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몹시 궁금했었다.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중소벤처기업부를 둘러싼 궁금증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이 출범시킨 부처이다. 무엇보다도 중소·벤처기업이 일자리 창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중소벤처기업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데 별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 부처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해당 부처 관계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소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이제 갓 태어나 걸음마 단계에 있는데 뜀박질을 하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된다. 문제는 작금의 한국경제 상황이 한 치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각박하다는 데 있다. 액면 그대로 젖 먹던 힘이라도 쏟아내야 할 형편이다. 그러던 차에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 공유제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간 대기업의 갑질을 감안하면 적절하면서도 의미 있는 시도라 할만하다.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관련법의 제·개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 지도 불투명하지만 설사 통과된다 하더라도 지나친 기대는 금물일 것 같다. 이미 글로벌 경영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이 순순히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협력사를 해외로 돌릴 조짐이 커질 수 있다. 참고로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 해외 투자는 역대 최고인 74억 달러에 이르렀다.

 

빈사 상태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에게 분배 개선을 통해 다만 몇 숟가락 미음이라도 떠주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체질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먼저 따져 봐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지난해 정부가 일자리 예산으로 쏟아 부은 돈은 추경 포함해서 약 25조 원 규모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100만 명 이상에게 월 200만 원씩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이토록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작 일자리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참사를 운운할 정도이다. 혹여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식 예산 집행을 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 예산은 사람을 키워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함께 창출하는데 기여할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주52시간 적용을 계기로 학습 시간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강화된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럴 때 기업도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은 중소·벤처기업들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학습을 강화하는데서 발생할 추가 비용을 보전하는데 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선구적인 해외 사례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독일은 ‘사람 얼굴의 자본주의’를 표방하면서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노동시간 단축, 학습 강화, 일자리 창출을 유기적으로 연관시킴으로써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그 결과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강소기업들이 잇달아 탄생하면서 독일 경제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포스코 엠텍(삼정P&A)은 그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포스코 엠텍은 4조 2교대로의 근무 체계 전환과 함께 크게 늘어난 휴무일을 이용해 학습을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단순 철강 포장공에 불과했던 직원들의 혁신 역량이 비약적으로 강화되면서 철강 자동 포장 설비를 설계 생산 판매 서비스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크게 도약할 수 있었다.

 

대기업의 일자리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대기업 주도의 낙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벤처 기업 주도의 분수 효과를 노리는 전면적인 전환이 불기피한 시점이다. 한국경제라는 열차의 기관차를 교체해 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를 악물로 분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내일신문>에 함께 게재된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