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기저질환 치유 없이 미래 없다

By | 2020-04-21T21:39:38+00:00 2020.04.13.|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또 하나의 유행이 번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갖가지 예측과 상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좋은 일이다. 현재의 한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미래 상상은 인류 진보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엄격한 전제가 있다.

코로나19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평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고혈압 증상이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경제에도 비슷한 작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국민경제가 기저질환을 품고 있다면 위험한 상황에 이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경제는 3가지 기저질환을 앓아 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속된 질환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촉발시킨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완전한 왜곡에 불과할 뿐이다.

하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위기

4차 산업혁명은 노동의 기술적 대체를 빠르게 진척시키고 있다. 고용정보원의 연구 보고는 다가오는 2025년 무렵 현재의 일자리 중 6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지체되고 있다. 일자리 위기가 심화되면서 새롭게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둘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소비 위축

의학기술의 발전과 영양 개선 등으로 1960년 52.6세였던 한국인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면서 이제는 100세 시대를 향해가고 있다. 인간이 거둔 위대한 승리이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재앙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노년층은 늘어난 평균수명을 뒷받침할 만큼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 위축으로 저물가 현상이 구조화되었으며, 급기야 디플레이션 위험마저 거론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른바 ‘일본병’이 도래한 것이다.

셋 중국 추월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1842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참패를 계기로 굴욕의 세월을 보냈던 중국이 용틀임을 하면서 세계 패권을 향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전지구적 차원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이지만 한국에도 자못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주력산업에서 중국의 추월이 현실화되면서 수출이 30개월 넘게 감소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건에서 매우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3가지 기저질환 치유 없이 한국경제의 건강이 회복될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이 둔감해 있었던 한국경제 기절질환의 심각성에 눈 뜨도록 하는 계기가 돌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익숙해져 있는 처방으로는 치유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 모두 고장 난 LP판처럼 똑같은 레파토리만 반복해 왔다. 보수는 ‘시장에 맡겨라! 규제 풀어 투자를 활성화시켜라!’, 진보는 ‘정부가 나서라! 세금 더 걷어 복지 늘려라!’만을 반복해서 외쳐 온 것이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지속되면 지금 이 순간 경험하고 있듯이 둘 모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위기에 직면한 시장 주체들은 다투어 정부에 매달리고 있으며, 정부는 기업을 향해 세금을 더 물리기는 고사하고 거꾸로 보태주어야 하는 상황 아닌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를 지배해 온 수많은 신화를 붕괴시키고 있으며, 새로운 가능성에 눈 뜨도록 해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역사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잊지 말아야할 점은 새로운 미래는 현재의 과제 해결 속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 기저질환 치유책 없는 미래 상상은 공허하고 위험할 수 있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함께 게재된 것입니다)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