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분노는 왜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가. 세월호 정국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정권에 대한 분노는 비단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만 있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원칙과 신뢰였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부터 이 철학을 바탕으로 국정을 펼쳐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원칙과 신뢰편향과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들은 줄줄이 파기되거나 대폭 후퇴됐다.


정부의 공약은 단순히 선거철의 약속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자신의 공약에 대해 현실적으로 구체화 시킬수 있으며, 전문가와 점검하고 만든 공약이라고 국민 앞에 공언해왔다. 그러나 집권 1년 차인 현재, 박근혜 후보의 핵심 대선공약들은 대부분 폐기되었거나 대폭 축소되었다. 당선된 직후부터 이어져온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우롱이며, 우리사회 전체의 공감대를 파괴하는 반민주적인 행위다.


1. 복지공약은 파기’, 경제민주화는 실종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과 경제민주화 공약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노골적으로 축소·왜곡되었다.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 후보의 복지 및 경제민주화 공약은 문재인 후보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정도로 의미심장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당시 복지를 확대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줄이는 것은 물론,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를 천명하는 등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집권 1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과연 이런 공약들이 진정성있는 공약이었나 하는 의문을 버리기 어렵다.


특히 박근혜 캠프의 핵심 공약으로, 전통적 지지층은 60대 이상 노인 유권자의 큰 지지를 받았던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공약의 파기는 박근혜표 복지공약의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것이었다.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기초노령연금 공약은 소득 70% 미만 일부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10~2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축소·파기되었다.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공약뿐만 아니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0-5세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공약’, ‘가계부채 해결’, ‘철도, 가스 등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대선공약들이 집권 1년도 되지 않아 모두 허공의 메아리가 되었다.


4대 중증 질환(·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성 질환) 총 진료비를 모두 무료로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역시 말 뿐이었다.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공약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영유아보육비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 확대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으며, 고교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 공약도 유보되었다. 초등학교 무상돌봄교실은 지방재정에 전가되었으며, 방과후학교 무상운영 공약은 관련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서민들의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18조원 규모로 설립한다던 국민행복기금은 15000억원 규모로 축소되어 공약이행 시늉만 냈을 뿐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공공부문 민영화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 이상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정부는 경제민주화 대신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불 근접)를 목표로 하는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친재벌 중심의 성장 정책, 집 부자를 위한 부동산 부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747(연평균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진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8, 10대그룹 총수와 만난 자리에서 경제민주화가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친재벌 정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2014년도 예산안에는 경제민주화나 소득불평등 개선 대신 경제 활력 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이 첫째 과제로 자리 잡았다. 경제민주화가 폐기된 자리에는 재벌위주의 성장정책이 자리 잡았다. 이는 민영화와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재벌들에게 새로운 먹잇감(이윤창출처)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실체가 없는 창조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민생경제대책은 경제민주화와 같이 모호한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창조경제역시 모호한 개념을 선언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정부 관련 부처의 정책 수립에 혼란을 주고, 국민들을 오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수도 없이 되풀이 되었지만,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창조경제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창조경제타운이라는 정체불명의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밖에 없는 실정이다.


창업을 활성화 하고,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과학기술과 IT 기술 등을 산업에 접목시킨다는 정부의 방침은 사실, 십여 년 전부터 정·재계에서 누차 강조되어 왔던 것들이다. ‘창조경제정책이 기존의 경제정책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창조경제타운홈페이지에 따르면 창조경제란 대체로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산업에 적용시키는 구상정도다. 일국 정부의 경제정책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 않은가.


또한 어떤 식으로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책화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창의적 아이디어란 교육과 문화를 포함한 사회적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진취적일 때 가능한 것일 텐데, 그런 사회시스템 구축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아이디어를 내 놓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현 정권은 종북몰이등 사상통제를 강화하며 국민들의 사고까지 옭아매고 있는데, 대체 창조적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존의 억압적인 기업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지 않은 채 창의적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한다면 오히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창조경제의 허울을 쓰고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접목된 초현대적인 비정규직 체제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기조와 노동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창조경제는 또 다른 이름의 착취가 될 뿐이다.


3.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난 통일대박론


박근혜 정권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마치도 자신이 남북 간의 신뢰를 강조한다고 주장해왔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적어도 겉으로는 정치·군사적 신뢰구축과 사회·경제적 교류협력의 상호보완적 발전을 위해 남북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정치와 별개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한다고 해놓아 국민들로 하여금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권과 다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환상을 사게 하였다.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은 20141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대박론225일 취임 1주년 기념 담화에서 밝힌 통일준비위원회설치로 보다 구체화 되는 듯했다. 박근혜 정권은 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북핵 문제해결을 제시해 이명박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선 북핵폐기 입장을 드러냈다. 물론 정권이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와 남북간 동질성 회복, 통일공감대 확산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 등의 세 가지 방안으로 대북대결정책을 물타기 해놓았지만 이는 이명박 정권 시절의 비핵개방 3000″과 정확히 같은 성격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념 담화에서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대통령 자신이 통일준비위원장을 맡겠다고 함으로써, ‘통일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천명했다. 결국 박근혜 정권이 생각하는 통일이란 남북관계 개선에 의한 평화통일이 아니라 북한을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흡수통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통일정책은 3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주민의 삶을 돌보기를 바라며,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북한 경제개발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선 핵폐기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 했다. 그가 제 아무리 연설에서 남북이 군사적 장벽과 사회·문화적 장벽, 단절과 고립의 장벽을 허물어야 함을 역설하고 DMZ 세계 평화공원 구상,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을 밝혀도 그것은 북한의 동의가 있어야 이뤄질 수 있는 사업들이다. 박근혜 정권의 통일정책은 겉으로는 북한과의 신뢰평화를 역설하면서도, 북한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선 핵폐기를 주장함으로써 애초에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이었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통일대박론은 지난 4무인기 정국에서 무인기를 북한과 연계짓고, 세월호 침몰로 정권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 4차 핵시험설을 대대적으로 유포하고 국방부 대변인을 내세워 북한이란 나라는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북한의 격렬한 반발을 사면서 완전히 파탄나고 말았다.

 

통일은 대박입니다.”가 불과 4개월만에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로 돌아왔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본심이 바로 북한정권 붕괴를 상정한 대북적대정책에 있고, 박근혜 정권이 남북의 화해협력에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취임 15개월만에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사기극이란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4.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박근혜 정부

 

취임한지 1년 남짓한 지금, 박근혜 정부가 대선 시기 국민 앞에 공언했던 주요 공약들은 거의 다 파기되었다. 심지어 취임 후 대통령 스스로 약속했던 경제정책과 대북정책도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정책을 대부분 파탄시켜놓고 박근혜 정권이 한 일이라곤 언론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닫은 일이었다. 최근 세월호 정국에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길환영 KBS 사장이 청와대 지시사항을 KBS 보도에 관철하고 있다는 폭탄발언으로 청와대의 언론장악을 세상에 드러내었다. 세월호 정국에서 언론기자들이 기레기라고 비난받는 것도 청와대의 언론통제때문이다.

 

이렇게 해놓고 박근혜 정권은 공안기관들을 총동원해 극도의 공안정국을 조성하였다. 오죽하면 사복경찰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미행하다 발각될 지경이었을까. 지금 공권력은 국가의 기강을 세우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치부를 가리는 일에 급급하다. 이는 흡사 공권력이 일 개인의 친위대로 전락했던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을 연상케한다. 지금 거리에서 타오르는 촛불 민심에는 세월호 사고를 참사로 만들어버린 정권에 대한 분노과 더불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공안탄압으로 일관해 온 정권에 대한 분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국민과의 엄중한 약속인 공약을 무시한 박근혜 정부는 지금 국민들로부터 사기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가기관을 총동원한 부정선거를 자행하는 한편, 온갖 거짓공약을 남발해 감언이설로 표를 모아 권력을 차지했다. 박근혜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국민들과의 약속, 특히 약자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5개월은 한 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