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0일 한국도시연구소와 공동주관한 제1차 사회주택 포럼: 사회주택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 의 후기는 2016년 7월 21일 한겨레에 게재된 기사로 대신합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753407.html )

사회주택? 소셜하우징? ‘주거문제’ 해결 새 묘안 찾기

도시연·새사연, 제1회 사회주택 포럼
“사회주택은 한계” 소셜하우징 재조명
지방분권·민간자본 유치…보완책 논의

이상적 사회주의자 장바티스트 고댕이 1882년 프랑스 기즈에 만든 소셜하우징 ‘파밀리스테르’. 지금은 관광지가 돼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상적 사회주의자 장바티스트 고댕이 1882년 프랑스 기즈에 만든 소셜하우징 ‘파밀리스테르’. 지금은 관광지가 돼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회주택’ 또는 ‘소셜하우징’(social housing)이 우리 사회 고질인 주거 문제 해결책으로 타당한지를 따져보는 학술모임이 열렸다.

다소 생소한 사회주택 개념은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연구용역 작업이 끝나자마자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학계 논의가 어느 정도 숙성되면 현실 정치로 수렴되는 통상적인 수순과 달리 조례 제정이 연구자들조차 놀랄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학계 논의가 뒤늦게 본격화하는 역순을 밟게 됐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이 2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제1회 사회주택 포럼은 요즘 학술모임으로는 이례적으로 200여 방청객이 몰려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포럼 주제 ‘사회주택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의 발제를 맡은 봉인식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 조례에 있는 사회주택 개념의 한계부터 짚었다. 사회주택의 공급 대상을 ‘사회경제적 약자’로, 공급 주체를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로 규정한 서울시 조례는 서구의 ‘소셜하우징’ 개념 중 일부만 들여온 것이어서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구에는 나라별로 제각각 다양한 소셜하우징이 존재한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입주 조건이 없는 ‘보편적’(universal) 모델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대상을 제한하는 ‘선별적’(targeted) 모델을 택한 나라들은 다시 일정 소득 이하 계층에게만 공급하는 ‘일반 모델’ 국가(오스트리아·프랑스·독일 등)와 극빈층·장애인 등 특수 계층만 입주시키는 ‘잔여 모델’ 국가(영국·미국 등)로 갈린다.

애초 시장경제 고유의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던 소셜하우징은 서구에서 그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복지국가 재편 움직임이 일면서 공급이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전체 주택 대비 사회주택 비율은 2007년 평균 11.5%에서 2014년 8%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수십 년 전에 지어진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의 사회주택은 슬럼으로 변해 치안 등 새로운 사회적 난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

공급 대상의 제한 없이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입주 자격을 부여하는 덴마크의 소셜하우징 ‘알메네 볼리게르’. <한겨레> 자료사진

공급 대상의 제한 없이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입주 자격을 부여하는 덴마크의 소셜하우징 ‘알메네 볼리게르’. <한겨레> 자료사진

봉 위원은 전체 주택 대비 5%대인 지금의 공공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해 10%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15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예산 조달도 난감하지만, 극빈층·취약계층 소외, 중앙정부 의존적인 공급구조, 저소득층 집단화에 따른 슬럼화 등 서구가 이미 겪은 부정적 문제들을 고스란히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신 그는 서울시 조례의 사회주택보다 개념을 확장해 본래적 의미의 소셜하우징 체계로 ‘리모델링’할 것을 제안했다. 소득 6분위 이하를 입주 대상으로 하고, 임대료 통제, 건설 금융지원을 통한 민간자본 적극 유치 등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 “과거와 같이 집을 빨리, 많이, 싸게 지을 필요가 없어진 만큼” 지방정부를 공급 주체로 세우고, 민간에도 공공시행자와 같은 수준의 지원과 의무를 부과하며, 주거 급여를 일반화해 임대시장의 단일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소셜하우징이 사회주택으로 좁게 해석돼 통용되고 있는 만큼 ‘공익주택’이나 ‘사회적 주거’ 같은 새 이름을 붙여 구분하자고도 했다.

봉 위원은 특히 중요한 재원확보 방안으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매출 1%에 해당하는 ‘근로자 주택기금’ 설립을 의무화하고, 이들 기업 근로자에게 입주 우선권을 부여하는 프랑스 제도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 때마다 주거정책이 정치 슬로건으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과연 지방 분권화가 가능할 것인가.”(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건강한 공급자, 특히 장기 ‘인내자본’이 키워지고, 현재 1%인 토지임대료가 무상이 돼야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문영록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 “비영리 주택 공급업자의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진남영 새사연 원장) “새로 짓기보다 100만호 이상 공급돼 있는 장기임대주택을 어떻게 잘 순환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첫술에 배부를 리 없는 법. 두 연구소는 지역별 사회주택 사례, 법제화 등을 다음 포럼에서 연달아 다루며 논의를 진전시켜가겠다고 밝혔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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