형태가 [...]
경제위기보다 정치위기가 더 위험하다
우리 정치권에서 정책 우클릭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여당에서 이를 주도하는 것은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다. 경제민주화가 무리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는 발언에 이어 “대기업을 옥죄고 때리고 이런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박 대통령은 발언수위를 올려나갔다. 그러더니 지난 18일에는 "제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스스로 국민과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라면서 이른바 재벌의 ‘자율적 개혁’으로 선회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자율적 상생과 동반성장’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아예 5년 전의 ‘줄·푸·세’로 돌아간 느낌이다.물론 여당 안에서도 남경필 의원 등 당내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등에서 "양극화나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문제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것을 '포퓰리즘'이라고 얘기하면 지난 대선에서 우리가 당의 강령으로 약속하고 공약했던 게 다 뭐가 되느냐"는 비판이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약간 손질하는 것 [...]
‘근혜 본색’과 중도
필자는 ‘복지와 양립할 수 없는 정책들’(<PD저널> 2012년 2월 15일자)이라는 글을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는 복지와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둘은 바로 시장만능 세계관의 한국판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에 유권 해석을 내렸다. 경제민주화란 “어디를 내리치고 옥죄는 게 아니라 각 경제 주체가 열심히 노력하고 땀 흘려서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성공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며 “누구의 희망을 꺾자는 것이 아니”란다.여기서 내리치고 옥죄어서 희망이 꺾일 주체는 물론 재벌이다. 박 대통령의 이어진 말은 그의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피부에 와 닿게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야 하며 그냥 찔끔찔끔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격화되는 국제 경쟁 때문이란다. 그에게 경제민주화란 재벌규제가 아니라 경쟁적 규제완화인 것이다.예를 들어 재벌의 무분별한 하도급 단가 [...]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공병원 왜 우리에게는 없나
지난 칼럼을 쓸 즈음에는 진주의료원이 폐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각계각층에서 공공병원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폐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를 망치는 일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홍준표 경남 도지사도 다소 주춤하는 기세다.외국의 공공병원 특징진주의료원 때문인지, 지난 대통령 선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웬만한 국민들은 한국의 공공의료 부분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외국은 의료보장성이 90% 가까이 되는데 우리는 60% 남짓, 외국은 공공의료 인프라가 90% 정도 되는데 한국은 10% 정도(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12%, 병원 수는 6% 정도)로 흔히 비교하는 OECD에서도 최하위라고 한다.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로 그동안 필자가 찾아갔던 외국의 병원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공공병원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모두 알다시피 공공병원 이용은 거의 무료라는 점이다. 암이든 중증질환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반면 동네의원들은 나라마다 달라서 진료비를 내는 곳도 있고, 그렇지 [...]
창조경제 실현은 대체휴일제 도입부터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을 밝히고, 그 전략 중 하나로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제시하였다. 주요 추진계획으로 관광복지를 실현하겠다며 ‘대체휴일제’ 도입 등 제도개선 방안이 담겨 있다. 그리고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대한상의 등 재계가 인건비 부담과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자, 정부는 조기 도입에 반대하며 ‘검토’ 방안으로 정책의지가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연차휴가나 공휴일을 사회적으로 규제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함의가 있다.하나는 휴가를 포함한 여가가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인류역사는 길게는 수렵시대, 가깝게는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시대, 어떻게 고찰해도 생산력과 생산관계 모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발전하였다. 그래서 인류역사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도 말한다.다른 하나는 여가 시간을 국가가 규제하여, 가족과 친구, 친척들이 여가 [...]
‘홍준표 지사여, 대처는 죽었다’
철의 여인이 세상을 떴다. 한때, 여야 가릴 것 없이 한국의 정치인은 그녀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영국 시민의 시선은 둘로 나뉜다. ‘역사로서의 현재’를 의식하면서 당대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는데, 특히 두 명의 켄은 신랄하다. 먼저 그녀가 총리일 때 런던 시장을 지낸 켄 리빙스턴은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오늘날 주택 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은행 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는 실업수당의 위기를 만들어냈다. …실로 우리가 오늘날 맞고 있는 모든 현실적 문제는 그녀가 근본적으로 잘못한 일들의 유산이다.” 대처 스스로 최고의 초기 업적으로 꼽는 탄광노조 탄압을 소재로 한 영화, <케스>를 감독한 켄 로치는 더욱 독하다. “마거릿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매에 올려 가장 싼 가격의 장례업체에 맡기자. 그게 그녀가 원했던 방식이니까.” 이 두 명의 켄은 죽은 자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