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펀치(603) 4.3은 전 국민의 눈물이어야 한다.
- 제주에서 보내온 평화의 편지- 어느덧 '4.3 제주민중항쟁'이 발발한지 70년이 지났다. 오래 전부터 각지에서 7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행사가 준비되고 있으며, 여기저기에서 학술제나 공연 등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해마다 이맘때만 4.3을 기억하지 않는다. 일 년 내내 보고, 몸에 와 닿고, 기억하게 되는 날짜이기 때문이다. 여느 오름에 오르더라도 그곳에서 죽어간 가족들의 사연이 깃들어 있고, 제주 바닷가 어디를 가도 집단으로 죽어 던져진 마을 사람들의 원혼들이 떠돌고 있다. 우리가 타고 내리는 제주비행장은 대규모 학살 터로서 아직도 집단 매장된 사람들의 뼈가 간간이 발굴되곤 한다. 그러니 제주 사람들에게 4.3은 연례행사나 일 년에 한번 기억하는 날이 아닌 것이다. 4.3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4.3은 오랫동안 ‘4.3 폭동’으로 불리다가 70년의 세월을 지내면서 시민들의 노력과 민주화의 영향으로 ‘4.3 사건’, ‘4.3 항쟁’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제주는 누구 하나 4.3과 무관한 [...]
위클리 펀치(602) ’88만원 세대’ 그리고 10년, 여전히 불안정한 청년세대
실업, 중소기업 지원, 비정규직, 그리고 최저임금, 이 네 가지는 현재 일자리 및 노동시장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들이다. 이 키워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취약계층의 노동환경 개선이 목표라는 점과 강력한 정부의 의지 하에 재정적 뒷받침이 상당부분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든 단어에 청년을 연결 지어 사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예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청년 실업률’,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청년들의 참여’, ‘비정규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미래’, ‘최저임금의 인상이 청년들에게 미친 영향’과 같은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신문기사 및 뉴스의 꼭지들이기도 하다. 청년의 일자리가 열악해진 것이 문제화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노동시장 지표들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2008년 20대의 실업률은 7%로 당시 전체 실업률이 3.3%였던 것의 2배 이상의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유럽의 실업률에 [...]
위클리 펀치(601) 1992년, 2000년의 빛이 2018년을 비춘다
요즘 한글이 뛰어난 조형미 덕분에 문자로서가 아니라 시각 디자인용으로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런던에서 개최된 패션쇼에서는 한 모델이 들고나온 가방에 ‘긴장하라’는 한글 도안이 새겨져 있었다. 의미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디자인용으로 새긴 것이겠지만 묘하게 뇌리를 때린다. 긴장하라! 요즘 한반도 정세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긴장을 아니 할 수 없다. 입안 침이 마르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도 남음이 있다. 4월 말 남북 정상이 만나 어떤 합의를 할까? 이어지는 5월에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충격을 넘어 경악을 자아낸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면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먼저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가 북한을 굴복시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북한의 행보는 진정성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북한의 속뜻은 [...]
위클리 펀치(600) 프로메테우스의 ‘불씨’와 지혜의 조건
태고에 예지력이 출중한 신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속한 신족이 패배할 것임을 알고 상대에게 투항한 그는 전쟁 후에 열둘의 주신 바로 아래 지위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피조물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였다. 인간이 핍박받을 때마다 그는 인간의 편을 들어주었다. 소를 가르면 고기와 내장은 인간이 먹게 하고, 지방과 뼈만 신에게 바치도록 일을 꾸몄다. 춥고 어두운 세상을 견디고 있는 인간의 처지를 보다 못한 그는 몰래 불씨를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신들의 대장은 그를 바위산에 묶고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게 하는 형벌을 주었다. 신들의 대장은 인간을 경망스럽고 끊임없는 욕심과 야망을 지녔다고 여겨 좋아하지 않았다. 인간은 신의 지식을 점차 키워 서로 죽이고 세상을 파괴하기에 여념이 없다. 많은 동물이 사라졌다. 드넓은 숲이 폐허가 되었다. 심지어 산을 없애고, 강줄기를 돌리고 끊기도 하면서 재앙을 키운다. [...]
위클리 펀치(599) ‘팀 킴’의 감동과 한반도의 규칙
사실 나는 이번 올림픽 개막 초반까지만 해도 컬링이 왜 스포츠인지 통 납득을 못했다. 단무지 같은 내 생각은 이랬다. “봐봐. 당구 치다가 종이 한 장 차이로 공이 비껴갈 때가 많잖아. 빗나갈 공에 콧김 입김 불어서 맞추면 그게 스포츠냐고. 스톤을 한번 던졌으면 그만이지, 쓸고 닦고 해서 맞추고 점수 내는 건 좀 그렇잖아?” 몇 차례 경기 중계를 보면서 생각의 짧음을 알았다. 턴(turn)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공수를 교대할 때마다 상황을 다시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두뇌 게임이 컬링이었다. 주로 공 가진 사람의 기량이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여타 구기 종목과 달리 한 팀 4인 각각이 손발과 머리가 되어 전체 분업과 협력을 통해 공격과 수비를 해나가는 무척이나 신선한 스포츠임을 깨달은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해지고, 용감하면 편견을 갖게 된다. 깊은 지식은 차치하고, 컬링 한 경기라도 온전히 지켜봤다면, 당구 어쩌고 [...]
위클리 펀치(598) ‘책 읽는 대통령’을 바라지 말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을 영어로는 “Kill your enemy with kindness.”라고 표현한다는데 앞으로 미국에서는 “미운 대통령 책 한 권 더 준다”로 바뀔 수도 있겠다.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미국에서는 트럼프에게 책을 보내자는 이색 캠페인이 벌어졌다. 당연히 지지자들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보내는 훈훈한 정경은 아니다. 트럼프의 정책 비판자들이 대통령의 무지와 독선을 힐난하면서 제발 책 좀 읽고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소셜 네트워크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백악관을 책으로 묻어버리자”(Bury the White House in books on Valentine's day!)는 캠페인 제목이 시사하듯, 독서를 통해 트럼프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는 기대보다는 비난과 야유, 조롱의 목소리다. 한 쪽 문서에도 도리도리 하는 트럼프 트럼프 이 양반, 도대체 얼마나 책을 읽지 않기에 국민들로부터 이런 수모를 당할까? 외신의 전언을 보면 상상을 넘는 수준인 모양이다.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 취임 전 인터뷰에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