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새벽녘에 날아든 속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윤창중 대변인이 전격 경질되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느닷없이 왜? 윤창중이 누구던가? <윤창중 칼럼세상>을 통해 야당 대통령 후보들에 막말을 쏟아냈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대통합’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청와대 수석대변인 자리를 꿰찼다. 그런 그가 새 정부의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대사관의 여성 인턴을 성추행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고위공직자 ‘성평등’ 인식, 수준 이하


 


중차대한 외교 업무 중에 일어난 고위공직자의 성폭력만으로 사회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미국 수사망을 피해 도망치다시피 귀국한 과정, 이후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속속 드러나는 거짓말이 국민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위공직자의 성평등 인식이나 예방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점이다.


 


시민사회 내 여성단체는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중에 피해 여성을 ‘가이드’로 지칭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이는 철저히 권력관계 인식에 충실한 용어라는 지적이다. 피해 여성을 동등한 동료로 인식하기보다는 지위가 낮은 어린 여성은 막 대할 수 있고, 심지어 폭력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한 대목이라고 비판했다(<여성신문> “‘충격’ 윤창중 스캔들로 드러난 성폭력에 대한 통념”, 2013.5.15).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2012년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를 보면, 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이며, 정규직 보다 비정규직의 피해가 2배 이상 높으며, 나이가 어린 19~29세 여성들이 성희롱의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여성가족부, “2012년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 2012.12).


 


이번 사태에서도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내용도 없고, 오히려 피해자의 신상털이가 진행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공공기관의 여성 성희롱 피해자의 92.9%가 ‘그냥 참는다’고 한다. 다수의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우려한 때문이다.


 


공공기관 내에서는 연간 2.2회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고 있으나,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어 예방교육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방미 직전에도 비서실 직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을 했다고 하나, 개개인의 참석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교육 내용이 형식적이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나온다(<한겨레> “윤창중, 방미 출국 전 ‘성희롱 예방교육’ 받았나”, 2013.5.21)


 


‘윤창중’ 사태, 정부와 여성부 ‘침묵’ 깨야


 


무엇보다도 여성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와 성희롱 예방교육을 담당해온 여성가족부가 ‘침묵’으로 일관해 더 큰 비난을 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간부들과 만찬에서 윤창중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치면, 미국 수사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언급 정도가 정부 대응의 전부다. 이 사태의 축소나 은폐에 관여한 책임자 문책은 빠져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선거 기간 내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조윤선 대변인이 수장으로 있는 여성가족부 역시 ‘윤창중 사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피했다.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을 담당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방안을 마련해야하는 여성가족부가 ‘쉬쉬’하기 바빠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가 뭐냐는 여론을 맞고 있다.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 거는 일말의 기대마저 꺾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공직자의 성폭력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관계자 문책, 성폭력 재발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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