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유토피아는 시장 속에 있다
11월 19일과 오언의 유토피아11월 19일은 영국에서 로버트 오언(Robert Owen, 1771-1858)의 날이라고 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요즘, 오언은 공인된 협동조합의 선구자이고 사실상 창시자로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지금부터 200년 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정조 시대 후반기쯤 된다. 그 시기 영국은 농촌에서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도시로 유입되었지만 노동권이나 사회보장 같은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처참한 노동현실이 일반적인 시대였다. 주 70~80시간 노동은 보통이었으며 6세 이상 아동들을 노동자로 내모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영국 맨체스터 최대 방직공장 지배인이었던 오언은 자신의 공장 노동자들에 대해서, 일하는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우하고 이들의 생활과 복지 개선을 위한 전면적인 개혁을 시도한다. 특히 공장 가족들 중 12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세계최초의 유치원을 만들어서 교육을 시키고, 노동자들의 [...]
동네의원 살리기
오랜만에 의대 동창들과 저녁도 먹고 가볍게 술을 마셨다.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개원 원장들과 가정의학과 의사인 나 네 명이 어울리고 있다. 의사들이 모이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주류를 이루는 대화는 최근 병원 사정이 어떠냐 하는 것들이다. “고원장은 요새도 환자가 많지?”“말도 말아. 여기저기 병원들이 많이 들어서서 점점 환자가 줄고 있어. 우리야 감기로 먹고 살지만 내과나 정형외과는 그래도 할 만 하지?”“수가는 제자리고, 수술 하나 하더라도 겨우 인건비나 건지는데, 무슨 말이야? 내시경만 하더라도 5년 동안 써도 기계값도 못 건져. 점점 신형 기계도 나오는데....” 자기들도 그렇지만 다른 많은 의사들이 진료 시간을 늘린다든지, 미용이나 비보험 치료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추세에 한탄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정한 수가대로 하면 병원 경영이 힘드니 보험이 안 되는 진료를 하여 환자들로 하여금 모든 비용을 들이게 하는 치료를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이 병원 [...]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한국 사회
최근 우리 사회 경제 상황을 보게 되면 대단히 많은 문제들이 어지럽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고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문제들은 더 꼬이고, 사라진 문제들은 다시 튀어나오고, 없던 문제들까지 새로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로 정치가 어지럽기 때문인데, 그 덕택에 국민의 어려움은 배가된다. 예를 들어 보자. 국가정보원 선거개입과 같은 후진적인 정치 후퇴가 21세기에 다시 불거져 나온다. 문제를 공개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덮으려다 보니 온갖 공안 통치적 발상이 줄을 잇는다. 또한 대통령 자신이 확언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들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하나씩 엎어지기 시작한다. 보육부터 노령연금에 이르기까지 해결되리라 예상했던 온갖 문제들이 다시 원점에서 논란을 일으킨다. 그 와중에도 경제 형편은 나아질 조짐이 없고 전세가가 끝을 모르고 치솟자 정부는 돈을 빌려 줄 테니 아예 집을 사라고 부추긴다. 빚 얻어 산 집값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 [...]
혁신학교가 예산낭비? 터무니없다
공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아온 ‘혁신학교’의 내년도 예산안이 반토막 났다. 올해 서울형 혁신학교 예산은 97억원이었으나, 내년에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억원으로 대폭 깎였다. 그러나 그 근거가 된 한국교육개발원 혁신학교 보고서가 평가 잣대와 활용 자료의 적절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혁신학교 예산안을 둘러싼 다툼이 커질 전망이다.같은 기간 평가, 상반된 결과 낸 ‘두’ 보고서문용린 교육감이 교육 수장이 된 후 서울시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2013년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보고서”(구자억 책임연구원, 2013.11.5)가 예산안 삭감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 보고서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져, 예산투입의 성과가 미흡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체 67개 혁신학교 중 평가에 참여한 45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총 450여개 항목에서 A등급(우수) 24%, B등급(보통) 58.2%, C등급(개선요망) 17.8%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학교와 비교해서도 서울형 혁신학교는 학업성취도, 학교폭력 발생, 학생건강체력, 방과후학교 등에서 뒤쳐진다고 평가하고 있다.그러나 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
[정태인시평] 빚, 빚, 그리고 또 빚
안녕하세요? 프레시안 조합원들께 경제뉴스 읽어드리는 정태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별다른 세계 경제 소식이 없군요. 이럴 때는 분명 무소식이 희소식입니다. 양적 완화 정책 유지, 그리고 공화당의 몽니 - 미국의 빚은 유지될 수 있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현행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이어가기로 한 거죠. 이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 등 공화당 의원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더 제공하지 않으면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 및 제이 존슨 국토안전부 장관 지명자의 인준을 보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당파 싸움이 미국 경제를 얼마나 위험하게 하는지에 관한 생각은 물론 꿈에도 못 하겠죠. 새 기사가 없어 약간의 여유가 있으니, 세계의 흐름을 읽을 만한 칼럼 두 개를 선물로 드립니다. 하나는 [...]
‘슬픈’ 진화의 법칙
2009년이었을 게다. 탤런트 지진희씨가 주연한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가 ‘초식남’이라는 용어를 사람들 입에 떠돌게 만든 것은. 2006년 일본의 칼럼니스트 후키자와 마키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는데 “마치 풀을 뜯는 사슴처럼 남자다움에 구애받지 않는 온화한 남자를 가리키는 신조어”란다. 한 쪽에서는 어린 아이돌의 ’식스팩‘ 복근에 환호성을 올리고, 그 반대쪽에선 훨씬 많은 초식남들이 늘어가고 있다.최근 영국 옵저버지 10월 20일자에 “젊은이들이 섹스를 중지했다면 그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아비가일 하워스)라는 글이 실렸다. 이 르포가 소개한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20대 초반의 일본인 4분의 1은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이들이 아이를 갖지 않을 가능성은 40%라고 한다. 이제 초식남’ 현상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일본 가족계획협회에 따르면 올해16~24세 일본 여성의 45%가 “성적 접촉에 관심이 없거나 경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이다.정말 인간은 생물의 진화법칙을 벗어난 것일까.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