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정태인과 젊은피 시즌2> 아홉번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의 연설문을 읽었습니다. 

우선 카네만은 심리학자인데 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을까요?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카네만은 인간은 불합리적이라는 것을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그 결과들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행동경제학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행동경제학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인간은 인기적이라는 경제학의 가정에 반박하여 인간본성에 대해 탐구하는 흐름입니다. 여기서 인간은 오히려 협동을 오래된 본성과 습관으로 가지고 있었다라는 내용들이 주장되고, 지금의 사회적 경제도 이를 이론적 기반으로 흡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학자들로는 페어, 슈미트, 보울스 등이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의 가정에 반박하여 관찰과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보이는 편향을 밝혀내는 흐름입니다. 이 분야의 학자들로는 카네만과 세일러가 대표적이고, <승자의 저주>, <넛지> 등의 책이 국내에도 출간되었습니다. 

이런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 기대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지금의 추세로 보았을 때는 행동경제학도 결국은 주류경제학에 수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류경제학이 행동경제학이 주장하는 협동하는 인간의 성격이나 편향 등을 기본가정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영역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입니다. 

카네만은 <제한합리성의 지도(Mapts of Bounded Rationality)>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이 언제나 이성적 추론을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직관에 의해 판단할 때가 많으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편향 중 프레이밍 효과, 위험선택, 휴리스틱스이라는 세 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카네만은 직관과 추론을 구분하는 2체계 관점을 제시합니다.  사람들이 먼저 어떤 것을 지각하고 나면,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직관과 추론이라는 2가지 과정이 존재합니다. 직관을 체계1이라고 부르고, 추론을 체계2라 부르고 있습니다. 직관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쉽고 연상하기 쉬우나 통제하거나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추론은 느리고 순차적이며 어렵고 신중하게 통제되고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잠재적으로 규칙을 따릅니다. 

여기서 직관에 따른 판단을 하나의 사례로 보여드릴게요. “방망이와 공의 가격은 합해서 1.1달러이다. 방망이가 공보다 1달러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 방망이는 1달러, 공은 10센트라고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 심지어 고학력자들도 절반 이상이 그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간단한 방정식을 만들어 계산해보면 방망이는 1달러 5센트, 공은 5센트가 나옵니다. 

직관의 이런 특성은 접근성으로 표현됩니다. 이성적 추론을 하기 전에, 그보다 더 빨리 그리고 그보다 더 손쉽게 직관적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점 때문인가? 즉 왜 접근성이 높아지는가? 

접근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로는 물질적 특징, 선택적 집중, 반응 활성화 혹은 프라이밍 등이 있다고 합니다. 물질적 특징이란 큰 것과 작은 것이 있으면 큰 것이 더 눈에 띈다던가, 길이를 판단해야 할 때는 실제로 길쭉한 물건이 더 손쉽다던가 하는 측면입니다. 선택적 집중은 어떤 것에 대한 동기가 유발되어 있거나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았을 때 더 집중하게 되고 접근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밍은 특정한 자극을 통해 나중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서로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나면 경계심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이 외에도 접근성을 설명하는 많은 요인을 관찰할 수 있지만, 이를 설명하는 일반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카네만은 이 점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직관과 접근성의 문제는 경험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직관과 접근성의 차이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는데요. 먼저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입니다. 이는 간단히 말하자면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단어를 사용하여 던지느냐에 따라 응답이 달라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전체 600병의 환자가 발생할 질병에 대처하여, 200명이 살 대책을 간구하는 것과 400명이 죽을 대책을 간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지만 사람들은 200명이 사는 경우를 선택하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겠지요. 카네만은 이것이 바로 제한된 합리성을 보여주면, 이를 보았을 때 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적 선택 모델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위험선택과 전망이론에 대해 설명합니다. 먼저 카네만은 사람들은 준거의존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합니다. 즉, 이전의 자극 혹은 주변의 자극이 반영되어 현재의 자극에 대해 반응한다는 것이지요. 한쪽 손은 찬물에, 다른쪽 손은 뜨거운물에 넣고 있다가 두 손을 동시에 미지근한물에 넣었을 때 각각 느껴지는 온도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준거의존적 태도는 사람들이 부의 절대가치보다는 부의 변화내용에 반응하도록 만듭니다. 즉, 지금 월급이 100만 원인데 다음달부터 200만 원을 받게 된 사람 A와 지금 월급은 400만 원인데 다음달부터 300만 원을 받게 된 사람 B 중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A라는 거죠. 절대금액으로는 A가 B보다 100만 원이나 더 적게 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를 확장하여 사람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는 위험회피적인 선택을 하지만, 손실을 보게 되는 상황에서는 위험추구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전망이론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러한 카네만의 주장은 주류경제학이 근거하고 있는 준거독립적인 베루누이 모델과 이에 기반한 기대효용가설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베루누이 모델이란 부의 변화 정도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절대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사람들이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기대효용가설이란 사람들은 일어날 확률과 얻을 보상을 계산하여 효용이 커지는 경우를 선택한다는 것으로, 한 사람이 상황에 따라 위험회피적이거나 위험추구적인 양면을 가질 수는 없음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휴리스틱(heurisitic)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휴리스틱은 아직 우리말로 정확한 번역어가 존재하지 않는데요, 주먹구구식 판단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판단이 아니라 그냥 대충 내리는 결정을 의미합니다. 마치 우리가 짜장면이나 짬뽕이냐를 선택할 때처럼 말입니다. 

카네만은 특히 불확실한 사건을 판단할 때 사람들이 복잡한 확률을 계산하기보다는 몇 가지 휴리스틱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속성대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거리 연애가 1년 안에 끝날 확률은 얼마일까?”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일반적인 연애의 기간, 장거리 연애의 비중, 장거리 연애가 갖는 어려움 등을 세세히 고려하고 그들의 확률을 파악하여 계산하여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에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장거리 연애는 어떠했는지를 떠올리게 되고, 이는 원래의 질문을 “장거리 연애가 빨리 끝난 사례를 알고 있는가?”라는 대체 질문으로 바꿔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체계1에서 휴리스틱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내려도, 체계2에서 이를 걸러낼 수 있지 않을까? 앞의 사례들은 체계2가 대체로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왜 그럴까요? 휴리스틱의 과정이 침묵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이 휴리스틱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카네만은 사람들의 대부분의 행동은 직관적이고, 숙련되어 있으면, 문제가 없고, 성공적이라고 합니다. 직관에 의해 판단해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죠. 실제로 카네만인 관찰한 결과 사람들의 판단과정은 다음과 같은 빈도순으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첫째, 직관적 판단 후 이성적 추론에 의해 보증하는 경우

둘째, 직관적 판단 후 이를 기준점으로 이성적 추론을 하는 경우

셋째, 직관적 판단은 하지 않고 이성적 추론을 하는 경우

넷째, 직관적 판단 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판단과 선택에서 직관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 사회학, 인지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정태인과 젊은피> 카페(cafe.daum.net/ssygraduat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