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의 가슴앓이] WHO도 공개 권유… ‘메르스 비공개’ 능사 아니다
오늘 병원에 출근 후 같이 근무하는 의사들끼리 모여서 간단한 회의를 하였다. 청정 지역이라는 제주도에서 아직 근처에도 오지 않은 전염병에 대해서 회의를 하고, 환자 진료 시 유의사항이라든지 유사시를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용 마스크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진지하게 나누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메르스 유행이 그다지 위험한 상황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얘기들을 하지만 이미 의사들 내부에서조차 위기감과 불안함으로 걱정하고 있다면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소식이 신문이나 방송, SNS를 통해서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엄청난 유행 수준도 아니고, 살짝 지나갈지도 모르는 이 감염병이 왜 갑자기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걸까? 메르스의 정체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감기 원인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바이러스이다. 그것의 변종이 이번 유행을 [...]
위클리펀치(457) 노후 소득보장, 각자도생 아닌 공존공생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빈곤과 자살, 특히 노인의 문제는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되지 못한다. 세계에서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2위인 호주(33.5%), 3위 멕시코(31.2%), 4위 이스라엘(24.1%) 등에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빈곤한 노인의 비참한 현실에서 노후는 국가가 아닌 개인 스스로가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잉태된다. 이는 아이들의 사교육에 올인하는 경쟁사회의 배경이 되는 동시에, 돈을 틀어쥐고 소비를 하지 않아 내수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하는 경제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부동산 문제의 배경 역시 노후 불안에 있다. 사회를 믿지 못하게 되니 집 한채에 전 인생을 걸게 되었던 것이다. 빈곤층이 아프기까지한다면 더더욱 큰 문제다. 소득이 낮은 가정에서 부모가 아프게 되면 그야말로 일가족 전체가 가족 해체와 같은 극단적 선택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 문제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취급되지 못하고 있다. [...]
위클리펀치(456) 한미FTA가 낳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 매각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원 대 국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막대한 차익을 남긴 론스타가 상당한 액수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된 바 있는 투자자-국가-소송(ISD) 중재의 첫 사례가 되는 것이다. 소송의 결과에 대한 예상은 일단 미루어 두고 풍경을 스케치해 보자. 그 속에서 ISD가 갖는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왜 한국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열리는가? 이미 알려진대로 이번 소송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위치한 워싱턴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한국 법원의 관할권은 전혀 미치지 못한다. ISD 중재는 개별 국가의 법률이 아니라 국제투자협정-이번 경우에는 한.벨기에 투자협정-에의 적용 및 해석을 기준으로 하고 사법부가 아니라 세계은행의 관할 하에 단심으로 이루어진다. 한미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법률과 헌법을 뛰어넘는 ‘초헌법’이 될 것이라고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4년에도 전 [...]
위클리펀치(455) “더 싸게, 더 많이”가 불러온 것들
지난 5월 7일 뉴욕타임즈는 이례적으로 한국어, 중국어 그리고 스페인어 등 세 가지 언어로 동시에 특집기사를 냈다. 뉴욕에서 미용을 위해 손톱 및 발톱을 다듬는 일을 하는 네일 미용사들의 노동환경을 고발한 기사였다. 네일 미용사들은 미숙련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서 한참 낮은 수준의 시간당 임금을 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열악하고 불안정적인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기사의 배경은 한국인 소유의 네일샵들이다. 맨하튼의 네일샵의 70%~80%정도가 한국인 소유의 샵이며, ‘열악’하고 ‘불안정’적인 근로환경은 바로 이곳에서 비한국인 노동자에게 주어지고 있었다. 노동자의 인종에 따라 비한국인에게는 꺼려하는 업무를 주거나, 팁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중심가에서 먼 곳으로 파견하는 식으로 차별이 자행되고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인 네일미용사와 비한국인 네일미용사의 임금차이는 15%에서 최대 25% 정도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SNS 등을 타고 번졌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한국인 소유의 네일샵을 이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
[새사연 칼럼] 공포마케팅으로 ‘구라’치지 마라
국민연금은 ‘무조건 남는 장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아래 표는 소득별 국민연금 수익비(= 총 연금수령액/ 총 보험료 납입액)이다. 현행 국민연금 요율과 연금액 산식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각자 자기 위치를 찾아보기 바란다. 아래 표에서 수익률은 최대 14.1배에서 최소 3.6배로 모두 납부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제도 개혁을 한다 해도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국민연금의 본질을 훼손할 수는 없다. 표 1. 국민연금 소득별 수익비 모델 (단위: 연, 만원, 배) ※ 이 표는 매우 단순하게 가정한 모델이며. 실제 수익비와는 다를 수 있음 . 주 1) 전체 평균소득 250만원, 임금노동자로만 구성된 것으로 가정 2) 65세부터 20년간 받는 것으로 가정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것이 바로 이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의 본질이다. 재정 고갈을 들이밀면서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앞서 명백한 이 [...]
[고병수의 가슴앓이] 네팔 대지진 현장 소식 ② 그 후 15일, 해발 2000m 초토화된 산 속 마을
네팔은 인도 북동부에 자리하면서 동서로 길게 850Km, 폭은 200Km이며, 히말라야 산맥 중 동쪽으로 에베레스트, 서쪽으로 안나푸르나를 비롯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좌 중 8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카트만두, 포카라를 비롯해서 도시들은 분지(valley) 형태로 존재하고, 국토의 77%가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90% 이상의 국민들은 높은 산악지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사진에서 흔히 보듯이 산의 경사에 따라 계단식으로 땅을 일구어 생활하고 있다. 2015년 4월 25일 오전 11시 50분경 처음 발생한 네팔 대지진은 전체 75개 군(district) 중 21개 군 이상의 지역, 즉 카투만두 북서쪽 람중(Lamjung)에서 첫 발생 후 다음날 북동쪽 신두팔촉(Sindhupalchok) 부근까지 100여Km 이상에 심한 피해를 줬고, 더 멀리는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지역까지도 영향을 끼쳤다. 복구와 안정을 찾으려면 수 년이 걸릴 것 같지만 돌아본 바로는 도심지역은 복구가 가능하나 우리가 다니고 있는 산 속 마을들은 아예 복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