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펀치(573) 공유를 부르는 토지와 주택

By | 2018-07-02T14:46:26+00:00 2017.08.23.|Tags: , |

영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초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울타리를 치기 시작한다. 만물이 자유롭던 들판을 보며 ‘우리 것’이라고 외치는 이에게 사람들이 환호를 보낸다. 아마도 땅이 인간들의 소유로 넘어오던 순간이 이렇지 않았을까. 존 로크는 울타리를 치는 행위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라며 인간의 토지소유를 정당화할지 모르겠다. 현재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 유지에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토지를 소유하고 이용할 절대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맥락이 영 석연치 않기도 하다.

전 세계 대부분의 토지는 누구의 소유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 그 중 쓸모가 있는 대부분의 토지가 개인소유이고 나머지는 국⋅공유지이다. 그리고 개인소유의 토지도 부유한 소수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땅을 직접 이용하지도 않을 거면서 소유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가 여기에서 파생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주거문제이다.

마포시민협력플랫폼은 2017년 9월 5일 오후 4시 마포성산종합사회복지관(예정)에서 ‘토지와 주택이 각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소유되고 이용되는 방법’에 대해서 포럼을 주최한다. 두 차례에 걸친 준비모임에서 여러 얘기들이 오고갔는데 참여자들이 주로 사회주택에 관심이 많다보니 ‘사회주택사업에서 아쉬운 점’ ‘사회주택 관련 공공정책 흐름에 대한 진단’ ‘당사자 중심의 사회주택으로 전환 필요성’ ‘근원적 문제해결을 위한 토지이용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약 5년여에 걸쳐 진행된 사회주택사업에 대해서는 ‘2%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직까지 성과지향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보니 행정에서는 새로운 대안으로 사회주택을 받아들이기보다 저렴한 주택의 양적확대 수단, 공공임대주택의 보조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때 사회주택사업을 담당할 ‘주거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를 비영리사업주체로 한정하려 하였으나, 사업참여자가 적을 것을 우려한 서울시의 의견이 반영되어 일반중소기업까지 사업자의 범위를 넓혔다. 비영리에 기반한 공공성보다는 물량확보라는 행정성과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때로는 공공이 책임져야할 것을 사회주택 분야의 희생으로 채우려하는 경우도 보인다. 그로 인해 행정의 성과를 위해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사회주택 공급을 위한 제도는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안정된 주거권 보장이 목적인 사회주택 영역이 영리가 목적인 주택업계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기도 하다. 사업자의 여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주택들은 시중의 일반임대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다. 공공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스스로의 인건비 등을 최소화해서 저렴한 가격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대한 혜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협동조합처럼 민주적인 구조를 가진 경우에 세 부담이 더욱 커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등록면허세의 경우 출자금이 변동될 때마다 징수되며, 이는 소규모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을 늘려가는 데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출자금의 0.4%를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공동의 자금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마련하는 것도 부담이다. 서울에서 10억 원을 출자금으로 모은다면 등록면허세를 3배 더 부담해야 되므로 내야하는 세금은 교육세까지 포함해서 1,200만 원을 넘어선다. 어떤 경우에는 상근자 1인의 1년 급여보다도 많은 비용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사회주택 영역에서 숙력된 전문가를 키우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건축기술 등의 부족으로 인한 역량약화로 이어진다. 영리위주의 건설을 전제로 짜여 있는 산업 및 금융구조도 사회주택사업의 추진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사업을 일으킨 주체들이 공공지원사업을 소화하기에 급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에 사회주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사회주택은 기본적으로 구성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이런 철학이 사적이익과 충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이 구매한 주택의 가격이 오르니 집을 떠나며 협동조합을 탈퇴하면서 주택가격이 오른 만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주택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협동조합에 당장 현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 요구를 들어주려면 나머지 조합원들이 각출해야 한다. 아니면 새로 들어오는 조합원이 더 큰 부담을 져야할 수도 있다. 때로는 다달이 낸 임대료를 출자금이니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정작 해당 협동조합의 상근임원은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홀로 고생하고 있는 처지이다. 어떤 경우에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잦은 갈등마저 더해져 스스로 지쳐가기도 한다. 이러다가는 사회주택 영역이 역량을 갖추기도 전에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였다.

한편으로는 이전 정부와 달리 시민사회에 좀 더 우호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사회주택 영역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활용하여 사회주택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사회주택의 가치와 공공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사회주택 영역 공통의 비전과 목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금처럼 각자의 사업에 매몰되면 ‘왜 사회주택이 필요한가?’ ‘사회주택으로 해결하려는 공공주택의 문제는 무엇인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주체들이 사회주택사업을 할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성찰을 하기 어렵다.

공공의 정책기조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4~5년마다 정책기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공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도입되어 새로운 공공임대의 관리방안으로 주목받은 서울시의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의 경우 관계기관 고위담당자의 ‘돈도 많이 들고, 귀찮은 일’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근본적으로 공공정책은 관계 담당자의 변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사자 고려 없이 공급자 위주의 지원정책, 즉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한 공공의 태도도 문제라는 의견이 있었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에 수조 원을 투입하겠다면서 정작 지역공동체의 여건이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몇몇 관계 전문가와 시민운동가의 목소리가 복잡다단한 공동체 현장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사자 중심의 사회주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회주택을 매개로 삶을 바꾸고 관계망을 만들며 세상을 바꿔보는 꿈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네에서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공동체 기반의 수요자그룹을 공공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 형성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맞춤형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권이 기초지자체에 있으니 거버넌스를 통해서 입주자를 선발하고 주택을 운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주거생활과 참여가 융합되도록 하는 것이 주택의 공공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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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회주택의 수요자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사회주택이 활성화된 해외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네덜란드의 사회주택 100주년 행사에 다녀온 사례를 들어보면, 참석자 대부분이 공급자나 공공기관 관계자였으며 수요자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사회주택의 입주자는 수요자조직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조직된 경우에는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다만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구성된 수요자조직은 매우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국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다보니 주거문제를 만들어내고 사회주택의 공급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문제의 근원은 한정된 자원인 토지가 사적이익을 위한 토대로 전락한 것에 있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토지가 꼭 필요해서 소유하는 사람보다는 토지를 통해 불로소득을 창출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도시재생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이에 따른 것이며, 주택으로 초점을 좁히면 집으로 돈을 벌겠다고 달려드는 현상이 이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토지이용과는 별개로 가격이 형성된다. 집은 어제와 똑같은데,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 이용가치는 낮아지는데 가격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주택을 투자의 수단으로 방치할 경우 이런 부조리를 막기 어렵다.

국부가 불로소득 창출에 집중되는 것은 튼튼한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산활동에 투자되어야 할 자금이 시세차익을 노리겠다고 부동산에 묶이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임대료가 오르게 되면 서민들의 소비력이 약화되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아마도 골목상권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고 그로 인해 서민경제가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모처럼 일궈놓은 도시재생이나 마을공동체활성화의 성과가 불로소득을 노리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는 사례를 국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토지가 사적이익이 아니라 공공이익을 위해서 쓰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에 대부분 동의하였다. 과거에 한창 논의된 적이 있는 토지공개념과 같은 맥락일 수도 있다. 우선 공적으로 이용하려는 주체들이 토지를 직접 소유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토지가격이 많이 올라있는 상황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에 도전하여 사회주택을 공급한 사례도 있다. 융자에 의존하여 토지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공한다면 가장 확실한 방안일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공공이 공유재산을 늘리고, 그것을 꼭 필요로 하는 주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주택사업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유재산을 사회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여러 제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주택사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토지를 담보로 비용을 조달하는데 토지가 공유재산일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건축비를 조달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제3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시되고 있다. 공동체차원에서 자산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외국의 공동체토지신탁처럼 공공재산과 민간재산을 묶어서 자산화하자는 구상이다. 지금은 여러 사회주택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이를 공동체자산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담아보는 것을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토지임대료를 거의 받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데에 적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두 차례의 모임, 몇 시간 동안 나눈 대화에서도 많은 이슈들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여러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주택을 늘려가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우리의 들’을 찾기 위한 지혜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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