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공인과 대기업의 세 가지 잘못된 관계
자영업이 어렵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라서 특별히 주목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치밀하게 내용을 분석하고 관찰해 현실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관찰자에게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말은 곧 당사자에게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식상할 정도로 고통의 원인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만큼 당사자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영업 종사자수는 몇 번의 큰 변동을 겪었다. 위기 직후인 2009~2010년에는 주로 형편이 어려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중심으로 한 해 동안 30만~40만명이 줄어드는 큰 폭의 변동이 발생했다. 자영업이 경제위기의 충격을 가장 심각하게 감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에 강력히 저항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였다. 정확히 4년 전 이맘때다. 그 이후 대형 유통재벌에 맞선 중소상공인들의 저항은 지금까지 경제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2011년이 되면서 [...]
신협, 사회적경제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길
“앞으로 매년 주민신협의 조합원 배당금 중 1%를 성남 지역의 협동기금 조성에 사용할 것을 결정합니다.” 올해 1월 18일 성남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성남 주민신협의 제33차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 날 참석한 1600여명의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받아가야 할 배당금의 1%를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하는데 박수로 찬성했다.주민신협 이현배 전무는 당시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협동기금 조성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후,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의결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자기 몫의 1%를 떼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과연 조합원들이 이를 승인해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오히려 “1%는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앞으로 더 늘려가도록 하자.” 라며 이의없이 협동기금 조성을 결의했다. 조합원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고, 지역주민들과 생활을 함께하며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주민신협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1979년 주민교회를 모태로 하여 생겨난 성남 주민신협은 현재 1500억 원의 자산 규모, 2만 명의 조합원, 110억 [...]
[정태인시평] 중국과 한국 경제, 동반 추락?
안녕하세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읽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한 주일마다 새로운 얘기를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상사야 매일 매일이 다를 수 있지만 나라 경제나 세계경제가 한 주일 만에 확 달라지는 사건은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지난주 세계 언론에서 갑자기 폭주한 기사는 중국의 경제상황을 다룬 것들입니다. 역시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가 불을 질렀습니다. 중국 경제는, 한국의 70~80년대처럼 투자가 GDP에서 40~50%를 차지합니다.현재 한국에서 투자(총고정자본형성)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25%)의 두 배에 달하죠. 이번 글에서 크루그만은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것, 즉 농촌에서 무한대로 노동이 공급되는 상황이 종료됐다(한국은 대체로 70년대 말에 도달했다고 봅니다)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임금이 올라가고 자본의 한계효율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제 만리장성(Great Wall)이라는 벽에 부딪혔다는 겁니다.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얘기죠. 물론 [...]
미국 자본주의, 세번째 위기탈출도 성공할까
“로마는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 전체를 1천800명이 나눠 가졌을 때 쇠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샘 피지개티,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과거 로마 권력 이상의 위세를 누리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도 그 존립을 흔드는 큰 위기를 세 차례 정도 맞게 된다. 첫 번째 시기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제목에서 이름을 따온 도금시대(Gilled Age)이고, 그 다음이 1929년 대공황(Great Repression)을 불러일으킨 1920년대의 규제완화 시대(또는 포효하는 번영의 20년대, Roaring Twenties)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의 대침체(Great Recession)를 초래하게 했던 지난 30년 동안의 신자유주의를 세 번째 목록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우선 도금시대는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했고 어떻게 위기를 회피할 수 있었을까. 도금시대는 1865년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나고 석유까지 발견되면서 엄청난 경제적 붐을 이루던 시기다. 그런데 경제 활황 속에서 소수의 기업들이 부를 집중시키면서 온갖 무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경쟁자들을 짓밟고 거대한 독점체제를 형성한다. 당시 [...]
‘불임(不姙)소득’,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자
국가 조세수입 20조 펑크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나라 살림에 비상등이 켜진 모양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5개월 동안 국세 수입이 작년보다 대략 9조 원 정도 덜 걷혔다. 연말까지 감안하면 대략 20조 원 가량의 세수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여 상반기에 이미 추가경정 예산 17조 원을 책정했고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세수보충에 투입했지만 여전히 문제인 모양이다.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이나 우리은행 등 국유재산 매각을 감행하거나, 복지예산을 줄이거나 결단을 내릴 때가 올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공약이 이미 쪼그라들어 버린데 이어 조만간 복지 공약도 같은 처지에 놓일 위기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그런데 짚어둘 것이 있다. 이처럼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특히 ‘예측 가능했다’는 것이다. 마치 갑작스럽게 닥친 재앙인 것처럼 소란스러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예산 계획을 세울 [...]
서울에 ‘중독’된 야심가 박원순, 선거도 신경 쓸 때!
'일 중독자'의 비밀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박원순 시장은 '일 중독자'다. 박 시장과 함께 에밀리아 로마냐(주도 볼로냐)에 협동조합을 견학하러 갔을 때 나는 그를 "착한 불도저"라 칭하고 "착하다 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는데 훗날 기자들에게 들어 보니 박 시장이 그 별명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한단다. 과연 일 중독은 일 중독이다.그는 어떻게 일 중독이 되었을까? 대충 책장을 넘겨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에서 여러 번 반복된 주장들이 있다."우리에게 진정한 꿈이 있다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 보려는 꿈이 있다면, 결코 지치거나 좌절할 수 없다."(31쪽)서울시장인 지금은 이렇다."제대로 해서 정말 번듯한 지방정부, 세계의 모범으로 우뚝 서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죠."(296쪽)그러므로 그는 일이 즐겁다. "신이 납니다. (…) 시민참여 향정 실험, 마을 공동체 만들기, 역사도시 보존과 활용, 시민의 삶의 질 확보, 협동조합 지원, 원전 하나 줄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