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이 성장동력이다
피케티 열풍은 한국에도 상륙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16일 피케티 비율 중 하나인 β(=W/Y, 민간 순자산의 가치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 자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의 불평등과 관련한) 논의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숫자를 만드는 우리가 시계열 자료를 만들어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은 그 얼마나 반가운가? 모름지기 통계기관이란 이래야 한다. 한은과 통계청이 5월14일에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 공동개발 결과(잠정)’의 부록을 이용하면 2000년에서 2012년까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의 β값을 계산할 수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2000년에 5.8(또는 580%)이었던 β는 2012년 7.5까지 치솟았다. 2000년에 5.8을 넘은 선진국은 일본밖에 없었고 2008년경부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가 되었다. 즉 자산의 수익률(r)이 비슷하다면(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한국의 수익률은 선진국 평균보다 더 높다) 국민소득에서 자산가가 가져가는 몫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피케티의 300년에 이르는 장기 통계에서도 β가 7을 넘긴 것은 프랑스의 벨에이포크 [...]
위클리펀치(409) 브라질 월드컵,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위클리펀치 409호 : 브라질 월드컵,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도시빈민이 청소해야 할 '불순물'이라고? 지난 22일 새벽, 우리나라와 알제리의 축구 경기가 열렸다. 2002년의 열기보다야 뜨겁지 않겠지만 집집마다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고, 이튿날 식탁에도 경기이야기를 찬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 꽃이 피어났다. 세월호로 온 나라가 심란하던 차에 사람들은 모처럼 즐거울 길 없던 마음을 달래려는 것 같다. 사실 이것이 스포츠의 역할이기도 하다. 스포츠는 민족, 종교, 인종, 정치적 불화를 해소하고 사회 분열을 예방해 통합을 이끄는 데 기여하며, 국가는 언제나 이러한 스포츠를 정치에 잘 활용해왔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들리는 월드컵 소식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월드컵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며칠 전 SNS를 통해 접한 그림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브라질 축구 유니폼을 입고, 무너진 자기 집 옆에 황망히 서서, 멀리 축구경기장 하늘에 반짝거리는 환한 폭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게 [...]
[정태인시평] ‘규제 완화 폭탄’ 최경환이 더 문제다
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경제일지를 만들려고 인터넷에서 신문들을 뒤적이니 온통 걸리는 건 '문창극'이라는 이름입니다. 문창극과 '국가 개조'일제 강점기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인식, 심지어 6.25 한국전쟁에 대한 종교적 해석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의 경제관 또한 문제입니다. 2010년 3월 15일 자 '공짜 점심은 싫다'라는 그의 칼럼을 읽어 보시죠.[관련 글] (☞ [문창극 칼럼] 공짜 점심은 싫다) 우리는 문창극 후보자가 새누리당과 주류경제학계에서도 보기 드문 철저한 시장주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복지국가를 비판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문구, "공짜 점심은 없다"(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까지 스웨덴의 위기를 비판할 때 '스웨덴 병'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말이죠)를 아예 철학적 차원으로 승화시켜서 “공짜 점심은 싫다”까지 나아갔다고나 할까요? 요컨대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공짜 점심'을 거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건 밥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부자는 무상급식에서 [...]
피케티 논쟁과 국세청
지난 5월 23일 목 빳빳하기로 유명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의 경제에디터 크리스 질즈(Chris Giles)가 칼을 빼들었다. 금년 초 미국에서 번역본이 출간된 후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책 <21세기 자본>이 표적이었다.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레미제라블’이나 ‘왕자와 거지’의 시대처럼 극심한 불평등을 겪을 것이라는 피케티의 암울한 예언은 전 세계의 보수 언론과 주류 경제학자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여태 나온 비판은 기껏 ‘색깔 칠하기’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케티의 비장의 무기인 장기 통계 자체를 문제 삼았으니 과연 <파이낸셜타임즈>답다.질즈는 무려 9쪽에 걸쳐 피케티가 통계를 뻥튀기하거나 비교 연도를 잘 못 골랐으며 자기 마음에 드는 수치를 일부러 뽑아 썼다고 밝혔다. 그 중 결정적인 대목은 영국의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완화되었다는 주장이었다.에 실린 피케티의 연구 오류를 지적하는 기사." src="https://www.pdjournal.com/news/photo/201406/52404_43528_4221.jpg">▲ 지난달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린 피케티의 연구 오류를 지적하는 기사.그는 [...]
등수 경쟁에서 구출하기
“선거 다음 날인 6월5일이 마감입니다.” 내 원고 ‘담당’인 차형석 기자의 메시지가 전해진 순간, 이 글의 주제는 정해졌다. 내 아무리 경제 쪽 칼럼을 맡았다고 해도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주제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 밤새워 텔레비전에서 반짝이는 숫자들을 들여다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지만 마땅히 쓸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선거를 치르면서 ‘이거다’ 싶었던 생각들은 그저 ‘감’일 뿐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예컨대 “베이비 부머인 50대는 여전히 여당을 지지했을 거다” “이번에 그나마 야당이 참패하지 않은 것은 세월호 탓에 30~40대 앵그리 맘들이 마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등등이 그러하다. 확실한 것은 17개 광역시·도 중 13개 지역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었다는 사실뿐이다. 세월호는 확실히 교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한 것처럼 보인다. 교육감 후보들의 정당 기호가 없다는 사실도 이런 결과에 일조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의 말대로 “한국의 역사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
위클리펀치(408) ‘행동하는 엄마들’이 세상을 바꾼다
위클리펀치 408호 : '행동하는 엄마들'이 세상을 바꾼다세월호 민심 '미친 교육' 막아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40대 ‘앵그리맘’의 표심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앵그리맘’의 분노가 이번 선거에 얼마나 반영이 되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보수가 앞세워온 개발이나 성장만능, 무한경쟁을 멈추고, ‘안전’이나 ‘사람’을 중심에 놓는 정책으로 그 방향을 돌린 것만은 분명하다. 못다 핀 아이들을 잃은 죄책감, 그리고 정부와 정부부처를 향한 분노는 코앞에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교육’에 대한 남다른 기대로 모아졌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무려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지금의 경쟁교육 환경에서는 살아있는 아이들조차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울림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정책 방향은 전혀 달랐다. 보수의 교육 방향은 그야말로 아이들을 과열경쟁으로 내모는 지금의 정책과 별다르지 않았다.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자사고, 특목고’로 줄 세우는 서열화 교육을 바꿔낼 개선책은 어디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