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협동조합이 아니라고?
"무엇이든 틀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틀에 갇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협동조합 바람을 들여다보다 든 생각이다. 협동조합법 도입 후 7개월이 지났고 전국에 1400여개나 되는 협동조합이 생겼다. 지자체마다 협동조합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7개월의 경험을 반영하여 협동조합 기본법의 개정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협동조합의 확산만큼 협동의 가치도 확산되었을까? 협동조합기본법과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의 삶이 협동하는 삶으로 변화하고 있을까?동자동사랑방공제조합은 2011년 쪽방촌 주민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쪽방촌 생활을 10년째 해오고 있는 이태헌 동자동사랑방공제조합 이사장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이중에 병원에 갔는데 병원비 한번에 낼 수 있는 사람 나와봐, 은행가서 돈 빌릴 수 있는 사람 나와봐,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협동해야돼.” 라고 말하면서 시작되었다. 400명의 조합원은 대부분 국민기초생활 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으로, 한 구좌 당 5천원씩 6300만원을 출자했고, 이 돈을 기반으로 조합원들에게 6700만원을 [...]
[정태인시평] 버냉키 쇼크 미스테리와 박근혜의 ‘줄푸세’
안녕하세요? 경제 뉴스를 읽어 드릴 정태인입니다. 지난 달 19일,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든 '버냉키 쇼크'부터 얘기해야겠군요. 미국이 앞으로 양적 완화를 축소할 것이란 발표에 전 세계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버냉키가 왜 이런 얘길 발표했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 완화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죠. 실업률 6.5% 하한, 인플레이션율 2.5% 상한에 이르기까지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되풀이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7.8% 정도이고, 청년 실업률은 두 배에 이르며 더구나 정규직의 증감으로 본다면 위기 이후 별로 나아진 게 없으니 이런 기조로 봐서 단기간에 위에서 말한 두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얼마간 회복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UN desa(UN의 경제부서인데 세계금융위기 이후 OECD나 IMF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해왔습니다)의 금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1.9%입니다. 작년의 2.2%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죠. [...]
최저임금 협상 또 결렬, 책임이 명확해야
올해도 예년과 같이 경영계와 노동계 간의 대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최저임금안 의결은 법정 시한인 6월 27일을 넘기고 말았다. 6차에 걸친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에서 2014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이 4,860원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경영계는 50원을 인상한 4,910원을 제시했고, 5,910원을 주장하던 노동계는 120원을 줄인 5,790원을 제시하면서 양측 최저임금안의 격차가 1,050원에서 880원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면서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다시 회의를 통해 협상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회의문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회의가 매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적당한 가이드라인 없이 경영계와 노동계가 동수로 참여해 자신들의 요구안을 제시하다보니 매년 동결을 요구하는 경영계와 OECD가 권고하는 평균임금의 50% 수준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양측이 제시하고 있는 최저임금안이 큰 격차를 보임에 따라 합의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
NLL과 KTX
나이 들어 그리 된 건지, 아니면 세월이 하수상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 날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 지 꽤 됐다. 그 결과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예를 들어 대선 직전 TV 토론에서 혹시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누가 될까, 날을 거두고 공손한 태도로 일관했더니 내가 한 토론 중에는 그나마 나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하지만 “적이지만 훌륭하다”고 감탄하며 더욱 정교하게 반박 논리를 세워야 하는 상황은 이 땅에 좀처럼 없다. 작금의 NLL 논란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국가 기밀을 공개한 것도 문제려니와 문서 어디를 봐도 NLL을 포기한다는 얘긴 나오지 않는다. NLL 논란을 묻어두고 서해에 평화구역을 만들자는 계획에 양 정상이 합의한 것뿐이다. 대선 때 한껏 이용해 먹은 거짓말이 여지없이 탄로났는데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후안무치, 요지부동, 적반하장이다.상대에 대한 존중이 이다지도 어려운가, 한탄해야 할 일은 또 있다. [...]
협동의 유전자를 타고난 인간
태어난 지 1년 남짓한 그야말로 갓난쟁이와 어른 원숭이 중 어느 쪽이 더 남을 잘 도울까? 어쩌면 둘 다 ‘유인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두 개체 앞에서 한 어른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이 더미를 스테이플러로 묶는 단조로운 작업이다. 방에서 나갔던 어른이 종이 뭉치를 들고 다시 돌아와서 스테이플러를 찾으려 두리번거린다. 두 ‘유인원’은 스테이플러가 탁자 밑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 누가 어른에게 스테이플러 위치를 더 잘 알려줄까? 놀랍게도 우리 아가들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토마셀로 등이 2006년에 한 이 실험에서 한살 아가 24명 중 22명이 손가락으로 어른들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원숭이도 그런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만(자기에게 이익이 되거나 당위적인 이유가 있을 때) 그랬다. 돕기, 알려주기, 공유 등 이타적 행위에 관한 각종 실험에서 우리의 아가들은 침팬지나 원숭이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런 [...]
사회적 필요를 사회적 권리로 실현시키는 사회
최근 서울 강변역 부근에 서울시가 700실 규모의 공공기숙사를 지어 대학생들의 주거를 안정화하려는 계획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범지대화 우려’ 등 다소 당황스런 이유를 들어 반대를 하고 있단다. 대학생들을 보는 시선이 언제부터 그렇게 차갑게 됐는지도 놀라울 뿐 아니라 자신들이 보유한 집값, 즉 재산권에 대한 집착이 젊은 대학생들의 안정적인 주거권 보장에 대한 배려를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현실도 무섭다. 목동에서는 주민들이 인구 과밀화와 교통대란, 유수지 해체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행복주택 건설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중인데 이 역시 ‘교육특구’ 이미지 상실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늘 그렇듯이 구체적 현실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을 것이다. 또한 어느 한 개인이나 특정지역 주민만의 양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대부분이 최근 십수 년 동안 유사한 상황에서 비슷한 행동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을 소유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