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By | 2012-05-16T09:49:36+00:00 2012.05.16.|

지난 11일 한국은행은 의미 있는 이슈페이퍼를 발표했다. ‘자본 자유화 이후 한국의 자본이동 행태’라는 제목 그대로 자본시장 개방 이후 국내외의 자본 유출입 특징을 진단한 글이다. 한국은행이 금융 관련 진단을 한 것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심하고, 특히 경제위기시에 증폭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정한 정책적 제어장치(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입자본의 구성상 우리나라는 수시유출입성 자본의 비중이 2000년대의 경우 83%에 달해 신흥국 평균인 49%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수시유출입성 자본 유입속도가 신흥국 평균보다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차입이나 채권투자의 경우 유입자본의 지속성이 짧은 점이, 그리고 주식투자의 경우에는 유출입 규모가 큰 것이 변동성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자본시장은 실물경기 변동에 따라 변동을 증폭시키는 속성이 있다는 점도 덧붙인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수시유출입성 자본의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유입속도도 신흥국 평균보다 빠르므로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건전성 정책수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구체적 정책수단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히 의미 있는 결론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본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낙후한 발상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유럽이 긴축일변도의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시금 위기에 빠지려는 조짐이 확연하다. 중국을 포함해 브릭스(BRICs)의 실물경제 회복력이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환기시키고 정책적 방안의 필요성을 한국은행이 언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정치권인 듯싶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과반수 확보로 4·11 총선이 끝나고 대선을 불과 7개월 정도 남겨 두고 있다. 사실 이번 총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총선이었고 12월의 대선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아시아 금융허브’,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금융산업 육성’, ‘글로벌 메가뱅크 육성’ 등을 내걸었던 한국에서도 당연히 금융규제와 금융산업의 재구성에 대해 상당한 문제제기가 던져지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의식이 선거공약에 수렴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원래 정책경쟁 자체가 부실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금융규제와 금융개혁’ 관련 내용은 더욱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세계 금융위기가 불과 몇 년 전에 세계경제를 뒤흔들었고 지난해에는 유럽 채권시장이 흔들리면서 재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여당인 새누리당은 주요 10대 공약 안에 금융개혁에 관한 항목이 아예 없다. 다만 일자리 창출 관련 재원조달 항목에서 파생상품시장의 거래세 신설 등 일부 조항이 있을 뿐이다.전반적으로 각 당들이 금융거래 과세, 가계부채 경감을 위한 이자율 제한이나 채무자 보호,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제한, 그리고 은행 공공성 회복까지를 포함한 주요 의제들을 다루고는 있다. 하지만 그 중요도나 구체성, 그리고 전략적 개혁방향 등은 매우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 금융위기를 통해 확인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과 그것이 실물경제에 미칠 수 있는 막대한 파급력, 세계가 금융으로 얽혀 있는 복잡한 현실 등이 국내적으로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7개월 뒤 대선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이라도 금융부문에 대해 더욱 전진된 개혁방안이 검토되고 토론돼야 할 필요가 절박하다. 당면한 시점에서 금융개혁은 첫째,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한 금융 불안정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은행을 중심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적 금융회사가 된 금융산업에 대한 재편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와 서민의 입장에서 금융상품 피해를 막고 건전한 금융 접근성을 확보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한 대책이 절박하다는 사실을 위 한국은행 보고서가 말해 주고 있다.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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