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525) 왕자 따위 필요치 않아
올해 초 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PEACE MY WISH FOR THE GIRL’이라고 적힌 분홍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를 보고 ‘오랜만에 응원할 만한 사람이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다시피 이 문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지지하는 메시지이며 티셔츠 판매 수익은 전시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나비기금의 조성에 쓰인다. 흐뭇한 마음에 이전 경연곡까지 하나하나 찾아서 듣게 되었다. 나만 좋아한 것은 아니어서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심사위원 중 한명의 “노래보다 메시지가 먼저 들려서 우려스럽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곱씹어 들을 만한 신념이 부담스러웠는지는 모르겠으나, 함께 하겠다는 소속사를 오래도록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에는 “걔는 메갈인데 어떤 소속사가 데려가나?”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 밑의 댓글을 훑어보니 메갈은 메갈리아를 말하는 것이고, 메갈리아는 여성들의 일베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는 알지 못했으나 일베라는 단어에 주춤하게 [...]
위클리펀치(523)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 소프트파워
‘소프트파워’를 처음 개념화한 사람은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조셉 나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파워는 설득과 공감, 생각의 지배 등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알아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힘이다. 그에 대칭되는 것이 하드파워로서 조직력과 물리력처럼 상대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 중 어느 것이 우월한 지를 설명해 주는 장면이 매우 많다. 그 중 하나로서 중국 초한지의 두 주인공 항우와 유방의 접전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역사상 최초로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나라는 만리장성 축성 등 각종 무리한 공사를 벌린 결과 백성들의 원망을 사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 때 진나라를 멸망시키면서 천하를 다툰 두 사람이 항우와 유방이었다. 항우와 유방은 여러모로 대조적인 인물이었다. 항우는 군사력이라는 하드파워에 주로 의존한 데 반해 유방은 비전과 설득이라는 소프트파워에 주로 의존했다. 반진 세력의 상징적 대표였던 초나라 [...]
위클리펀치(522) <가치살기 ①> 서울살이 13년 차,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가치살기>는 ‘같이 사는 가치 있는 삶’이라는 의미로, 필자가 신정동 청년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에 살면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을 다룬 일기 같은 칼럼입니다. 칼럼 <가치살기>는 새사연 홈페이지에 월 1회 게재될 예정입니다. (필자 주) 서울살이 13년 차 나는 창원에서 올라와 서울에 13년째 거주하고 있는 서른세 살의 비혼 여성이다. 어디 가면 절대 하지 않는 나이까지 포함한 자기소개로 이 글을 시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한 모습을 띄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진행될 이 글이 30대, 非서울출신, 現서울거주, 미혼, 여성, 낮은 소득 분위로 분류되는 내 위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자기소개를 통해 미리 말해둔다. 서울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안정된 주거가 첫 번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백수일 때에도 내 한 몸 뉘일 집과 인터넷이 [...]
위클리펀치(521) 위기 돌파의 비책, ‘역발상 지혜’
개인이든 국가든 시시 때때로 위기를 맞이한다. 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이후 운명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혹자는 위기에 짓눌려 몰락하기도 한다. 혹자는 위기를 반전과 도약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여기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역발상 지혜’이다. 인류 역사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전해준다. 카르타고의 멸망을 불러온 역발상의 귀재 스키피오 기원전 3세기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던 카르타고와 로마가 세 차례에 걸쳐 격돌한 포에니 전쟁이 발발했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는 하밀카르 장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공을 시기한 원로원 의원들의 보급 중단으로 참패하고 말았다. 2차 포에니 전쟁을 주도한 것은 하밀카르 장군의 아들 한니발이었다. 한니발은 요즘의 전차 기능을 하는 코끼리 부대를 앞세워 속주인 스페인을 거쳐 눈과 빙하로 가득 덮인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 이후 한니발은 로마 군대를 연파하면서 궁지에 몰아넣었다. 기원전 216년 8월 2일 치러진 칸나이 전투에서는 5만 명 [...]
위클리펀치 (520)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청년들의 맘을 찌르는 말,말,말
들어가기 2015년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행정자치부의 정종섭장관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에 대해 “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발언해 공분을 산 적이 있다. 현재 뜨거운 논란의 가운데에 있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수혜대상의 모호함과 도덕적 해이와 같은 부작용 간과, 세금 낭비 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19세~29세의 미취업 청년들 중 중위소득이 60% 미만인 대상자 중 3,000명을 뽑아 월 50만원 씩 6개월을 지급한다는 애초의 정책을 예정대로 시행하였다. 하지만 현재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 결정으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고 법적 공방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청년수당 지급에 대한 찬반 여론을 통해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을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다. ‘복지’로 여기는 것과 ‘사회 투자’로 생각하는 것이 그 두 가지이다. 두 입장 모두 청년의 고통을 사회가 분담해서 해결하고자 하지만, 정책의 방향이 다르다. 각자의 입장마다 장단점이 있으나, 이번 [...]
위클리펀치(519) 정치 운명을 결정짓는 ‘연합의 기술’
벌써부터 언론들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각종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초점은 대선주자들에 맞추어 있지만 다양한 세력들이 어떤 형태로 손을 잡고 힘을 합칠 지도 중요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질적이거나 심하게는 적대적인 집단이 손을 잡는 ‘연합정치’가 각자의 운명을 결정질 때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관우에게 없었던 딱 한 가지 잠시 눈을 돌려 삼국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삼국지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영웅호걸 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아온 인물은 관우이다. 탁월한 무공에다 의리와 충직함을 더한 관우는 민간에서 신으로 떠받들 정도로 추앙의 대상이 되었다. 인기를 반영하듯 중국에서 삼국지 영화가 제작되었을 때 관우 역을 맡은 배우가 가장 높은 개런티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 봤을 때 관우는 한 나라의 운명을 망쳐먹을 정도로 치명적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삼국지를 엮어가는 세 나라 중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던 것은 위나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