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보장문제는 생활비를 벌 수 없는 연령대의 노인 생계비를 어디에서 마련하는냐의 문제이다. 정부가 대거나(세금), 공적 사회보험이 대거나(연금보험), 스스로 마련하거나(개인저축, 사보험), 소속된 직장에서 대거나(퇴직금, 기업연금), 자식이 대거나(용돈), 최소한의 생활비가 없거나(한국의 노인자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매우 높다. 현재 어떤 식으로든 노후 소득준비를 하고 있지만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어떻게든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갖춰야 한다. 문제는 간단하다. 얼마나? 누가?
노인들은 평균 얼마정도의 소득이 필요할까?
측정하기 어렵지만 박근혜 정부의 계산을 따라보면 빈곤층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 기준을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조정한다고 한다.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그 해 중위소득의 50%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인 균등화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여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노인은 전체 45.7%(09년 현재)에 달하고 노인 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의 66.7%에 불과하다.(OECD 평균은 82.4%)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재원을 계산할 때, 복잡한 산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해당 년도 전체 노인 중 중위소득 50%미만에 있는 노인들에게 그만큼을 채워주는 데 필요한 금액 + 소득이 없어져 이전에 비해 생활수준 유지가 어려운 중위소득 이상 노인들에게 필요한 소득대체율을 더하면 된다. 국민노후소득보장패널조사를 분석한 김헌수·석상훈(2012)에 따르면, 50세 이상 중고령자들이 노후에 최소 생활비로 혼자 살 경우 최소 76.3만원, 부부121.5만원을 필요로 한다. 노후 표준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적정 생활비는 혼자 살 경우 112.0만원, 부부의 경우 174.6만원으로 조사되었다.
그럼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할까?
연금에는 개인의 평생 소득을 안정화시키는 돼지저금통(piggy bank)기능과 세대간, 빈부간 소득재분배 효과인 로빈훗(Robin Hood)기능이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률이 높은 것은 두 기능 모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젊은 세대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 생활비에서 자식들이 주는 용돈의 비율이 매우 크다.(노인 단독가구의 소득 49%, 부부가구 25.9%가 사적이전소득) 하지만 3-50대 노동연령층이 돈을 못 벌 시기가 오면 자식들이 용돈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국민연금이나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 또한 어렵다. 그렇다면 본인들의 저축이나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데 사교육비와 집값, 부모부양 등으로 가계부채가 심각하고 저축률은 바닥을 치고 있어 노후준비는 꿈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불안정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현재의 지출이 지나치게 커서 스스로 돼지저금통을 채우지 못하고 로빈훗은 없어 사회적 부양을 기대할 수도 없다. 이에 고소득 직업 혹은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너도나도 원한다. 이 현실이 승자독식, 의치한 대학/원으로의 집중, 공무원 시험 열풍, 고시촌 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현재 개인적으로 쓰는 돈을 공적으로 모으는 것이다. 지금도 노후보장에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쓰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 대비는 사각지대, 불평등, 비효율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선진국들은 세금, 연금보험료 비중이 크고 직장퇴직연금도 공적 관리체계에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동연령 층의 조세, 연금보험료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안정적 노후보장의 대가로 이를 기꺼이 감수한다. 공적노후보장체계는 부유층이 내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혜택이 크고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수익위주의 민간보험회사가 갖는 위험성도 적다.
문제는 신뢰다. 국민연금과 국가에 대한 신뢰가 공적 노후대비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민간보험회사와 은행이 내 노후를 보장해 줄 수 있는가? 내가 개인적으로 모아둔 것만으로 노후준비가 가능한가? 신뢰부족을 핑게로 공적 대비를 축소하기보다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부유층, 기업의 기여율을 높이면서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의 과도한 특혜를 폐지하는 연금신뢰회복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댓글 남기기