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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만 안 늘었다. 소득세와 법인세 역전

 

지난 9월 26일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과거에는 예산 지출 계획이 주로 국민의 관심분야였지만 이번에는 조세 수입이 얼마나 늘 것인가 하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위해 나라 곳간도 비슷하게 늘어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발표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곳은 법인세 수입 증가다. 내년 법인세가 고작 0.1%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세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세목이 소득세, 법인세, 그리고 부가가치세다. 내년에 소득세는 무려 9.0%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부가가치세도 7.4%나 늘어난다. 그런데 유독 법인세만 0.1%다. 물가 상승률 감안하면 법인세는 자연 감세다. 그 결과 2012년에만 해도 법인세가 45.9조, 소득세가 45.8조 원으로 법인세가 더 많았지만, 내년에는 법인세가 46조이고 소득세는 54.2조 원으로 소득세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정부는 “기업들의 올 영업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경기부진으로 인한 영향은 기업보다 가계가 더 받았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법인세 감세 효과일 개연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0부터 25%에서 22%로 낮추었고, 올해부터 적용되는 추가 감세에서는 과세표준 2억 ~200억 기업들의 법인세를 다시 20%로 낮추었다.

 

투자가 안 되는 진짜이유는?

 

상황이 이렇다면 최소한 다시 법인세를 25%수준으로 원상 복귀시킬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법인세 원상복귀, 또는 증세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여 아예 법인세 증세를 원천적으로 부정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증가율이 꽤 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만 더 올리자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그토록 완강하게 법인세 증세를 거부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뭘까? 밖으로 내거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기업의 투자 감소’ 우려가 아닐까 싶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설비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추가 고용 여지도 줄어들고 결국은 소득도 늘지 않아 국민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정말 그런 것일까?

 

정말로 기업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내면 자금여력이 부족해져 추가 투자를 할 수 없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해 적어도 대기업들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10대 재벌 그룹이 이익 가운데 배당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규모가 2012년 현재 405조라고 한다. 2008년 235조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었다. 자본금 대비 사내 유보한 규모 비율이 1,442퍼센트다. 자본금의 거의 15배가 쓰이지 않고 사내에 누적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당장 현금으로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도 현재 123조 7천억 원이다. 6년 전에는 27.7조에 불과했다. 10대 그룹의 현금창고는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세금 더 내고 나면 돈이 없어 투자 못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국민 생활 개선 조짐이 보여야 투자 유인이 생긴다.

 

사실 지금도 재벌 대기업의 투자 수준은 상당하다. 그 때문에 우리 경제규모 대비 투자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면 그것은 주로 중소기업들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에게 법인세 증세를 한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세금부담 때문에 투자여력이 부족해질 이유는 없다. 중소기업 투자여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는 것이 필요하지 대기업 법인세 증세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다.

 

또 하나 원천적으로 생각해볼 것이 있다. 기업들의 투자는 무엇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은 금리도 2.5%(기준금리)로 유래 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자부담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환경은 아니다. 법인세 부담도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런데도 추가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동기가 약하다고 하면 어디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바로 미래 예상수익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앞으로 경기에 대해 낙관할 수가 없어서 투자할 곳이 없거나 섣불리 투자하기에는 장래가 너무 불안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들의 소득이 안정적으로 향상되어 탄탄한 구매력을 전망하게 된다면 투자가 일어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불황 시기에 정부의 탄탄한 재정과 안정적 복지의 확대는 기업들로 하여금 국민경제의 미래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법인세 증세는 또한 여기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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