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낮은 지위의 여성들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이나 영화, 인터넷을 보다보면 골드 미스(Gold Miss)나 알파 걸(Alpha Girl)과 같은 단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높은 학력과 경제적 능력을 갖춘 미혼 여성들을 의미하는 이러한 용어의 등장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들의 권리와 지위가 크게 개선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이러한 단어와 함께 지위가 높아진 여성을 경계해 여성들을 비하하는 용어도 하나 둘 만들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그만큼 여성들의 지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하지만 평균적인 지표들을 보면 여전히 우리나라 여성들의 권리와 지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3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in 2013)”에 따르면 136개 조사대상 국가 중 한국의 성 평등 순위는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해 111위를 차지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1위), 핀란드(2위), 노르웨이(3위), 스웨덴(4위) 등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들 중에도 가장 낮은 순위로 아랍에미리트(109위), 바레인(112위), 카타르(115위) 같은 아랍권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여전한 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특히 여성의 경제 참여도와 임금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한국의 여성 경제 참여도는 136개국 중 118위를 기록했으며, 여성 임금 수준도 111위에 그쳤다. 이는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낮은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통계자료를 보았을 때도 이는 쉽게 드러난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저임금 일자리에 직면해 있는 비중도 남성보다 훨씬 크다.이러한 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 빈곤문제나 여성들의 낮은 고용률로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13년 12월 5일 열린 서울대 국제대학원 특강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와 함께 여성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임금의 격차를 줄이는 개혁을 해야지만 향후 10년 동안 4%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결혼, 출산, 육아, 가사노동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큰 원인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직면해 있는 결혼, 출산, 육아, 가사노동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 출산, 육아, 가사 노동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됨으로 인해 여성의 경력단절이 발생하고 있다. 연령대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유독 30대 여성들에서 급감하는 것이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결혼, 출산, 육아, 가사노동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여성의 노동시장 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번 노동시장을 떠났던 여성은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20대에는 정규직이었던 여성이라 하더라도 경력단절 이후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는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밖에 못 얻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시장에서 받는 차별을 시정하는 한편, 출산, 육아, 가사노동으로 인해 노동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출산, 육아를 이유로 여성이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도록 출산, 육아 휴직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같은 가족구성원인 남성이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의 책임을 공동으로 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그것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만 전가되어 있는 출산, 육아, 가사노동의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에서는 여성들이 직면한 유리벽, 유리천장을 부수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