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새사연 회원님들께 마침내 2012년이 밝아옵니다. 새해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입니다. 고백하거니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사연과 저는 무력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부익부빈익빈이 구조화하면서 정권을 교체하자는 여론은 거셌지만, 진보세력은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했습니다. 박정희 독재와 언론권력이 오랜 세월에 걸쳐 뿌려놓은 경제 성장의 환상은 기어이 이명박을 대통령 자리에 앉혔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은 결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수십여 편의 글을 이곳에도 올렸습니다만,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시 새사연 이사회에서 저는 이명박 정권 아래서 민중운동이 오히려 살아날 가능성을 강조하고 5년 뒤 진보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데 무기가 될 대안을 치밀하게 벼려가자고 당부했었습니다. 지난 5년 새해를 맞을 때마다 ‘노동중심경제와 통일민족경제’의 학습을, 새로운 사회의 꿈과 그 나눔을, ‘주권혁명’을 호소해온 까닭이기도 합니다.새사연 회원 여러분.1년 전 저는 신년사에서 두 가지 확고한 전망을 보고 드렸습니다. 첫째, 진보적 경제학자로서 눈부신 활동을 벌여온 정태인씨를 원장으로 초빙한 사실을 알려드리며 정태인-김병권 체제가 기존의 상근 연구진과 더불어 새사연의 내일을 괄목상대할 만큼 키워 나가리라 확신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기대는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새사연은 최근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하는 국내 싱크탱크 순위에서 5위로 올라섰습니다. 저희가 그에 값하는 연구 성과를 내놓고 또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가를 겸손하게 짚어보아야 마땅하겠지만, 새사연의 책무가 더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둘째, 시민운동-노동운동을 이끌어 오신 분들과 함께 <진보대통합시민회의>에서 제가 상임 공동대표를 맡은 사실을 보고 드렸습니다. 회원님들께서 보시다시피 통합진보당은 2011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기대와 달리 진보신당과 진보적 시민운동 세력이 조직적으로 합류하지 못해 미완의 통합이 되었고, 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진보대통합시민회의 상임공동대표 자리에서 곧바로 물러났습니다. 진보신당은 독자적 길을 걷고 진보적 시민운동은 민주통합당으로 들어가면서 대통합은 이루지 못했지만 정치지형이 변화하는 흐름은 또렷합니다. 물론, 저는 오늘의 상황을 낙관하진 않습니다. 더구나 2011년에 우리는 많은 분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선생이 운명할 때까지 진보대통합을 촉구했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노동자 학습에 앞장서 온 서울노동광장의 이춘자 대표도 갑작스레 떠났습니다. 이 대표는 새사연 창립에 함께 한 박세길 부원장의 평생 동지이기도 했습니다. 향을 피워 그 분들의 명복을 빌며 저는 살아남은 자의 책무는 고통 받는 민중이 희망으로 반길 대안을 마련하고 그 대안을 실현할 주체를 형성하는 데 있다고 다짐했습니다. 새사연은 정태인 원장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진보의 대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완의 진보대통합 또한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 이뤄질 터입니다. 더디어도 이 땅의 민중은 아래로부터 다시 힘차게 단결의 깃발을 들어 올리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쉬움은 크지만 절망은 금물입니다. 신자유주의와 분단체제를 넘어서자는 데 동의하는 모든 사람이 하나로 뭉쳐 뜨거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회를 구현해갈 그 길은 적어도 5년 전에 견주면 훨씬 나아갔습니다. 미완의 그 길을 열어갈 임무가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사연은 새해 3월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체제로 새 출발 할 예정입니다. 늘 자랑스러운 새사연 회원님들께 성심으로 절 올립니다. 새해 회원님과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깨끗한 뜻 이뤄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