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살기’ 위한 협동조합금융 실험
미국의 월가나 한국의 여의도 증권가를 떠올려 보라. 우리의 사회적 경제와는 아무런 연관 없는 곳, 또는 정반대에 위치한 곳처럼 느껴질 것이다. 금융이란 과연 무엇일까, 특히 왜 이자를 받는 걸까? 나는 30년 이상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아직도 답을 잘 모른다. 금융이 사회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면 그건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흐르도록 만드는 중개 기능 때문일 터이다.그런데 정작 현실의 금융은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역할을 하기 일쑤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면 급전을 빌려주기는커녕 오히려 기존 대출도 거둬들인다. 또 돈이 가장 필요한 가난한 사람한테 오히려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곳도 은행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경제학은 이런 현상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과 미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만일 누가 돈이 정말 필요한지 모두 알 수 있고, 미래가 어쩔 수 없이 불확실하더라도 그가 성실히 돈을 [...]
쥐 한 마리 나오지 않은 이유
지난 두 달여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일단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아니 ‘서무필’로 끝났다. 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기회복에 대한 추가 증거가 확인될 때까지 양적완화를 미룬다고 발표했다.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고용시장이 자신들이 보려 했던 모습과 거리가 멀고 성장 둔화 우려 때문에 현재의 양적완화를 지속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전망치를 끌어 내린 경제지표가 연준의 낙관적 전망을 확인해 준다면 금년 말쯤 다시 시도할 언급도 물론 잊지 않았다.미국의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부실채권 등 민간 자산을 직접 사들여 은행 대신 자금중개기능을 했다는 점에서 전통적 통화정책과 다르다. 해서 비전통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중앙은행이 기존 자산의 보증을 서서 은행의 채권 발행을 도운 유럽의 상황도 그다지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비상 조치를 취했는데도 이번에 연준이 밝힌 것처럼 경기는 기대만큼 확실한 회복을 보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
교황과 “지상의 천국”
"돈은 우리가 종교를 걸고 싸워야 할 우상입니다. 주여…우상이 우리의 존엄함을 빼앗아 갔습니다. 불공정한 (경제)체제가 우리로부터 희망을 빼앗아 갔습니다….주여, 우리를 홀로 버려두지 마소서. 서로서로 돕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기심을 버리게 하소서.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우리’를 듣게 하여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게 있게 하소서." 최악의 경제위기, ‘돈의 우상’ 산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9월 22일,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의 주도 칼리아리에 방문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이다. 교황은 즉위 이후 이 지역을 벌써 두 번이나 방문했다. 다 아다시피 이탈리아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져 있고 섬인 사르디니아는 더욱 상황이 나쁠 터, 일자리가 불안정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교황은 불공한 경제체제를 비판했고 그것은 돈이라는 우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파악했으며 종교를 걸고서라도 이 우상과 싸우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그것이 인간의 희망과 존엄성까지 탈취했다는 것이다. 해법은 ‘우리’를 [...]
약에 의존하기 보다는 몸에 대한 이해를
81세 할머니가 이른 아침에 내원했다. 경험상으로 아침 일찍 이나 저녁 늦게 오는 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로 한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긴장이 풀어지기도 하고 태만한 진료를 할 때가 있기도 하다. 꼭 퇴근 무렵에 오는 환자일수록 실수 할 확률이 높다.할머니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한눈에 병이 진행 중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중했다. 왼쪽 손발이 힘이 없고 말이 어둔하기까지 하였으며 머리가 아프다고 하신다. 나이도 있으시고 임상 정황상 중풍전조증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증상이 명확하였다. 진맥을 해보니 맥도 또한 洪數하고 과거에도 여러 번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고 하신다. 맥이 홍삭하다는 것도 또한 중풍의 맥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자는 기운이 없다고 기운이 좀 났으면 하신다. 지금 드시는 약이 뭐냐고 물으니 혈압약 과 당뇨약 그리고 신경과 계통의 약을 복용한다고 했다. 얼굴 표정도 일정 정도 경직이 되어 있는 정도로 봐서 [...]
정부 재정지출과 경제의 효율성
정기국회 시즌이다.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정부는 내년 예산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연말까지 예산을 심의한다. 각종 낭비적 요소들이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꼭 필요한 지출 항목들이 재정부족이라는 이유로 삭감되기도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와 내용은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나 서민들의 생활 측면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된다.이렇게 재정 지출 역할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재원조달이 이슈가 된다. 이번 주에 공개될 2014년 정부 예산안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나는 내년 조세수입 추정의 근거가 될 성장률 예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해 성장률을 4%로 과도하게 예측했다가 조세수입이 약 20조 원가량 부족해서 추경예산을 거의 세입결손에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복지지출 필요는 늘어나는데 불황으로 조세수입이 늘지 않는 차이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이 두 [...]
기초연금을 어떻게 한다고? 후퇴하는 공약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당하다. 보통 밀월기간이라고 하는 6개월을 지나면서 급락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7개월을 훌쩍 넘긴 현 시점에서도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북정책과 외교효과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국정운영에서는 진척된 바가 전무하다.대선 시기 공약했던 핵심 내용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갈수록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복지재정을 마련하겠다고 한 세제개편안은 세금폭탄이라는 안팎의 반대로 며칠만에 철회했으며 4.1부동산 대책은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 시장을 떠받들어 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으나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약발이 떨어져가고 있다. 추석기간 민생을 챙기며 향후 정국구상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에 지지율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들려온 내용은 기초연금 공약 폐지 소식이다. 진영 복지부 장관이 책임지는 모양새를 취한다고 한다. 참으로 절묘한 시점과 방식이 아닌가.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어려운 대선 국면을 한번에 전환시켰던 강력한 공약이었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후보의 발언은 대서특필되며 노인층의 결집을 이끌었고 어르신들의 노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