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진보 싱크탱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을 처음 만든 사람들은 매월 소득의 10분의 1에 준하는 회비를 내겠다며 모인 100명의 평범한 생활인들이었습니다. 아무도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연구원을 생각하지 못했던 2006,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운영위원이라는 낯선 직함을 받고도 기꺼이 회비를 내고 연구원에 참여해 주셨던 새사연 창립회원분들게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 해 7월에 펴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에서 손석춘 이사장께서는 신자유주의 하에 포섭된 한국사회의 현실을 결코 잊지 않고 그 현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려는 사유와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정들이 공동으로 이룬 결실이라 새사연을 명명해 주셨습니다.


 


그 후 6년 동안 우리는 진보의 집권에 기여하겠다며 연구 활동을 해왔습니다. 새사연은 현재 원장 포함, 10명의 상근연구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커다란 시민단체나 대학을 끼지 않고 순수하게 시민회원들의 힘으로 발전해서, 상근자 수로만 따진다면 경제사회 분야 재야연구소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처음 100여 분에서 800여 분으로 늘어난 지금의 회원들 덕분입니다.


 


이제 7년차, 그동안 한 사무실에서 부대끼고 토론한 결과인 책 한 권을 여러분 앞에 내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년에 걸쳐 매일 토론하고 매주, 매달 정기적으로 현실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는 것은 정책 수립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수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학자들을 모아 놓아도 통일된 정책 기조 하에 구체적인 정책을 제대로 배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 정권에서 겪어야 했던 희망과 좌절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우리가 돌파해야 할 최저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집권이 시작되기 전에 정책기조에 대한 확신과 합의가 있었고 1~2년 내에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있어야 합니다. 10년 전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던 일, 그리고 늦어도 7~8년 전에는 청와대에서 실천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이루게 된 것입니다.


 


물론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10년 전에 비해 훨씬 좋아진 조건도 있습니다. 그 동안 시장만능의 미국질서가 무너졌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국민도 무한경쟁이 아니라 보편복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시장이 아닌 공동체, 경쟁이 아닌 협동이 이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결과물은 아직 거칠기 이를 데 없습니다. 또한 총선은 우리의 기대를 빗겨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우리는 학계와 시민사회와 새사연 회원들의 비판을 받아 들여 대선 때까지 기조를 더 가다듬고 추가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2011111일 제가 처음 새사연의 문을 두드렸을 때 당시 애청하던 드라마를 인용해 새사연을 현실 사회의 시크릿 가든으로 만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딱 그하나 때문에 현실이 바뀌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정치연합이 후보단일화에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누구보다 앞장서서 모든 주제의 합의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장악하려는 삼성보고서의 거짓을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 경제관료, 조중동의 삼각동맹의 정중앙을 조준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도 그 약속은 유효합니다. 일년 뒤 지금의 약속을 뛰어 넘어 더욱 진보적인 새 약속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2년 5월 2일 정태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