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우크라이나, 그리고 동아시아

By |2014/03/24|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나는 ‘드라마광’이다. 그렇다 해도 어떤 탤런트나 작가의 작품 연보를 줄줄이 외거나 드라마의 형식이나 내용을 분석하는 매니아 수준은 아니고 집에 있으면 그저 드라마를 보는 정도다. 원래는 김은숙류의 달달한 드라마를 좋아하지만(지금도 '응급남녀'를 빼 놓지 않고 시청 중이며 최근에는 '밀회'도 보기 시작했다) 요즘은 '정도전'에 빠졌다. 지난 일요일엔 최영과 이성계-사림 연합이 요동정벌을 놓고 본격적인 대결을 벌였다. 이인임을 몰아내기 위해 건곤일척의 연합을 이뤘던 두 세력이 분열한 것이다. 또한 정도전과 정몽주는 이성계에게 각각 '사(史)'와 '충(忠)'을 권함으로써 이후, 그들의 끈끈한 우정도 고려의 운명을 놓고 대립으로 돌변하리라는 것도 예고했다. 오호, 이합집산의 정치 세계로고…보통 역사드라마가 대중의 인기를 끄는 것은, 온갖 고난을 뚫고 결국 승리할 역사적 주인공을 현재의 어떤 이,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투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4년 한국의 “정도전”은 누구고, 고려 말은 지금과 어떤 점에서 유사할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지만 [...]

한미 FTA의 진정한 문제, 지금부터 나타난다

By |2014/03/19|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한미 FTA가 발효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지겹도록 되풀이한 얘기지만 한미 FTA의 핵심은 무역수지가 아니다. 원래부터 미국의 전략은 상품시장을 열어 주고 대신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시장을 개방하자는 것, 즉 미국만큼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하자는 것이었다. 한미 FTA 발효 전에 정부는 63개의 법령을 제정, 개정했다. 한미 FTA는 정부의 각종 정책에 이미 쓰나미 같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컨대 환경부는 당초 2013년 7월부터 저탄소차 보조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이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소형차 구매자에게 50만~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차에는 50만~300만원의 부담금을 물리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31∼145g/㎞를 보조금 혹은 부담금이 없는 중립 구간으로 정하고, 그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부담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는 TTP 가입 선결 요건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저탄소 배출 차량에 대한 보조금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

한국사회의 암 덩어리를 쳐부수자

By |2014/03/12|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장면1. “우리 몸의 암 덩어리, 쳐부수자” 의료민영화반대 의사파업으로 혼란스러웠던 3월 10일 월요일, 청와대 회의 중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북한의 소위 ‘최고 존엄’께서 한 발언이 아닐까 싶었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한 발언이시란다. 장면 2.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참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집단이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민영화반대를 한다니 민영화가 되면 국민들에게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인술보다는 수익을 추구하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의료인들이 파업을 했다. 2000년 의약분업 때의 대규모 파업은 의약분업제도 반대와 더불어 수가인상 등 추가적 목적을 위한 그들만의 파업이었다면 이번의 파업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기 위해 돌입한 것이다. 점차 수위를 높여 24일 부터는 응급실까지 참여한 장기간의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장면 3. 한국사회를 흔들었던 또 다른 사건은 3모녀의 자살사건을 필두로 쏟아진 각종 자살보도들이었다. [...]

한국 복지 모델의 명암, 그리고 사회적경제

By |2014/03/10|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한 석달여 프로젝트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한 광역지자체의 사회적경제 발전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우리나라 복지서비스 실태 전체를 훑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주마간산의 덕일까, 복지 전공자들에겐 상식일지도 모르는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다. 각 서비스가 다소간 모두 안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필수 복지에도 이르지 못할 수 있다.고도의 경제성장과 빠른 사회 변화는 복지수요 또한 무더기로 만들어냈다. 과거엔 가족이,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어떻게라도 해결했던 일이 이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가는 그때마다 재정이 허용하는 대로 수요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건강보험, 아동수당, 노인요양보험, 각종 생계보조금, 그리고 최근의 바우처 제도 모두 소비자 보조를 뼈대로 한다.국가가 확보해 준 수요에 대응해서 민간 공급은 짧은 시간에 대폭 늘어났다. 예컨대 2005년 210개에 불과하던 노인요양병원은 2012년 5월 1014개로 7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고 의료비 청구액도 5배 증가했다. 육아나 의료 역시 [...]

삼성을 협동조합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By |2014/03/05|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3월 6일은 고 황유미씨의 7주기이다. 황유미씨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첫 피해 제보자이자 산재 판정자이다. 7년 전 23살의 봄에 백혈병으로 숨을 거뒀다. 그녀의 마지막 짧은 봄날도 지금처럼 햇살이 좋았을까?최근 시민들의 응원 속에 상영관을 늘려가고 있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 기업 삼성. 하지만 삼성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이 연이어 백혈병, 뇌종양, 림프종 등의 질병으로 죽어가도,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은 이들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삼성이 산재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영화 속에도 잘 묘사되어 있듯이, 귀찮아지지 않으려고 고장 난 부속품을 갖다 치우는 모습이다. 대체 삼성은 어찌 저리 거만할까? 우리에게 기업은 무엇일까? 기업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흔히들 기업의 목표는 수익극대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수익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좀 더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기업의 목표는 자본가의 수익극대화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

육아휴직 후 책상 빠지는 현실, 바꿀 수 있을까?

By |2014/02/26|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3월부터 육아휴직이 부모육아휴직으로 바뀐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직접 돌보기 위해 장기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육아휴직이 으레 여성들의 몫이라는 인식을 부모의 공동책임으로 돌려보자 데 의미는 둘 수 있다. 그러나 이름만 바꾼다고 아빠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에 뛰어들지 못하는 현실적인 장벽들은 외면한채, 이용률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에 긍정적인 영향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육아휴직제, 뭐가 달라지나? 한국 사회에 자신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아이를 돌볼 ‘간 큰 아빠’가 아직은 많지 않다.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총 6만7323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 휴직자는 229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3.3%에 불과해 여성 이용률과는 대조를 이룬다.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유는 장시간 업무에 매달려 바쁘기도 하지만, 업무 공백이 동료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들을 견뎌야 한다. 승진을 포기했냐는 직장 내 눈치, ‘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