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던지는 메시지!

By | 2019-08-21T11:36:41+00:00 2019.08.06.|

외신 기자들 눈에 비친 한국은 여러 모로 신기한 장면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중 하나로서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3위 경제대국 일본을 우습게 보는 경향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본쯤이야’하는 분위기가 널러 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접어들면서이다. 여기에는 그 나름의 역사가 있다.

1960년대 한국은 경제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취약한 자본과 기술 조달을 위해 일본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과거 식민 종주국이었던 일본은 그러한 한국을 노골적으로 멸시했다. 발톱의 떼로도 여기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일본을 넘어서자는 열망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1990년대 초 세계 시장을 쥐고 흔들던 일본의 전자업체를 넘어선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2000년대 직후 상황은 참으로 극적인 것이었다. 한국의 기업들이 전자, 조선 등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대역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전자 등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한 것은 대단히 높이 평가할 만했다.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우리를 짓눌렸던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씻어 버리고 자신감을 회복한 것 또한 더 없이 값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치면 자만이 되는 법! 한국은 바로 그 자만의 함정에 빠졌다. 핵심 부품과 소재를 여전히 일본에 의존하면서도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이 이 약점을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이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혹자는 작금의 사태를 ‘기해왜란’이라고도 부른다. 임진왜란을 떠올리는 작명이다. 임진왜란하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일 것이다. 과연 이순신 장군이 지금의 사태를 지켜본다면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해 줄까?

이순신 장군의 전적은 23전 23승 무패이다. 이순신 장군이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불멸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핵심은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동참을 이끌어낸 데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무능한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백성들의 자발적 협력을 바탕으로 군량미 조달 등 보급 문제를 해결했다. 조선 수군이 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함선과 화포에서의 절대적인 우위였는데 이는 장인들의 열정적 협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한산도대첩과 명량해전은 지형지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결과였는데 이는 해안 지형과 바다 물살에 밝은 어부들의 조언 덕이었다. 이밖에도 해안 백성들은 다양한 형태로 심리전을 전개함으로써 왜군을 혼란에 빠트림과 동시에 조선 수군을 안전하게 보호했다. 이순신 장군은 이러한 백성들의 역할을 절대적으로 중시했고, 난중일기에 일일이 그 이름을 기록하는 것으로서 보답했다.

무능한 선조는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순신 장군을 지극히 불온한 시선으로 대했다. 이순신 장군은 압송 후 심문 과정에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 이후 자신의 운명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전쟁의 대미를 장식했던 노량해전에 갑옷을 입지 않은 채 출전해 급기야는 사망에 이름으로써 자살설을 낳게 된 배경이다.

위기의 순간에 오늘날의 백성인 국민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들이 벌이고 있는 불매운동은 아직은 우리가 약자라는 정직한 평가에 기초한 선택이다. (불매운동은 강자의 몫이 아니다!) 강자가 약자를 죽이려들면 강자도 함께 죽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기어린 선택이다. 부수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따르더라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참으로 지혜롭고 위대하며 강력하다.

국민들을 불온시하면서 함부로 훈계하려 들지 마라!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역겨운 행태가 떠오른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을 믿고 강단 있게 나가야 한다. 외교적 유연성조차도 강단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일본의 예봉을 꺾으며 자만의 함정에서 벗어나 힘을 키울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글은 <내일 신문>에 함게 게재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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