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협동조합 지원이 문제인가?
"밑으로부터의 자생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협동조합 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반 시장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회주의적 조직에 협동조합의 외피만을 두루면 좌편향적 의식과 사고가 걷잡을 수없이 빠르게 퍼져나간다." -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좌파는 20여년 전부터 생활협동조합 운동을 시작으로 풀뿌리 지역사회 공동체 활동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 결국 좌파 지역사회 운동가들이 마을활동가가 될 수밖에 없다. ... 지금까지 국내에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시장에서 경쟁을 거쳐 도태됐기 때문이다. ... 협동조합을 활성화시키려면 나랏돈을 넣어야 하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그 돈을 복지에 쓰는 것이 낫다. ... 서울시 돈은 집어넣지 마라." -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협동조합에 관해 한 인터넷 언론에 실린 인터뷰 중 일부이다. 밑에서부터의 자생력이 중요하다는 점, 관주도의 협동조합 육성이 부작용을 갖고 올 수 있다는 점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반 시장적’, ‘사회주의적’, ‘좌파 지역사회 [...]
‘각자 열심히만 살면 된다’는 착각
창밖으로 봄볕이 따사롭지만 지난달만 해도 널뛰는 날씨에 아침마다 옷 고르기가 힘들었다. 이런 한가로운 투정이 무색하게 우리 모두 공유하는 지구는 몸살을 넘어 중병을 앓고 있다. 개인은 개인대로, 공동체는 공동체대로, 그리고 나라는 나라대로 지금처럼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인류는 21세기에 절멸할지도 모른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첸의 제안으로 학자들이 현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불과 10여년 전 우리 모두 새천년의 희망에 들떠 있었는데 말이다.지구 온난화와 같이 각 개인이나 국가가 각각 자신을 위한 행동만 한다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사회적 딜레마라고 부른다.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보이지 않는 손”(경쟁 가격)이 자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경제학의 금언과 달리,우리 주위는 사회적 딜레마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사교육은 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에 속한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경쟁을 누가 나무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
멋진 공공병원 만들 수 있다
공공병원 문제로 많은 자료들을 들춰봤지만 하나같이 “공공병원을 강화하자”라든지, “공공병원의 재정, 시설, 인력 등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얘기들밖에 없었다. 그 내용들을 보면서 과연 그렇게 하면 지금의 공공병원 문제들이 해결될까 의아했다. 물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들 있지만, 그 정도의 문제의식과 해법 가지고 실제 병원을 운영하라고 했을 때 지금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 판단해 본다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공공병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총론적인 것들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 필요한 각론적인 것들이 지금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지역 주민의 신뢰 확보가 중요신문보도, 관련 연구 자료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보고도 해답이 안 보여 나는 직접 몇몇 공공병원들을 찾아 나섰다. 병원 규모, 시설, 인력 등을 둘러보면서 어렵게나마 몇몇 직원들과 병원의 책임자인 원장님들을 면담했다.(사례 1)유명한 대학병원 [...]
정체성 혼란의 시대 노동자의 정체성
2013년 봄은 우리 사회의 유력한 세력들이 저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시기로 기록될 것 같다. 오직 재집권을 위해 자신들의 보수적 노선도 버리고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를 내걸었던 새누리당이었다. 집권한 지 100일도 안 돼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버리고 친기업 행보와 ‘줄·푸·세’ 정책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줄·푸·세의 배경이 됐던 신자유주의는 이미 세계적 차원에서 무너지고 있는 중이고 시대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로 되돌아갈 것인가. 그러니 뜬금없는 ‘창조경제’만 허공에 메아리치고 있지 않은가.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과거 진보정당 구호였던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3무1반)을 전면에 내세우고 경제민주화 의지를 불태우며 과감한 좌클릭 행보를 했던 제1 야당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대선 패배 이후 다시 우클릭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공체제 아래서 오직 반독재 민주화라고 하는 정체성에 기대어 야당으로 60년 명맥을 이어 왔으니 하루아침에 사회경제 민주주의 세력, 복지세력으로 탈바꿈하기는 어렵다는 것인가.무상의료 무상교육 원조정당으로 자타 공인된 [...]
60년 정당도 민심 떠나면 언제든 소멸된다
민주당 강령개정은 명백히 우클릭대선 패배 이후 무기력에 빠졌던 제1야당 민주통합당이 지난 5월 4일, 새 지도부를 구성한데 이어 강령과 규약을 개정하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차례로 약속을 뒤집고 경제 민주화와 보편복지에서 돌아선 판국이라 제1야당의 새 출발은 국민에게 각별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하지만 보수로 원점 회귀하는 집권 여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할 제1야당이 보수 여당의 우클릭을 흉내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보는 이를 당황케 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강령 개정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예를 들어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지난 4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강령 개정안에서 삭제된 단어와 첨가된 단어를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이렇게 비판했다.“강령정책 개정안은 좀 더 심합니다. 삭제된 단어(와 문장)는 보편적 복지, 노동관계법 개정, 1987년 노동자대투쟁,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제도현실화, 좋은 여성일자리, 여성비정규직문제해결, 통일(일부구절), 반독재 민주화, 촛불민심, 경쟁 지상주의, [...]
어느 해 봄의 개성
“하늘 아래 녹슬지 않은 것이 없다!” 2003년 봄, 나는 대통령의 동북아비서관 자격으로 국회 건교위 의원들과 버스로 휴전선을 넘었다. 여의도에서 1시간 남짓, 일산에서는 불과 30분이었다. 군인들이 동원돼 공사하는 도로를 지나 인가가 나타났을 때 내 첫 느낌이 그랬다. 키 작고 얼굴 까만 아이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 가슴에서부터 차오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당시 공단부지는 그저 논과 밭이었다. 안내를 맡은 북한 담당자는 “개성공단을 건설한다고 우리 농민들이 밭도 갈지 않았는데 이게 뭡니까?”, 하소연했고, 민화협 관계자는 “삼성은 왜 안 들어온답니까? 재벌들이 들어온다면 남포까지 공단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개성공단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산물이었다. 70년대에 머물러 있는 나라가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을 터, 한나라당 의원들도 점심상의 대동강 송어회 앞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앞장서 추진하겠노라 호언했다. 2003년 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