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시작과 발전

협동조합이라는 말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농업종사자, 소상공인, 일부 소비대중들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위를 보완하고자 상품을 협력하여 구매, 생산, 판매, 또는 소비하는 행위를 조직적으로 한 것이 협동조합이었다. 현재는 조직의 범위가 넓어져서 공동체 주택을 짓거나, 문화 활동을 하는 등 여러 곳에서 협동조합을 이루고 각자의 특색에 맞는 삶의 방식을 영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협동조합은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생겨난 것으로,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을 극복하고자 탄생하였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노동환경은 하루 18시간 이상 일을 하고, 만 7세의 어린이도 노동착취의 대상이었다. 원래 농민이었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경작했던 땅이 면화 및 양털 생산지로 바뀌자 더 이상 농촌에 머물 수 없었고, 도시로 떠밀려 값싼 노동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를 지켜본 로버트 오언은 당시 방적공장의 지배인으로 일하며 비참한 노동환경을 체감하였고, 1802년에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을 수용 가능한 뉴라이크 방적공장을 세워 인간적인 사업장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아이들은 공장 옆에 지은 학교에서 교육을 시키고, 성인 노동자는 하루 14시간미만으로 일하게 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집을 지어 살고,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상점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뉴라이크 방적공장은 실패하였지만, 협동조합 조직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로치데일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생필품 조달을 위해 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든 것이 협동조합 조직의 시초가 되었다. 당시 로치데일은 맨체스터에서 30km정도 떨어져있어 생필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도시에서 떼어와 판매하는 생필품 상인들이 가격을 들쑥날쑥 책정하거나 제품의 질을 속이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을 주민들이 직접 출자금을 내고 작은 가게를 차려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떼서 팔고,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에게만 소액의 마진을 붙여 팔고 잉여금은 가게 운영비를 제외한 후 조합원들에게 실적에 따라 배당을 하였다. 이 제도는 급속도로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현재 농업, 축산업, 수산업, 주택 협동조합 등과 신용협동조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왜 협동조합인가?

협동조합을 하는 이유는 단지 혼자서는 힘들어서일까? 여럿이 경제활동을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일까? 두 가지 이유가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주된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목표 이외에도 삶을 나아지게 하는 운동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영국 노동자들의 삶은 빈곤과 악질적 경제구조 때문에 피폐해진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중요하여 생활협동조합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일차원적인 목표에서 발전하여 보다 나은 주거형태, 육아, 대중과 가까운 문화생활, 정치적 지향점의 공유를 하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한다.

협동조합은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하는 자발적인 성격이 강한 조직이므로 기업의 가장 큰 목표인 이윤보다 설립하고 이용하는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우선시 된다. 또한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협동조합은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조직원도 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힘쓰게 된다. 즉, 협동조합의 운영과 이용 및 사업의 방향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은 적극 반영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업뿐만 아니라 서로 협력해 자체적으로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또한 협동조합은 특정 사업의 이윤보다 조합 전체의 공익을 추구하므로 영리적 목표보다 협동조합의 목적,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사업 안에 조화시켜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공동체적 성격을 강하게 띠며 개인의 삶에도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괜찮은’ 삶의 질에 도달하기 쉽게 도와준다.

개인이 비용만 들이면 어떠한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물질주의의 한계를 넘어 양극화의 극복방안으로서도 협동조합은 좋은 대안이다. 협동조합은 혼자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평균적인 질적 수준이 높아져야 정말 잘 사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공동체의 보루이다.

협동조합의 좋은 예 – 쿱(Coop)택시

성공적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체가 개인의 삶을 향상시킨 좋은 예가 있다. 바로 한국택시협동조합에서 만든 쿱(Coop)택시이다. 쿱택시는 서울에 기반을 둔 택시회사로, 여타 택시회사들과는 달리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출자금을 분담한 조합원들의 실적을 반영하여 이익금을 배당하는 형태로 운영한 최초의 택시회사이다. 기존 택시기사들이 처한 노동환경은 열악했다. 하루 평균 1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과 월 26일을 근무해야 했고, 기본금은 13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일 10만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야 했고, 채우지 못한 사납금은 월급에서 차감되었다. 택시연료도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20L이지만, 실제로는 15L이상 더 들어가 추가되는 부분은 택시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의 서비스 질은 하락했고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불만 가득한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힘을 합친 협동조합형태의 법인택시회사인 쿱택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쿱택시는 이용방법이나 요금이 일반 택시와 동일하다. 그러나 기사들의 대우는 다르다. 자신이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들어가 기존 택시회사들과 동일한 130만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하지만 차량유지비를 회사가 부담하고, 식대를 책임질 수 있는 50만원의 복지카드가 지급된다. 자기가 번 돈은 모두 회사에 내고 그 이익을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이자 택시기사들에게 공평하게 지급된다. 그 결과 쿱택시에 소속된 택시기사들은 월평균 224만원이고, 하루 평균 7시간 미만으로 일을 하며 월 25일을 근무해 경제적으로도 업무부담측면으로 매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업무에 만족한 택시기사들의 질 높은 서비스는 승객들에게도 연결되어 고객 만족율이 높아졌다.

쿱택시 외에도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에서 1호로 만든 구름정원사람들과, 전국적으로 아동보육시설에 널리 퍼져있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전시 및 예술활동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문화협동조합 등 공동체의 힘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사회를 이루고 크고 작은 공동체를 조직하며 상부상조하며 살아왔다. 오히려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은 서로간의 끈이 약해지거나 끊어져서 발생한 몰이해적 행태의 표출인 것이다. 개인은 지역사회에 속해있고, 지역사회는 더 넓은 사회에 속해있다. 공동체를 이루어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균형을 지켜내며 삶과 노동현장의 질을 높이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질을 높이는 행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