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과 젊은피 시즌2> 일곱번째 세미나 후기

By | 2013-03-11T15:23:43+00:00 2013.03.11.|

*새사연의 임경지 연구원이 정리한 글입니다.


 


2월 27일 새사연 대학원생 세미나에서는 아시아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최초이자 아직까지 유일한  인물인인도 출신의 경제학자 센의 199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연설문 <사회적 선택의 가능성>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함께 읽고 토론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합니다.
 
센이 본 연설문에서 던지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입니다. 사회에서의 최선의 선택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묻습니다. 그에 대한 답으로 비효용적 정보를 추가하고 최소한의 정보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개인의 효용을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면 사회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최선의 사회적 선택을 내리기 위해서는 개인 간 비교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비교할 것인지를 센은 치밀하게 검증해나가는데요. 센의 직관과 천재적인 수학공식, 그리고 풍부한 철학적 기반과 윤리적 성찰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개인 간의 효용 비교와 정치적인 합의에 관한 모델, 그리고 정책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면서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세미나였습니다.
 
연설문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회적 선택이론 2. 사회적 선택 이론의 기원과 건설적 비관론 3. 후생경제학과 부고 4. 형식적(수학적) 방법의 상보성과 비형식적 추론 5.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근접성 6. 다수결과 일관성 7. 정보의 확장과 후생경제학 8. 개인 간 비교의 정보 기초 9. 빈곤과 기근 10. 상대적 박탈과 젠더 불평등 11. 자유주의 패러독스 12. 결론’ 입니다.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1장에서 3장까지는 기존에 제시된 사회적 선택이론, 즉 불가능성의 정리로 대표되는 애로우의 사회적 선택이론에 대한 개괄적 설명과 의의 및 한계, 그리고 이것이 적용된 후생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회적 선택이 가능함을 주장합니다.


 


사회적 선택 이론은 여러 사회적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선택에 관한 일반 접근을 의미합니다. 언제 다수결이 단일하고 일관된 결정을 만들어내는가, 그리하여 어떻게 사회가 잘 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는 이론입니다. 혹은 반대로, 빈곤의 총합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되기도 하지요. 다시 말해 사회적 선택 이론은 다양한 선호를 적절히 인정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 실현, 즉 개인 간의 권리와 자유를 조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검증하는 것입니다.


 


애로우는 이에 대한 대답이 ‘불가능하다’였습니다. 이게 바로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이지요, 가장 그럴듯한 혹은 합리적으로 보이는 네 가지 공리 ①파레토 효율 ②비독재 ③독립성 ④무제한 영역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회적 선택 과정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오직 독재만이 비일관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하지요. 결국 사회적 평가, 후생경제학의 계산은 자의적이거나 독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불가능성 정리는 공리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발전된 후생경제학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 후생경제학은 효용의 개인간 비교는 불가능하므로 효용의 총합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분배 문제를 경시하는 것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선택을 위한 정보적 기반들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1940년대 이르러 후생경제학은 사회적 판단 기준으로 ‘파레토 효율’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지금 주류 경제학의 사회적 선택의 유일한 기준이지요.
 
4장에서 8장까지는 경제학과 정치학의 조화로 사회적 선택을 가능케하는 방법론과 전제, 비교해야 할 기준과 대상들을 제시합니다. 주류 경제학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으로 치밀하게 전개해 나갑니다.


 


수학적 방법과 직관을 상보적으로 활용하면 사회적 선택이론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공공의 의사소통(public communication)을 통해 답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사회적 선택에서 최적선택을 남기기 위해서는 복잡한 조건들에 맞춰서 대안의 가능성들을 점차 줄여 나가면서, 하나의 선택만이 남는 상태에 이르면 된다고 합니다. 최적의 가능성은 바로 불가능성 옆에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사회적 선택이론을 찾기 위한 개념의 전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적 선택이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서, 가령 분배의 문제인지 혹은 충분히 많은 이들의 분노를 야기하는 인재로서의 기아 문제인지 그 유형에 걸맞는 사회적 선택 방식이 존재할 것이라 합니다. 다수결이 일관적일 때가 있고 비일관적일 때가 있는데 적절한 방법을 찾아나가야 하다는 것이지요. 현실 정책에서 아주 중요한 함의인 것 같습니다. 가령 복지라는 중요한 분배문제를 과연 선거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어서 센은 민주주의의 한 제도로서 투표는 유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투표하가 유효하지 않은 다른 사회적 선택의 문제는 사회적 후생을 집계할 수 있는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개인간 비교를 불가능하다 했던 기존의 사회적 선택이론에 대항하여 전체 비교가 아닌 부분비교를 한다면 효용을 비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부정확한 부분을 정확하게 설정한다면 충분히 부분 비교가 가능하고 이것을 토대로 사회적 결정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지요. 센이 든 예는 로마가 불타는 것을 즐긴 네로의 효용과 로마시민의 상실된 효용을 비교하는 것인데요, 반드시 이 둘을 엄밀하게 1:1로 비교할 필요가 없을 지적합니다. 부분적으로만 비교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추가적인 정보들, 비효용적인 정보들을 투입하게 되면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센은 여기까지 개인 간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 간 비교를 어떤 정보를 기반으로, 어떤 기준을 판단으로 해야 하는지를 다시 정의합니다. 주류 경제학은 행복이라는 주관적 정신 상태를 기준으로 삼아 효용은 비교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사실 이에 대한 근거는 매우 희박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체계적이고 엄격한 비교가 아니라 부분비교로 사회적 선택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센은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행복하다고 해서 반드시 박탈과 결핍이 없는 상황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롤스는 기초재의 소유 여부를 비교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세은 이와 더불어 자기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상대적 능력의 유리, 불리함이 개인 간 비교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즉 내가 행위를 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센이 개발한 것이 바로 UNDP 프로그램입니다.
 
9장과 10장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기존의 주류 경제학의 효용 비교의 한계를 지적과 새로운 사회적 선택의 가능성을 증명합니다. 이 두 장에서는 개인의 실질적인 자유와 박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통념을 뒤엎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집니다.


 


먼저 빈곤에 관한 문제인데요. 빈곤은 흔히들 빈곤선 소득 아래 있는 인구수로 정의합니다. OECD는 중위소득 60% 미만을 빈곤이라 규정하고요, 우리나라는 50%미만이라고 하네요. 이에 따라 빈곤율 H가 결정됩니다. H=P(빈곤인구)/N(전체인구) 이렇게요.


센은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합니다. ①빈곤을 저소득이라고만 규정할 수 있는가? ②저소득 인구수라는 지표가 사회의 총 빈곤을 가장 잘 반영하는가? ①에 대한 답으로 센은 빈곤이란 “특정한 기초 능력의 심각한 박탈”이라고 규정합니다. 즉 소득뿐만 아니라 물리적, 환격정 특성 혹은 의료서비스의 접근 가능성의 불가 등 다양한 기타 변수가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그렇기에 수많은 사항들을 고려해 소득에 기초한 분석과는 다른 범주의 빈곤을 도출해야 하며 이것이야 말로 실제로 삶을 보다 낫게 만든다고 합니다. 정말 훌륭한 통찰인 것 같아요! ②에 대한 답으로는 전체의 빈곤을 판단하는 데에 인구수가 유효하지만 개인이 얼마나 빈곤율에 떨어져있는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박탈이 어떻게 공유되고 분배되어있는가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센의 논리에 따르면 빈곤의 집계는 사회적으로 합의해서 데이터를 생성해야 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선택이 도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가 적절하게 확장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단 하나의 하지만 종합적인 빈곤 지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센은 빈곤율, 빈곤갭, 빈민 소득의 지니계수를 종합한 지표를 만들어냈습니다. 빈곤율 x { 1 – 빈곤인구 평균소득 / 빈곤선 x (1 -G)}로 값을 구할 수 있으며, G 는 빈곤인구간의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의미합니다.
 
11장에서는 보다 나아가 개인 간 비교를 넘어 다른 방법으로 사회적 선택이 가능함을 주장하는데 바로 ‘정보’라는 것입니다. 파레토 효율 상태에서는 자유가 발휘될 수 없습니다. 최적의 상태 자체가 다른 사람의 효용을 감소시키지 않고서는 나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바로 자유주의의 역설입니다. 또한 파레토 효율은 개인 간의 비교로 해소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애초에 파레토 효율은 개인 간의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 ‘상대방의 사적 영역에서의 권리는 개인의 중요성 자체에 의해 보증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바로 그 순간 개인의 자유들이 서로 잠재적인 갈등관게에 들어갈 수 있으며 자유주의 패러독스는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제 12장 결론입니다. 여기서는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종합하는데 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수결로 대표되는 민주적 결정이 비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의 차이를 확인하고 합의에 의해서 양립가능한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 과정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주 쉽고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선택, 특히나 정책은 이렇게 구성원의 개별적 상황에 주목하고 합의해 나가지는 않잖아요. 최근에 이야기 되는 숙의 민주주의, 거버넌스에 대한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개인 간 비교할 수 잇는 체계적인 프레임워크가 만들어 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사회적 선택이 가능해진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설적인 후생경제학과 사회적 선택이론의 가능성은 정보, 즉 비효용적 정보의 기초가 확장되어야함과 비교에 대한 지나친 정확성을 탈피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또한 방법론에서도 역시 수학과 직관의 상보성을 이야기하고요. 결과적으로 다양한 정보와 비교의 요소들을 투입하여 경제학 자체가 외연적 확대를 꾀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간단해 보이지만 센은 자신의 추론이 오류나 모순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각의 측면에서 다듬어 나갑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러우면서도 냉철하고 끊임없이 성찰하죠. 바로 이런 센의 태도는 정말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는 정책을 나오게 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아주 중요한, 하지만 찾아보기 힘든 것 아닐까요?
 
하지만 센의 논의에도 한계가 있는데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정치적 자유주의를 강조했지만 실제로 이러한 사회적 모델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이해관계의 다양성으로 인해 ‘합의’는 상당히 도달하기 힘이 들지요. 그래서 센의 주장은 물론 수학적으로 지표를 제시하려 노력은 하지만 다소 정념적인 주장으로만 그칠 수 있습니다. ②또한 센은 정의를 비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정의를 비교할 수 있는 엄밀함과 객관적 상황에 대한 판단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센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정책적 함의는 실로 대단합니다. 또한 센이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생각에서 사회적 경제의 기초를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정태인과 젊은피> 카페(cafe.daum.net/ssygraduat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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