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기실업자는 과연 4천명 뿐일까?

By | 2010-10-21T18:08:46+00:00 2010.10.21.|

현실과 괴리된‘장기실업자’ 숫자 고용문제와 관련된 아주 오래된 쟁점 하나. 바로 현실과 괴리된 실업률 지표 문제이다. 공식적인 실업률 지표의 적정선에 대한 비판은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가열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논란만 있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예를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 기간이었던 2009년을 보면, 취업자가 7만 명 넘게 감소하고 (연 평균 기준) 고용률이 -0.9%p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표 실업률은 불과 0.4% 포인트 증가한 3.6%에 그친 바 있다. 정부 통계로는 이는 공식 실업자가 약 89만 명으로 체감 경기의 침체와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실업률이 현실과 괴리를 나타내는 이유는 취약 노동계층이 공식 실업자 신분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비공식 부문 취업자 규모가 크고 이들이 저임금 취업 상태와 비경제활동 상태 사이에서만 빈번하게 오고가는 특징을 보인다. 실업자 신분에 있어 보았자 공적인 지원을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업률 지표 문제에 대한 논란이 너무 오래되어 정치권과 대중들도 식상한 탓일까? 최근에는 장기 실업자 통계의 적정선 문제로 새로 논란이 옮겨 붙고 있다. 2009년 통계청의 장기실업자 숫자는 평균 4천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 수치를 조금 과장하자면, 한국에서 장기실업자는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15세 이상 인구의 만분의 1에 불과하고 전체 (공식)실업자로 좁혀 보아도 200분의 1, 0.5%에 지나지 않는다. 12개월 이상이 되어야 장기실업자? 실업자 지표의 적정성 문제와는 별도로 하고 정부가 주장하는 장기실업자의 기준만 놓고 보더라도 그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12개월 이상의 구직활동 기간을 기준으로 장기실업자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라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니, 워낙 지표가 좋은 탓에 정부는 이 문제로부터 압박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도에 유럽 국가들의 장기실업자 비중이 30%였고, OECD 국가들 평균이 24.2%였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는 0.5%에 불과했다.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최강이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와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른바 ‘고실업 사회’로 전환되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고실업 사회의 징후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으나, 분명히 어떤 측면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실업자 지표를 수치 그대로 받아들여 ‘고실업 사회’의 현실과 장기실업자 증가와는 무관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납득하기 힘들다. 장기실업자 지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실업 노동자 집단 내에서도 분절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하층 노동자 내에서 또 다른 배제가 발생할 가능성 때문이다. 예컨대, 전체 실업률이 낮더라도 장기실업자 비중이 높다면, 소수의 노동자가 장기간의 실업을 경험하는 것이고 이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고통의 크기가 훨씬 크고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실업자 기준을 3개월로 바꾸어야 한다. 다시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언급해 보자. 우리나라 실업자들의 행태를 보면, 평균 구직활동 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는다. 3개월 이내에 다시 재취업하거나, 아니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장기실업자를 노동시장 내에서의 ‘2차 소외’ 현상이라고 볼 때, 3개월이 그 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2개월이 아니라 3개월을 장기실업의 신호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구직활동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2차 소외가 시작되므로 이 기간 안팎으로 별도의 정책적 대응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기준을 바꿀 경우 장기실업자 비중은 열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구직과 취업에 관한 한 거의 전적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이데올로기이기도 하고 한국 고용시장을 둘러 싼 역사와 문화적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유럽에서 12개월을 장기실업의 중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회경제적 맥락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함축한다. 어쨌든 이 때문에 실업자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큰 고통에 내몰리게 된다.주위를 둘러 보자. 정부가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장기실업자 기준, 즉 12개월이나 연속해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보자. 12개월 연속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정부는 물론이고 노동계도- 12개월을 장기실업자 기준으로 하는 시각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장기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고실업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장기실업의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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