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정태인과 젊은피 시즌2> 여섯번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루카스(Robert E. Lucas JR.)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함께 읽고, 토론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합니다. 



우선 본격적인 발제와 토론에 앞서, 정태인 원장님이 간략하게 거시경제학의 계보를 정리해주셨습니다. 케인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경제학에는 미시경제학만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기적 인간과 효율적 시장을 기본 전제로 하는 신고전학파(Neo Classical)가 주류였죠. 그런데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유효수요를 중요시하고 정부 개입을 통해 경기확장 정책을 주장하는 케인즈 거시경제학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후 케인즈주의는 네오 케인지언(신케인즈주의 Neo Keynesian)와 포스트 케인지언(Post Keynesian)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활발한 현실 참여 발언을 해오고 있는 스티글리츠나 크루그먼은 네오 케인지언에 해당하며, 그 중에서도 좌파에 속한다고 합니다. 네오 케인지언은 케인즈가 강조했던 가격 경직성을 강조하지만 신고전학파 주류경제학 내부로 많이 포용되어 있는 학파라고 합니다. 포스트 케인지언은 영국에서 발달한 비주류 경제학파 중 하나로 센의 스승인 조안 로빈슨이 유명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임금주도성장 등의 대안적 거시경제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케인즈가 강조했던 불확실성에 대해 주목하는 학파입니다. 



한편으로는 케인즈를 비판하고 신고전학파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이들이 있었는데, 프리드먼이 대표적이며 루카스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정태인 원장님의 표현에 의하면 이들은 평생을 케인즈를 반박하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루카스를 중심으로하여 일반균형이론에 합리적기대가설을 더해서 신고전학파 미시경제와 같은 논리로 거시경제까지 확장한 것이 새고전학파(New Classical)입니다. 새고전학파와 네오 케인지언이 만나서 뉴케인지언(새케인지언 New Keynesian)이 되는데요. 맨큐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들은 새고전학파의 일반균형이론에 케인지언의 가격경직성을 접목시켰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DSGE(동태적 확률적 거시경제 모형)이 현재까지도 거시경제모델의 주류입니다. 뉴케인지언이 새고전학파의 영향을 바다 새신고전학파(New Neo Classical)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신고전학파를 원형으로 하여 세부 가정 몇 가지를 변화시켜서 발전해나간 학파들이랑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거시 경제에 있어서 다양한 학파들의 세부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더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정태인 원장님이 세미나 마지막에 거시경제학의 흐름에 대해서 강의를 한 번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루카스로 돌아와서, 루카스의 노벨상 수상 강연의 제목은 ‘화폐 중립성(Monetary Neutrality)’로, 글의 서문에서 화폐 정책이 물가, 고용,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자신이 노벨상을 타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화폐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화폐 중립성과 비중립성인데요. 이는 화폐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는냐에 따라 나뉩니다. 고전학파에서 비롯되어 신고전학파와 새고전학파의 루카스에 이르기까지는 화폐 중립성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자원의 배분은 가격을 통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데 단순한 화폐량 증가는 상대가격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실물 자원의 배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루카스는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만이 존재할 경우의 모델을 세우고 수식을 통해서 통화량 증가는 (상대가격이 아닌) 절대가격만을 증가시킬 뿐 실물경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단기에는 화폐 비중립성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시 말해 화폐량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더 많이 고용하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루카스는 사람들이 완전정보의 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물건값이 오를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전체 화폐량이 늘어나서 그 물건의 값도 명목상으로는 올라가는 것이죠. 두번째는 그 물건의 수요가 늘어나거나 공급이 줄어들어서, 즉 수요공급법칙에 의해서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첫번째 경우라면 실물경제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두번째 경우라면 가격이 올라간 물건을 더 많이 팔려고 할테니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지요. 문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첫번째 경우인지 두번째 경우인지 사람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첫번째 상황(화폐량의 증가)이 발생했는데, 경제주체들은 두번째 상황(특정 물건값의 상승)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화폐 비중립성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론적 입장에 근거해서 현실 경제에서 루카스가 주장했던 것은 정부의 통화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 발생시킬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합리적 기대가설에 의하면 사람들은 정부가 펼칠 정책 효과를 이미 예측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통화량을 풀어도 이로 인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는 것이죠. 이는 정부의 개입으로 경기부양을 강조했던 케인즈학파를 비판하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책을 펼칠 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 정책인지 예상하지 못한 정책인지라고 합니다. 그에 따라 실물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모든 경제주체들을 속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루카스와 새고전학파의 주장에 대해서는 화폐량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모든 물가가 동일하게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인플레이션이 불균등하게 발생하여 상대가격의 왜곡을 가져오고 실물자원의 배분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발생시 돈이 모든 곳에 동일하게 유입되지 않고 부동산과 같이 공급의 제약이 있는 곳으로 몰려서 비생산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정태인과 젊은피> 카페(cafe.daum.net/ssygraduat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