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신자유주의를 지탱했던 한 축인 유럽의 위기

“유로 존 붕괴가 몰고 올 충격에 대한 공포가 유로 존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버팀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로 존 자체의 존립이 위험한 단계에 올 정도가 되었다. 유럽 위기가 그 만큼 심각하다는 말이다. 현재의 유럽 위기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에 버금할 정도로 신자유주의 체제를 흔들만한 위력을 지녔다. 또한 선거가 있는 내년 한국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을 3.7%로 종전보다 무려 0.9%나 낮게 잡고 있는데 그 주요 원인도 유럽위기다. 더구나 유럽 위기방향에 따라 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달아 놓았다. 따라서 유럽 위기의 실체와 구조 분석, 전망을 해보는 것은 단순히 대외경제 전망의 문제가 아니라 내년 우리사회 향방을 알아보는 핵심적 이슈다.

정부 여당을 포함한 보수 세력은 초기에 유럽 위기를 보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운영과 복지혜택으로 놀고먹는 시민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유럽위기를 교훈삼아 한국에서도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유럽 위기를 복지담론 확산을 막는 구실로 이용한 것이다. 이는 독일 등 중심국 보수 세력들의 주장과도 일치하고 미국의 티 파티 등 긴축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주장과도 같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금방 설득을 잃는다. 남유럽 국가가 결코 북유럽 국가에 비해 복지지출이 과다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건데,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를 주도했던 한 축인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위기에 이어서 또 다른 축인 유로 통화동맹(유로 존)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 바로 현재의 유럽 위기다. 미국은 금융자본주의를 통해 30년 동안 자본주의의 활로를 찾았다면 유럽은 유럽지역 경제 동맹과 유로 통화체제 창설에 의해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래 약화되어온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유럽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유럽 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1999년 통화동맹을 만들면서 유로화 체제를 출범한다. 그 결과 현재 27개국이 유럽 연합에, 17개국이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했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방주의’ 이상을 실현하여 전쟁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자유 시장’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규제 없는 자유시장과 시장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서 붕괴된 것처럼, 상품과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유로 회원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하나의 통화로 경제권을 묶으려던 유럽식 자유 시장 실험도 기본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유럽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유로 통화권의 자유 시장 실험의 실패

유로라고 하는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인 유로 존 내부에서 지난 10년 동안 경제력 격차는 줄어들기 보다는 계속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적 제조업 경쟁력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이 독일을 위시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과의 교역에서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발생시켰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독일 등의 국가들로부터 부채를 얻어 보완해왔다. 그 결과 남유럽 국가들이 독일과




프랑스 등의 은행들로부터 대규모 차입을할 수밖에 없었고 막대한 대외채무가 현재 남유럽 국가채무 위기, 정확히는 대외채무 상환위기로 표현된 것이다.

중. 미 사이의 글로벌 불균형과 유사한 유로 통화권 내부의 지역적 불균형이 구조화된 것인데, 문제는 자유 시장 메커니즘으로는 이 같은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재생산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그리스 부채를 경감해주고 구제금융을 해준다 하더라도 무역수지 불균형에 따라 다시 대외 채무가 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강도 높은 긴축을 압박하면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추락하고 실업률이 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유로 존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의 실패는 개별 회원국가가 아닌 유로 존 차원의 국가 개입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맞다. 즉, 유로 존 전체 차원에서 부양책을 사용하고 유로 존 전체 차원에서 부와 소득의 재분배를 실시하며 전체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실업과 소득 감소를 완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부유한 독일 국민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위험에 빠진 그리스 국민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로 통화 통합에 이은 유로 재정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바로 유로 차원의 경기부양과 유로 차원의 조세징수와 재정 재분배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유로 존은 통화 통합만 되어 있을 뿐 재정운영은 국민국가별로 수행한다. 때문에 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과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면서 부채를 줄이는 식으로 각기 알아서 위기를 빠져나가라는 해법만이 존재한다. 이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지난 12월 9일 위기의 벼랑 끝에 몰린 유럽정상회의가 재정통합에 가까이 가는 ‘신 재정협약 체제’를 영국을 제외하고 대체로 합의했다면서 낙관적으로 매체에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 협약에는 재정적자를 안 내도록 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제제를 가한다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필요한 것은 재정적자와 채무 한도를 지키지 못하는 회원 국가를 ‘제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재정이나 자금을 ‘지원하는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제 협약이 아닌 지원 협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2월 9일 정상회의로 유럽 위기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로 차원의 국가개입 = 재정통합은 실현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웃 국가 시민들의 고통 경감을 위해 나의 세금을 기꺼이 더 낼 수 있다는 ‘연대 의식’이 없고서는 진정한 ‘조세 통합’ = ‘재정통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연 유럽의 각 국민국가 시민들은 유럽 시민(European Citizen)의식이 존재하는가. 지금 현실을 보면 전혀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유럽의 고통 분담에 합류해야 할 독일이 유럽 중앙은행(ECB)로 하여금 남유럽 국채 매입을 하는 것도, 유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반대하는 상황아닌가.

유럽 시민의식 담보 없는 유럽 재정통합은 불가능

이는 원래 통화동맹이라면 ‘최후의 대부자’로서 유럽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미국 연준(Fed)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독일이 남유럽 국채 매입으로 인한 통화 완화 부담= 인플레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고, 유로 채권 발행으로 인한 독일의 추가 금리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위기에 비하면 아주 작은 고통분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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