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는 계속된다

서울시장 사퇴와 교육감 수사로 어지러운 정국을 타개하고 집권 하반기를 준비하는 정부에서 야심찬 개각 안을 내세웠다. 개각 때만 되면 제일 만만한 카드였던 복지부 장관 자리는 이번에도 교체되었고 대상자는 놀랍게도 경제관료 출신의 영리병원 지지자이다. 대체 이 정부는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의료민영화를 언제까지 추진할 생각인 걸까. 압박하는 자본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각오인 듯하다. 문제는 영리병원 허용, 건강관리서비스 등의 정책 추진과 더불어 의료계의 의료민영화는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의료계의 이슈는 일반약의 슈퍼판매이다. 그 뒤를 이어 치과계에서는 유디치과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고 마지막은 이름도 생소한 보움한의원이다. 이 사안들은 일면 각 전문분야의 내부 문제로 보인다. 이익집단이 서로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며,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도 국민건강은 명분용이고 그 기저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네트워크병원, 약국외 판매 의약품 도입, 자본의 건강시장 진출 및 의료기관을 통한 판매 등을 이익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아도 될 것인가? 그들의 주장만이 아닌, 실제 국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약권하는 사회

가장 먼저 포문을 일반약의 슈퍼판매는 대통령의 호통 한마디에 복지부 핵심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야간 및 공휴일에 일반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그래도 당장 ‘약국외 판매 의약품’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분류체계를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약국외 판매의약품 3분류로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도 의약외품이 있으나 붕대, 염색약 등 의약품은 아니다. 지난 7월 가장 이슈였던 박카스를 슈퍼에서 판매하기 위해 44품목의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 일반의약품을 약국외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 의약외품으로 살짝 전환해서 판매하게 된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본격적인 약사법 개정을 통해 상당수의 일반의약품을 약국외 판매 의약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약국외 판매 의약품’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근거는 야간 및 공휴일 공백이다. 약을 약국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일인당 약국수가 적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야간 및 공휴일 공백의 문제는 주치의 제도, 공공 야간응급의료센터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은 정부의 계획에 들어있지 않다. 반면, 약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성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약국외 판매로 인한 편익과 국민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약사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해서 풀어가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 현재 민주주의사회에서 정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숙의민주주의이다. 주장하는 정책에 대한 주장하는 측의 ‘합당성에 대한 해명책임’과 공론장(공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조건)에서 충분한 논의 후 정당한 절차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집단이기주의로의 매도와 극단적 저항으로 인한 갈등만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 많이 먹을 뿐만 아니라 약가격도 비싸다. 합리적 약가책정과 필수적 의약품의 접근성, 합리적 약복용 문화정착 등 약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료정책에 대한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이해당사자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길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관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구조는 약분야의 핵심 과제들을 해결한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일반약 광고를 통한 종편 광고시장 확대, 약국민영화 등 정부에서 줄줄이 계획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의 단계로 비판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디치과, 네트워크 병원의 진수를 보여주다

유디치과는 또 뭔가? 네트워크 병원은 지금 개원가의 대세이다. 의료계의 네트워크는 사실 다른 분야의 프랜차이즈와 별반 큰 차이 없다. 유명 브랜드를 런칭하고 브랜드 유명세에 따른 홍보효과와 집단 광고, 공동구매 및 경영관리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 등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공동구매 및 경영관리를 통한 비용절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막대한 광고비와 브랜드 가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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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란


















[공지]2011년 8월 새사연 활동 보고

















경제와 정치를 넘나들며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대기업의 위상에 압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정부 하에서 반대로 정-재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쏟아지고 있는 대기업 규제 법안에 대해서 대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대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더욱 양극화로 내달리는 국민경제의 현주소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역으로 사고해보면,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대기업의 독점적 이윤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쳤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펼쳐졌는지 짚어 봐야하며, 그 이익과 국민경제의 상관관계가 어떠한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대기업집단 개혁의 과제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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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칼럼]
곽노현, 바보이거나 ‘선의’의 인간이거나

“교육개혁의 상징이 곤경에 처했다. 이른바 진보개혁진영 대부분과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사퇴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2억을 ‘선의’로 건넸다는 곽 교육감의 진술을 들었을 때 내 일감도 그랬다. 돌이켜 보면 그 ‘일감’을 지배한 것은 “다 된 밥에 코 빠뜨린다”는…



[김병권의 한국사회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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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순위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 8월28일 5천억원에 달하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보유분을 해비치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워낙 기부문화가 후진적이어서 그런지 사상 ‘최대 액수’, ‘통 큰 기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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