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가운데 하나다. 방송문화진흥회는 문화방송의 사장을 선출하는 곳이다. 청와대의 줄로 방문진 이사장이 된 김우룡. 그가 <신동아>와 나눈 인터뷰는 한 나라의 공영방송을 놓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추악하게 드러내준다. 방문진의 김우룡 이사장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정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과연 문화방송을 저렇게 망가트려도 좋은가. 문화방송이 과연 저들의 방송인가? 공영방송인 문화방송 둘러싼 권력의 추악한 몰골 보라.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이 발췌(http://www.mediatoday.co.kr) 한 김우룡의 <신동아> 인터뷰는 우리를 아연케한다. 신임 김재철 사장의 선임 이유에 대해 이사장 김우룡은 거침없이 답한다.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는 게 첫 번째 기준이었다는 겁니다.” 김우룡은 이어 “사장단·임원 인사가 논란을 일으켰다”는 기자의 질문에 “큰집”을 거론한다. “어제부터 대학살이 시작됐죠. 인사가 잘됐다고 할 수 없지만,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무능한 사람을 정리하고, 특정 정권에 빌붙은 사람을 척결한다는 의미에서는 80점 정도는 되는 인사라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혼자 한) 인사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김 사장이 좌파들한테 얼마나 휘둘렸는데. 큰집도 (김사장을)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입니다.)” “큰집”에서 문화방송 사장 불러다가 “쪼인트” 깠다? 여기서 “큰집”은 어디일까. 기자가 “김 사장이 큰집에 갔다 왔나요?”라고 묻자 김우룡은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라고 답한다. 인터뷰가 논란이 일자 그는 “큰집”은 청와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터뷰에서 김우룡은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면서 “내부에 있는 중간간부들은 그 다음 문제”라고 단호하게 밝힌다. “김재철이 청소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라는 김우룡의 말에 기자가 당혹스럽다는 듯이 되묻는다. “김재철 사장이 청소부?” 기자의 질문에 언죽번죽 답한다.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그러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 눈길을 끄는 기사는 더 있다. 2009년 1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MBC 특별생방송 ‘대통령과 대화’를 마친 뒤 MBC 경영진, 수행한 청와대 참모들과 막걸리를 마셨단다. 김우룡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날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엄기영 전 사장은 “대통령과 그런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인터뷰에서 김우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엄기영에 “좋은 일” 언질 줬다? – 지난해 12월10일 엄 전 사장이 낸 사표를 반려하셨죠.“대통령이 엄 사장과 막걸리 먹으면서 ‘조만간 엄 사장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언질을 줬지. 그리고 며칠 뒤 엄 사장이 자기와 본부장들 사표를 (나에게) 들고 왔어. 그전에 내가 엄 사장에게 ‘문 걸어 잠그고 이사들 사표 받아오라’고 시켰거든. 엄 사장은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자기 사표는 반려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거지.” – 사표 수리가 안 될 것으로 알고 사표를 냈다? “감을 잡았지.” – 그런데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죠. “(엄 사장과) 얘기가 잘될 줄 알았지. 그런데 얘기가 잘 안 되더라고. 내 앞에서는 네네~ 하면서, 돌아서면 뒤통수를 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사표를 내게 했지.” 어떤가. 김 이사장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도대체 누가 누구를 ‘뒤통수’치고 있는가. 희대의 협잡꾼은 과연 누구인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상식을 갖춘 시청자에게 묻고 싶다. 대다수 국민이 즐겨보는 MBC를 저들이 멋대로 주물럭거려도 과연 좋은가. 우리는 그저 방송만 보면 되는가.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