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10돌, 잃어버린 10년
10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사회변화가 몹시 더딘 전근대사회에서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2000년 6월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남북 두 정상의 포옹은 우리를 감동의 물결에 젖게 했다. 이틀 뒤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분단체제를 살아가는 우리 겨레에게 21세기는 새로운 지평으로 다가왔다.하지만 어떤가. 옹근 10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불바다 위기’에 직면해있다. 왜 그럴까? 왜 10년 동안 애면글면 열어온 ‘남북화해’가 파탄을 맞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간명하다. 누군가 남북화해 정책을 뒤엎었기 때문이다.남북 공동선언 10돌을 맞는 오늘도 마찬가지다. 보라. 대한민국 ‘보수’를 집요하게 대변해온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MB의 對北 바뀔 것인가” 제하의 칼럼(2010년6월14일자)에서 무람없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댄다.누가 공동선언을 파탄에 이르게 했는가“보수세력이 그에게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여기서 대북완화론에 굴복하는 길로 간다면 그의 정치일생의 결말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강도 높은 [...]
최첨단 아이폰 4G와 그 제조사슬
세계 경제위기와 침체국면 속에서도 아이폰이라고 하는 스마트폰으로 세계 IT시장에서 수년째 돌풍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시가총액에서 부동의 업계 1위를 기록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새로운 업계의 강자가 된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이 지난 4월2일 아이패드(iPad)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7일 아이폰(iPhone) 4G를 발표해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언론들은 멀티태스킹(동시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나 빠른 속도·높은 해상도·얇아진 두께 등 놀랍게(?) 개선된 아이폰 4G의 성능과 장점들을 앞 다퉈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과 달리 7월에 곧바로 출시할 예정이어서 아이폰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은 당분간 빠른 속도로 팽창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물론 아이폰의 개념과 설계는 미국 IT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에 있는 애플 본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삼성 등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아이폰 주요 부품을 만들거나 자체적으로 생산공장을 [...]
매운 심판 그러나 ‘2% 부족’
매운 심판이다. 2010년 6월2일,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입증해주었다. 더구나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는데도 그랬다. “다행히 천안함 사태가 바로 인천 앞바다”라며 언죽번죽 승리를 자신한 한나라당 국회부의장 이윤성 따위를 냉엄하게 심판했다. 인천의 민주시민들은 송영길 후보를 시장으로, 민주노동당 후보 2명을 구청장으로 선택했다. 그 뿐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을 대량학살하고 나선 이명박 정권의 만행에 대해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서울시교육감과 경기도 교육감에 진보 후보의 당선으로 응답했다. 무엇보다 그 빛나는 승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노골적인 한나라당 편향보도와 전교조 죽이기 여론몰이 속에서 일어난 성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심이 천심임을 확인해준 2010년 6월2일 그래서다. 새삼 민심이 천심임을 우리 모두 확인하고 있다. 오죽하면 유들유들한 오세훈 후보마저 “무서운 민심”을 들먹였겠는가? 하지만 어떤가. 매서운 심판임은 분명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때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놓쳤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은 특정지역의 몰표에 힘입어 오세훈이 가까스로 당선되었다. 이명박 [...]
동네병원 환자를 해부하다 (2)
앞선 글에서, 내가 어느 하루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정리해 보니 9시간 진료 시간 동안 109명의 환자를 대했고, 그 중 대략 40명 정도는 자가 치료와 휴식 정도로 나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웬만하면 안 와도 될 환자들이라는 것이다. 동네병원에 종사하는 동료 의사들과 얘기를 나눠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일차의료의 문제와 심각성을 실제로 보이고 싶어서였다. 의료비는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보험료는 계속 높여야 하고,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지렁이 꿈틀대듯이 별 진척이 없다. 이러한 요인에는 병원 진료비, 약값이 주요하겠지만, 노인 인구의 증가와 신의료기술의 개발, 중증 질환 등으로 인해 들어가야 할 의료비는 결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의료비 증감 요인에 결정적 작용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일차의료의 현장, 즉 동네병원이 있다. 거기에 하나 더 하면 동네병원과 종합병원 등과 [...]
선거용 ‘눈 가리고 아웅’ 통할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생일’을 맞았다. 스물한 살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서로 축하할 수 없었다. 이명박 정권의 전교조 교사 ‘대량학살’ 때문이다. 정진후 위원장은 창립기념식 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조계사까지 ‘3보 1배’를 했다.<동아일보> 기자는 “자축연 대신 단식농성, 초라한 전교조 21주년” 제하의 칼럼(5월29일자)에서 “꼿꼿한 자세로 세 발짝마다 큰절을 하는 정 위원장의 얼굴은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썼다.대량학살극에 직면한 전교조를 일러 “초라”와 “초췌”로 보도하는 젊은 기자를 보면 한국 언론의 미래가 새삼 암담하다.더 큰 문제는 학교 현장이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 사이에 ‘전운’마저 감도는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권은 서슴없이 교사 대량 파면과 해고에 나섰다. 학살을 발표할 시점에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하나가 되자’고 호소했다. 그래서다. “하나 되자는 대통령 호소 누가 막는가?” 제하의 칼럼(5월24일)에서 진정성이 있다면 대통령 자신부터 국민을 상대로 한 편향된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전교조 대량학살 슬그머니 연기한 이유곧이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교조 징계를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
‘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사랑을 치유하는 약은 없다. 숲에서 생활한 사회사상가 헨리 소로의 경구다. 누군가를 사랑한 사람이라면, 더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을 더는 만날 수 없다면, 소로의 그 말이 시퍼렇게 피멍든 가슴으로 파고들 터다.‘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사랑이 정치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를 웅변으로 가르쳐주었다. ‘바보’를 사랑한 ‘바보들’의 열정은 집권으로 열매를 맺었다. 그랬다. 노사모는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인의 비극이 옹근 1년을 맞는 지금, 눈을 감으면 집권 뒤 처음 열린 노사모 총회의 풍경이 싱그럽게 펼쳐진다. 2003년 5월이었다. 초청강사는 두 사람, 나와 유시민이었다. 연단에 올랐을 때 마주친 눈빛들을 잊을 수 없다. 새맑은 얼굴들 가득 2002년 내내 자신의 모든 걸 아낌없이 바친 이들의 웅숭깊은 사랑이 넘실댔다. 나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방법이 대통령이 되기 전과 달라야 하며 바보 노무현이 올곧게 걸어갈 수 있도록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