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망령 부활시키는 남재준 국정원장

기획
[자격미달 박근혜 인사 ④]
곽동기 상임연구원

박근혜 인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국가정보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청 공무원이던 원세훈 부시장을 국가정보원장에 앉혔는데 그 결과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을 통한 대선 부정선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육군 예비역 장성을 국가정보원장에 앉혔다. 

물론 이는 남재준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심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이제 국정원은 군부독재시기의 중앙정보부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지조없는 역사관

남재준 국정원장은 3월 18일 청문회장에서 “5.16 혁명은 쿠데타입니다. 그러나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여망을 결집시킴으로써 산업화와 근대화를 달성해서 오늘의 풍요를 이룩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하였다. 

남재준은 5.16을 “5.16혁명”이라 불렀다. 혁명이 쿠데타라고 하는 남 원장의 발언은 사회이론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거나 논란을 교묘히 빠져나가려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혁명은 광범위한 사회구성원들이 떨쳐나서 사회의 정치, 경제, 군사체제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정치적 행위를 일컫지만 쿠데타는 특정집단의 단순한 정권 찬탈을 의미한다. 5.16 쿠데타의 경우 박정희가 권력을 찬탈하였지만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제도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보수세력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이는 미국에서 작성된 경제개발 계획으로, 혁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남재준 원장같은 논리로 5.16 쿠데타가 혁명이었다면 1972년 10월 유신도 혁명이 되어버리고 1987년의 6.29 선언도 혁명이 되어버리며 1997년의 IMF 구제금융도 혁명이 되어버린다. “5.16 혁명은 쿠데타”라는 주장은 한 마디로 말해 군대에서나 나올법한 궤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남 원장은 박정희 쿠데타 세력이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여망을 결집시켰다.”고 평가하였다. 박정희 군부독재가 국민들을 두들겨 패며 극악한 파쇼체제를 구축한 범죄행위를 두고 “결집시켰다.”고 미화하였다. 이는 마치도 “일제 식민지 강점은 조선의 근대화를 이끌어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여망을 결집시켰다.”는 뉴라이트 매국노 무리들의 논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남 원장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언뜻 5.16을 쿠데타로 단정짓는 듯해 마치도 합리적 보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교묘한 양비론적 입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조없는 평론이 바로 양비론이다. 

박정희가 자행한 5.16을 쿠데타라고 인정했다면 5.16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남재준 원장은 쿠데타세력이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여망을 결집시켰다며 쿠데타세력을 비호두둔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라의 정권을 찬탈하려 한 박정희 쿠데타세력을 법적으로 처벌할 것인지 처벌하지 않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남 원장이 지금시기 5.16 쿠데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제2의 군부쿠데타가 일어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경제파탄이 매우 심각해 국민들의 잘 살아보려는 열망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일부 극단적 청년장교들이 박근혜 정권을 찬탈해 국가경제를 발전시킨다면 남 원장은 이들을 처벌할 것인지 용서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기강을 문란케 하는 개념없는 발언으로 일관하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당장 교체해야 한다.

쿠데타를 추종하는 남재준 원장

2013년 3월 4일, 세계일보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쿠데타를 연상케하는 발언을 하였다가 관련 증거를 은폐하고 청와대에 거짓보고하였다는 의혹을 폭로하였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육군참모총장 재직 당시인 2004년, 군 문민화에 반발해 ‘정중부의 난’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남재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군인들은 다 굶어 죽으란 이야기냐.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아는가. 무인들을 무시하고 문인을 우대한 결과 아닌가”라고 발언한 것으로 당시 전해졌다. ‘정중부의 난’은 고려중기 군부수장인 정중부가 왕권을 위협해 정치실권을 장악한 무신정권의 계기점이 되는 군부 쿠데타이다.

당시 군 검찰 내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군 장성 등을 상대로 내사를 벌인 결과 남재준 전 총장 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발언이 외부로 새나가자 남 전 총장은 관련자료를 폐기한 뒤 청와대에 허위보고하는 수법으로 진실을 은폐했다는 게 당시 군 검찰의 내사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남 전 총장은 당시 회의 참석자들에게 ‘그날 수첩에 필기한 것을 다 찢으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이후 청와대에는 ‘군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일으킨 거짓음모’라는 허위보고를 올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이 관계자는 “이 일이 불거지고 난 뒤 자료 은폐에 관여했던 일부 군 간부들은 ‘메모를 폐기했으니 승진시켜 달라’며 남 전 총장 측근과 ‘승진 거래’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 후보자는 국방부를 통해 “청문회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취임 후 답변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남재준 원장도 예외없는 군 수뇌부 비리

남재준 국정원장 역시 김병관, 김장수 등 군부 고위직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개인비리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다.

남재준 원장은 2004년 육군참모총장 시절부터 인사비리에 연루되어 불명예스럽게 사퇴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경제 신문은 2004년 11월 26일,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11월 25일, 사표를 제출한 직접적인 사유는 장성 진급 인사 비리의혹이 결정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다. 남재준 총장은 “투서에서 주장한 내용들은 억측”이라고 주장했지만 그해 12월 25일, 군검찰은 사정 내정자는 “서류조작으로 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경쟁자들은 “변조된 검증자료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결론내려 그간의 인사비리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인정하였다. 이를 두고 박주범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소수의 군 검찰관들이 육군의 조직적인 저항을 견뎌내고 소기의 수사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의 경력이 비리로 점철되다 보니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도 파행으로 치달았다. 새누리당 윤상원 의원 측은 3월 1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청문회가 속개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파행으로 마무리 된 것”이라면서도 이미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가 청문회는 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역시 남재준 원장의 투기의혹와 관련한 공방이 벌어졌던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3월 18일 실시된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7억 5000만원을 벌었고 실수령액은 6억원인데 재산등록은 6억 1000만원이 되었다. 어떻게 실 수령액보다 더 많은 재산증가가 있는가”고 따졌다. 사실관계에 따라 국회 위증으로 처벌될 수도 있는 중요한 허점을 짚은 것이다. 

이에 남 원장은 그 기간 소득이 7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73%를 저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남재준 국정원장은 8년간 1억 9000만원으로 생활하였다는 말이 된다. 저축액이 6억원이 넘는 자산가가 무려 8년동안 1달 지출이 200만원도 채 되지 않게 근검절약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마치도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2004년 배우자 명의로 강원 홍천의 토지를 매입한 것과 관련, “땅 가격이 현재 두 배가 올라 6000만원이 되어 있다.”며 “남는 장사로 볼 수 있는데 투기 아닌가”고 추궁하였다. 다만 이 지점에 대해서 남 원장은 실제 거기서 농사를 지었다고 맞섰다.

결론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보기관 운영에 대한 아무런 철학도 없고 자기소신도 찾아볼 수 없다. 남재준 원장은 하나회 출신이 아니라 전두환 신군부와 거리가 멀어 80년대에는 변두리를 떠돌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에 발탁되어 중용된 인물이다. 그는 보수인사지만 신군부에 대한 충성도보다 70년대 박정희 정권과 그 딸인 박근혜에 대한 강한 애착과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자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되면 이명박 정부시절의 원세훈 원장처럼, 국가정보원은 박근혜 정권의 충견이 될 뿐이다. 

국가정보원은 대통령의 사조직이 아니다. 유신망령 부활시키는 군부의 국정원장 임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